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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LS(답엘에스)는 방글라데시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했던 두 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으로, 일방적인 후원이나 기부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고 용기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구호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글라데시 다르게 보기 프로젝트와 예술교육으로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방글라데시 예술가들과 함께 2012년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과 2015년 국제아트비엔날레 콕스바잘 등을 문화예술 교류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방글라데시 최남단 콕스바잘에서 열리는 국제아트비엔날레 콕스바잘 2015에 참석하기 위해 8월 말부터 한 달간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습니다. - 기자 말

거리에 가득 붙여진 콕스바잘 비엔날레 2015 포스터
 거리에 가득 붙여진 콕스바잘 비엔날레 2015 포스터
ⓒ Orchid Cha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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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첫 번째 워크숍을 마치고 나자 어론노 다다가 밝은 모습으로 들어왔다. 방금 시장에게 승인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리고 행사포스터가 나와 우리가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거리 곳곳에 포스터 작업도 마친 상태라고 했다.

'조금 더 일찍 승인을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아 있지만, 드디어 승인을 받았다는 안도감에 간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모든 게 준비가 됐다. 앞으로 더욱 박차를 가할 일만 남았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다다와 함께 공립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공립도서관은 예정된 완공날짜가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기저기 건물 곳곳에 공사에 사용하는 자재들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고 벽돌과 모래 등이 앞마당에 쌓여 있었다.

오전보다는 깔끔해지긴 했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오늘을 제외하면 단 3일.

모든 게 준비되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이곳에서 행사를 치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수도에서 총예술감독 라집과 함께 사람들이 도착해있었다. 콕스바잘팀과 다카팀 그리고 한국에서 온 우리 두 명, 총 15명. 국제 아트비엔날레 콕스바잘 2015 첫 회의가 시작됐다. 정전이라 불이 없었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전기 없는 암흑 속에서 콕스바잘 비엔날레 2015 첫 회의가 진행됐다.
▲ 국제 아트비엔날레 콕스바잘 2015 첫 회의 전기 없는 암흑 속에서 콕스바잘 비엔날레 2015 첫 회의가 진행됐다.
ⓒ Orchid Cha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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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승인을 받은 것과 워크숍 시작으로 이미 행사가 시작되었다며 서로 자축의 박수를 치며 전기가 없는 어둠 속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콕스바잘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비엔날레를 개최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뿐 아니라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고 심지어 조롱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파트너들이 늘기 시작했고 조롱과 의아함이 질투와 부러움으로 바뀌고 있다며 행사를 시작하는 소감을 전하기 시작했다.

"여러 해 동안 어론노가 콕스바잘에서 진행해온 아트페스티벌을 발판삼아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기회를 나누기 위해 저희는 더 큰 꿈을 그릴 것입니다. 여기 모인 15명이 우리 모두가 이 축제의 주인입니다. 그리고 곧 이곳에 모이는 예술가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모인 우리는 촛불입니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을 위해 촛불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밝힌 촛불이 점점 번져나가 콕스바잘을 넘어 방글라데시 곳곳을 밝힐 것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것입니다."

총예술감독의 짧은 인사말에는 힘이 있었다. 주위를 둘러 봤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오래된 동지를 만난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의문은 사라지고 이들과 함께라면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행사 3일 전에 나온 콕스바잘 비엔날레 2015 초대장
 행사 3일 전에 나온 콕스바잘 비엔날레 2015 초대장
ⓒ Orchid Cha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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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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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디데이 3일. 도서관 2층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한편에 축제사무국 임시 사무실을 꾸렸다. 작품도 모두 이곳으로 옮겼다. 작품을 다시 하나씩 확인하고 도서관 돌며 작품전시를 어떻게 할지 의견을 나누고 서로 계획을 공유했다.

작품 중에는 2014년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인 슌덜번에서 침몰한 유조선으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 2013년 종교 갈등으로 촉발된 불교도마을 습격사건과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난민 문제 등 방글라데시의 주요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2014년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인 슌덜번에서 침몰한 유조선으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를 소재로 한 사진작품
 2014년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인 슌덜번에서 침몰한 유조선으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를 소재로 한 사진작품
ⓒ DAP 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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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가난민 사진전시 설치. 관객들은 방범창 넘어, 로힝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로힝가난민 사진전시 설치. 관객들은 방범창 넘어, 로힝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 Orchid Cha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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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로힝가 난민 이슈를 다룬 작가는 오랜 시간 관심을 두고 작업해온 인도 사진작가로 미얀마 난민센터에서 찍은 사진으로 이번 비엔날레에 함께 하게 됐다. 로힝가부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계 소수민족으로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고 있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이 로힝가 문제를 놓고 수년째 홍역을 치르고 있다.

로힝가 이슈를 다룬 사진은 실내가 아니라 전시관 밖 담에 전시하기로 했다. 관객들은 방범창 넘어, 로힝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준비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준비
ⓒ Orchid Cha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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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진행 중이라 부족한 게 많은 공간이었다.

세련된 갤러리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주변의 것을 살려 우리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콕스바잘 비엔날레 전시 준비
 콕스바잘 비엔날레 전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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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준비 중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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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디데이 2일부터는 본격적으로 갤러리별로 작품 설치가 시작됐다.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질 한국 갤러리와 아이들의 종이접기로 꾸며질 종이접기 갤러리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두 방에 배정됐다.

크기나 위치는 마음에 들었지만 방의 분위기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완공되지 않은 방의 벽은 투박하고 거칠었다. 두 갤러리의 작품 설치는 물론 공간을 콘셉트에 맞게 꾸미는 것도 우리 몫이었기 때문에 작품 전시에 대한 압박감은 커졌고, 이 거친 공간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다. 어론노 다다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즐겨야 해. 이 두 공간만큼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 너희가 즐기지 못하면서 이 공간을 꾸민다면, 절대 재미있는 공간이 되지 못할 거야.

그리고 작품만으로 상상하는 이미지도 있지만, 너희가 직접 섭외하고 만나서 소통했던 작가의 생각, 분위기. 그리고 너희 사진들도 전시되잖아. 이곳에서 이 작품들을 너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없어. 기술적인 도움은 언제든지 줄 테니까. 너희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봐." 

"'즐거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고민해봐!"

그리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론노 다다와 셥보 다다가 중간중간 확인을 하며 조언을 줬다.

한국 갤러리도 문제였지만, 종이접기 갤러리도 문제였다. 아이들의 작품만으로 방을 채우기에는 작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고민도 커졌다. 종이접기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고민하다 종이접기 갤러리에 아이들 키 높이에 맞춰 종이로 나비를 접어 천사 날개를 만들어 포토존을 만들고 색종이를 찢고 조각을 붙여 방글라데시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중간에 워크숍까지 진행해야 해서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워크숍이 끝나면 7시 반. 10시가 넘으면 머무는 집의 대문이 굳게 닫혀버려 간이 9시가 넘으면 일찌감치 집에 가길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선택의 여지 없이 연이은 밤샘작업을 해야 했다.

눈썰미 좋은 친구들이 붙어 우리의 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꼬박 3일. 상미와 나 둘만 작업했다면 절대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함께라서 할 수 있었고 즐길 수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더위와 모기, 잠과 싸워가며 한 밤샘 작업이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억나는 순간들이 많다. 밤샘 작업 중 상미 몰래 상미의 생일파티를 한 기억, 우리의 손을 덜어준 친구들과의 밤샘수다, 깊은 밤 정신이 몽롱해질 때면 노래를 불러 우리만을 위해 콘서트, 새벽에 배탈이 났지만 화장실이 없어 고생한 기억(화장실도 설치 전이었다)까지도 추억으로 남았다. 

밤샘 작업 중 생일을 맞은 상미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인 친구들.
 밤샘 작업 중 생일을 맞은 상미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인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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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맞은 상미를 위한 깜짝 파티
 생일 맞은 상미를 위한 깜짝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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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개막식을 앞두고 회의를 하고 있다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개막식을 앞두고 회의를 하고 있다
ⓒ Orchid Cha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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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포스팅은 DAPLS 브런치에도 중복게재했습니다



태그:#방글라데시, #콕스바잘 비엔날레 , #DAP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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