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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역사교과서 국정화 당위성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 박 대통령, 역사교과서 국정화 당위성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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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다. 뭐가 무서운지 확정 고시는 이틀이나 앞당겨서 발표했다. 교육부에서만 추진하는 거로 모자라서 혜화동에 '국정화TF 비밀본부'를 만들어서 운영하다가 '딱' 걸렸다. 주요 일간지는 물론 반상회에 국정교과서 홍보를 하고, 웹툰 작가에게 홍보 외주도 맡겼다. 국정화를 반대하면 교사는 물론 공영방송 기자까지도 징계를 받는단다.

여당 의원들의 행동도 장난이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주최한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에 참여해서 연설하는 등 국정교과서를 진두지휘한다. 최고위원인 이정현 의원은 "(국정교과서) 반대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며 막말을 쏟아낸다.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 정부와 여당의 수많은 골칫거리를 '국정교과서느님'이 해결해주시기 때문이다. <썰전>에 나오는 이철희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천재'라는데, 역시 천재의 머리에서 나온 천재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교과서 추진으로 인해 확실히 이것저것 얻을 게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1. 헬조선이라고? 너희가 잘못 배워서 그래
 (왼쪽) 교육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나도 보탬이 될거야"라고 표현한 반면 (오른쪽)패러디 만화에서는 "국정교과서에 노동개악까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헬조선 대한민국"이라고 일갈했다.
 (왼쪽) 교육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나도 보탬이 될거야"라고 표현한 반면 (오른쪽)패러디 만화에서는 "국정교과서에 노동개악까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헬조선 대한민국"이라고 일갈했다.
ⓒ 교육부, 비정규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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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인터넷상의 유희 거리에 불과했던 '헬조선'이란 단어는 어느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할 만큼 번졌고, 유력 언론들도 한 번쯤은 이 단어가 유행하는 현상을 다룰 정도가 됐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헬조선 세계관'의 대명제를 그동안 보수 언론에서는 "나라 탓하는 사람들 다 잉여더라" "너희들이 노력을 안한 걸 받아들이지 않는 거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는 '헬조선', '수저론'의 강풍을 막기엔 부족했다. 이는 자연스레 현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

그런데 국정교과서는 '아예 논점을 바꿔 버리는' 방안을 제시한다. 앞으로는 "아이들이 '헬조선 거리며' 나라 탓 하는 건 우리나라를 부정하는 교과서를 배워서, 좌빨 교사에게 배워서 그렇다"고 주장하면 된다. 이 말에 보수층도 '옳다구나'하면서 거들게 된다면, 총선을 앞두고 보수·중장년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발생할 것이다.

2. 효심 충족

 박정희 전 대통령 36주기 추도식이 대구시 중구 대봉동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 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진행됐다.
 지난 10월 25일 박정희 전 대통령 36주기 추도식이 대구시 중구 대봉동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 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진행됐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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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얘기가 나왔듯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무성 대표 개인적으로도 국정교과서는 환영할 만하다. 자신들의 아버지를 긍정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길이니까.

그들에게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은 일이다. 김무성 대표의 "우리 아버지도 비밀 독립군이셨다"라는 말은 교과서를 새롭게 서술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었어야 가능한 발언이다. 국정교과서는 개인 효심까지 만족시키는, 아주 새롭고 명확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3. 없던 종북 만드는 아주 쉽고 간편한 방법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고엽제전우회 주최로 열린 김기종씨의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 규탄 집회 '한미동맹 강화로 종북세력 척결대회'에서 각목으로 내려쳐 부서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모형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지난 3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고엽제전우회 주최로 열린 김기종씨의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 규탄 집회 '한미동맹 강화로 종북세력 척결대회'에서 각목으로 내려쳐 부서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모형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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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는 "허구한 날 종북타령, 뭔 놈의 종북이 그리 많냐"라며 종북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박도 가능하다. "나쁜 교과서가 종북을 키우고 있지 않느냐! 우리 청년들이 종북은 아니더라도 다 종북교과서와 종북교사에게 홀린 거다"라고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키워드를 정한 것도 이와 같은 목표지점에서 나온 발언일 테다.

모든 것을 '종북'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세상에서, "종북교과서와 종북 교사가 만든 종북청년들이 있다"라고 운을 뗀다면 더더욱 손쉽게 국민 절반 이상을 종북으로, 나아가 마음에 안드는 모든 이들을 종북으로 몰 수가 있다.

4. 불리하면 '꼬리 자르기' 하면 되니까

황우여 "사회적 혼란 막기 위해 역사교과서 발행 결정"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확정을 발표하고 있다.
현행 역사교과서의 검정 발행 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며 "더 이상 역사교과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역사교육을 정상화하여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책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 황우여 "사회적 혼란 막기 위해 역사교과서 발행 결정"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확정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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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종북몰이'와 같은 색깔론의 막대한 효과에 비해 국정교과서 추진은 아주 쉬우며, 별로 피해 볼 것도 없다고 판단했을 확률이 높다. '너희가 검정해놓고 왜 그러냐"면서 반발 여론이 생각보다 거세지면 교육부 장관을 경질하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국무총리도 몇 번이나 바뀌고, 원내대표까지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배신의 정치'라는 이름 아래 보직을 그만두어야 했는데 교육부 장관이라고 별다를 게 있겠는가. 게다가 황우여 장관은 지금 경질되면 총선에 나가도 된다.

국정교과서 논의가 시작될 때 황우여 장관이 "실수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바닥을 깔고 들어간 것부터 '꼬리 자르기'의 시작이었다.

5.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이슈 블랙홀'

 블랙홀
 블랙홀
ⓒ wiki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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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어느 정도는 국정교과서 얘기만 떠들고 있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시작된 이후 한국에서 다른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KF-X 문제와 한일정상회담 성과 논란도 그럭저럭, 유야무야 지나갔다. 국정화 논란이 계속된다면 다른 문제도 그런 식으로 지나가게 될 확률이 높다.

"이게 다 교과서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눈여겨볼 만한 점은 역사 교과서에는 하등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다들 역사교과서가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짚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안 듣는 현실과 교과서의 내용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그동안 역사는 고등학교에서나 대학교에서나 늘 천대받았고, 대부분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역사를 제대로 '안 가르쳤던' 쪽에 가깝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공과를 따지기 전에 애초에 많은 학생들은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근현대사'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그것도 문과를 선택해서, 학교에서 근현대사 선생님이 있어서 근현대사 과목이 개설돼있어야만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과목이었다('근현대사' 과목은 2011년부터 '한국사' 과목에 통합됐다. 기존의 과거 국정교과서 시절 '국사'는 근현대사 비중이 지금의 '한국사'에 비해 적었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한국사'가 수능필수 과목이지만, "역사 교과서를 잘못 배워서 '정신이 나가고' 나라를 원망한다고 일컫는 청년들은 근현대사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을 것이다.

확실히 국정교과서 발상은 '천재적'이다. 정부의 골칫거리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좋은 결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무조건 '교과서 탓'을 하는 바람에 너무 일이 커져버린 데다가, 반대 여론이 많아 역풍까지 불 판국이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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