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두산 장원준 지난 10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 두산 선발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두산 장원준 지난 10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 두산 선발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2년간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그야말로 화제의 연속이었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하며 대어급 선수들은 수십억 원대 몸값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야구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선수들의 몸값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었다며, FA 시장의 과열을 우려했다.

프로야구 2015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FA 선수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올해도 몸값을 제대로 해낸 선수가 있는가 하면, 기대에 못 미친 선수도 있고, 혹은 가격 대 성능 비가 뛰어난 알짜 선수들도 있었다. 구단들도 FA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팀 성적이 요동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오간 금액은 역대 최고수준인 720억 원이었다. 미국 무대에서 유턴한 윤석민(기아, 4년 90억 원)을 필두로 최정(SK, 4년 86억 원) 장원준(두산, 4년 84억 원) 윤성환(삼성, 4년 80억 원)까지 총액 80억 원을 넘긴 선수만 무려 4명이었다. 여기에 안지만(삼성, 4년 65억 원), 김강민(SK, 4년 65억 원), 박용택(LG, 4년 50억 원)도 50억 원을 넘긴 고액 계약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몸값 부풀리기 논란 잠재우다

FA 대어급 중에서 그나마 몸값을 해낸 선수는 역시 장원준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장원준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FA 거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선수였다. 장원준은 리그를 지배할 정도의 '포스'를 보여준 시즌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윤석민 복귀 전까지 투수 FA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버페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장원준의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30경기에 등판해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 물론 몸값에 비하면 평범한 성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팀 공헌도는 눈에 보이는 성적 이상이었다. 정규시즌 동안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이탈이 잦았던 상황에서, 유희관과 함께 그 빈자리를 잘 메우며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공헌했다.

가을야구에서도 장원준의 활약은 이어졌다. 부활한 니퍼트와 함께 포스트시즌 내내 두산의 막강한 선발진을 이끌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6이닝 2실점)-NC와의 플레이오프(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77)-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1경기 7.2이닝 1실점) 모두 기복 없는 호투를 보여줬다. 포스트시즌만 되면 늘 작아지던 두산은, 강력한 선발 야구를 앞세워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의 장원준에 대한 투자는 일단 해피엔딩으로 마감한 셈이다.

하지만 장원준을 제외하면 나머지 고액 FA 선수들의 활약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물론 윤석민(2승 6패 30세이브 자책점 2.96)이나, 박용택(타율 .326, 18홈런 83타점)처럼 괜찮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팀 성적이 저조했고, 몸값만큼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 점은 장원준도 마찬가지지만, 평가 기준 자체가 '몸값을 들였는데 그 정도 활약은 해줘야 당연한 게 아니냐'는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삼성, 임창용·안지만·윤성환 KS 엔트리 제외 삼성 라이온즈가 구원왕 임창용(39·33세이브)과 홀드왕 안지만(32·37홀드), 17승 투수 윤성환(34)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4시 30분, 엔트리 28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지난 9월 6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역투하는 임창용, 7월 28일 28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역투하는 안지만, 8월 21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역투하는 윤성환.

▲ 삼성, 임창용·안지만·윤성환 KS 엔트리 제외 삼성 라이온즈가 구원왕 임창용(39·33세이브)과 홀드왕 안지만(32·37홀드), 17승 투수 윤성환(34)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4시 30분, 엔트리 28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지난 9월 6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역투하는 임창용, 7월 28일 28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역투하는 안지만, 8월 21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역투하는 윤성환. ⓒ 연합뉴스


반면 윤성환과 안지만은, 야구는 잘했음에도 장외에서의 경솔한 처신이 구설에 오르며 1년 농사를 한 번에 망친 사례다. 윤성환은 올 시즌 17승을 올리며 팀 내 다승 선두에 올랐고, 안지만도 37홀드로 홀드왕에 오르며 삼성의 정규시즌 5연패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도박 추문이 터지며 마무리 임창용과 함께 한국시리즈 참가자명단에서 제외되었고, 삼성은 두산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으며 통합 5연패에 실패했다. 영웅에서 팀 몰락의 역적이 된 윤성환과 안지만은, 향후 혐의 입증 여부에 따라 임의탈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야구인생의 갈림길에 섰다.

통계만으로 평가할 수도 없는 영역, 다음 시즌은 어떻게?

올 시즌 고액 FA 중 몸값 대비 가장 기대에 못 미친 선수는 최정이 첫 손으로 꼽힌다. 최정은 올해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81경기 출전에 그쳤고, 17홈런 타율 2할 9푼 5리를 기록하며 팀이 어려울 때 크게 이바지하지 못했다. 4년 56억 원에 잔류한 김강민 역시 96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할 4푼 6리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내부 FA 잔류를 위하여 지난 시즌 많은 금액을 투자했던 SK는, 비록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표를 따냈지만, 우승후보라는 기대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면서 FA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한화 배영수와 송은범 역시 실패한 영입으로 꼽힌다. 3년 21억 5000만 원에 한화로 옮긴 배영수는 32경기 4승 1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04의 성적표에 그쳤다. 4년 34억 원에 한화맨이 된 송은범 역시 33경기 2승 9패 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04로 한화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선발 두 자리를 책임져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적생들의 부진은 올 시즌 한화 마운드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으며 5강 진출에 실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말 SK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한화 투수 권혁이 볼넷으로 SK 이재원을 출루시켜 한 점을 내준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무너지면 안 돼" 지난 6월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 말 SK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한화 투수 권혁이 볼넷으로 SK 이재원을 출루시켜 한 점을 내준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권혁처럼 가시적인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FA도 있었다. 삼성에서 4년 32억 원에 한화로 둥지를 옮긴 권혁은 올 시즌 9승 13패 17세이브 자책점 4.98을 기록했다. 개인 기록 면에서는 시즌 최다 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는 등 평가가 엇갈리지만, 누가 뭐래도 권혁이 올 시즌 한화 불펜진의 기둥이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다. 보직과 연투를 가리지 않고 워낙 자주 나오는 통에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고액 FA로는 드물게 경기에 나설 때마다 동정(?)을 받았던 유일한 선수였다.

대체로 오히려 가격 대비 고성능 FA들의 활약이 더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화 김경언(3년 8억 5000만 원)과 kt 박경수(4년 18억 2000만 원)였다. 두 선수의 몸값은 과열된 FA 이적 시장에서 보면 소박한 규모에 해당했다. 하지만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김경언은 107경기서 타율 3할 3푼 7리 16홈런 78타점, 박경수도 타율 2할 8푼 4리 22홈런 73타점으로 두 선수 모두 모든 부문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몸값이 곧 선수의 가치를 가늠하는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 장면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프로야구판에 대형 FA들이 쏟아진다. 두산 김현수를 비롯하여 넥센 유한준, 한화 김태균, SK 박정권, 정상호, 정우람, 윤길현, 넥센 유한준 등이 줄줄이 '쇼미더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올 시즌 FA 선수들의 활약에 희비가 엇갈렸던 구단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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