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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켈 총리의 집 앞
 메르켈 총리의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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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거주 유형에서 세입자가 80%에 달하는 세입자들의 도시이다. 시민의 다수가 세입자라는 공통분모로 묶여있다 보니, 세입자들의 직업군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베를린의 세입자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마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연방 총리일 것이다.

그녀의 집은 페르가몬 박물관 건너편 암 쿱퍼그라벤(Am Kupfergraben) 6번지에 위치해있다. 많은 관광객들 역시 이 집이 현 독일 총리의 집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초인종에 혹시 총리의 이름이 적혀있나 확인해보기도 한다.

초인종에는 총리의 이름 아닌 남편 사우어 교수의 이름이(Prof. Sauer)이 적혀있다. 총리 당선 이전부터 이 곳에서 살며 정부 구역(Regierungsviertel)으로 출근을 해온 그녀는 이 집에서 계속 살 것이라며, 총리 관저로 이사를 가지 않은 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가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을 때는 정부기관이 밀집해있는 정부 구역까지 슈프레 강변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총리가 되기 전에는 길 건너편에 있던 문화행사로 인한 소음을 신고 하기도 하였고, 이로 인해 "메르켈은 문화 수도의 중심에 그루네발트(Grunewald, 베를린 시 외곽의 대표적인 숲)를 만들고 싶어 한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관광의 중심지이자 "메르켈의 구역(Merkelsches Viertel)"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범한 베를린 시민들의 주거 구역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총리 부부는 세입자로 베를린 도심부에서 살고 있다.

독일 총리 주택 박물관 문이 닫는 인적이 드문 저녁에는, 경찰들이 집 앞에 서서 근무를 하곤 한다.
▲ 독일 총리 주택 박물관 문이 닫는 인적이 드문 저녁에는, 경찰들이 집 앞에 서서 근무를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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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집 앞에는 고작 2명의 경찰이 근무를 한다. 경비가 어려운 일반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통행 저지나 교통 통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의 사적 공간인 4층에 위치한 총리 부부의 주택은 두꺼운 방탄 유리, 감시 카메라 그리고 그 외 방식을 통해서 베를린에서 가장 중요한 보호 대상으로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2명의 경찰을 제외하곤, 총리 집 앞의 공공 공간에 대해서 그 어떤 물리적 통제가 없이 운영된다.

지금까지 두 번 정도의 이웃을 사칭한 가택 침입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큰 문제가 없이 지내고 있다. 이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지나다닌다. 때로는 총리 집의 초인종 앞까지 가서 사진을 찍지만, 경찰은 그 어떤 제재도 없다. 사람들은 베를린에서 가장 친절한 경찰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때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 이 집을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는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매일 같이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는 이 유명한 건물을 모자이크 할 필요가 없다며, 총리 스스로 모자이크가 필요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티어가르텐 공원의 한편에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다. 독일의 대통령은 소위 명예직이라 불릴 만큼 큰 권력이 없는 자리라며 실망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각종 국가 행사나 외교활동에서 빠질 수 없는 독일 연방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독일 연방 대통령 집무실 벨뷰 성 사람들이 앞에서 서서 구경을 하고 있다.
▲ 독일 연방 대통령 집무실 벨뷰 성 사람들이 앞에서 서서 구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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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뷰 성(Schloss Bellevue)라는 이름의 현 독일 연방 대통령 요아킴 가우크(Joachim Gauck)의 집무실은 슈프레 강변에 면해있다. 강 건너편에서는 날씨 좋은 주말 밤이면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틀어 춤을 추기도 한다. 집무실 주변은 시민들의 일상적인 산책로 혹은 조깅로로 활용된다. 앞의 넓은 잔디밭에서는 개들이 뛰어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 집무실의 정문에는 경찰 1명 만이 홀로 서서 지키고 있다.

총리의 집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집무실 역시 사적 공간에 대한 보호를 제외한 공공 공간은 최소한의 감시책을 제외하곤 공공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는 1748년 지암바티스타 놀리라는 건축가가 약 12년에 걸친 조사 끝에 작성한 로마의 도면이 있다. 현재는 놀리 지도라고 불리는 이 도면의 수많은 의미 중 하나는, 이 도면을 통해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도시 내의 어떤 곳에 접근 혹은 출입이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놀리 지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Nuova_Topografia_di_Roma_di_Giovanni_Battista_Nolli_(1748)
▲ 놀리 지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Nuova_Topografia_di_Roma_di_Giovanni_Battista_Nolli_(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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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에는 멀리서 봤을 때, 개별 건물이 아닌 검은색의 건물군이 상징하는 사적 공간과 하얀색의 거리와 광장을 의미하는 같은 공적 공간으로 구분되어있다. 하지만 도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물군 내에서도 출입이 가능한 공공의 성격을 띠는 성당, 청사, 건물군 내 공원 그리고 건물 사이의 통로나 공간 등이 역시 하얗게 표기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의 공간은 이렇게 직관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 출입이 가능한 혹은 불가능한 공간. 아무리, 거대한 시민 공원이 존재하더라도 출입을 통제한다면 그것은 사유지와 마찬가지다. 반대로 개인 집 앞의 뜰이더라도,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면, 그것은 공공 공원이나 마찬가지다.

베를린의 놀리 지도를 그려본다면, 총리 주택과 대통령 집무실은 주변 도시 공간의 성격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하얀 거리 혹은 공원 무늬가 들어간 누가 출입이 간으한 공공 공간으로 표기될 것이다. 경호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인 건물을 제외하곤 티어가르텐이라는 공공 공원의 공간과 암 쿱퍼그라벤이라는 관광 명소의 거리의 공적인 기능을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테러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주요 공직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 역시 도시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또한, 공공 공간은 공공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부단히 일상의 어떤 공간이 공공 공간이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은지 알아보며 공공이 이용할 권리를 요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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