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의 신해철 편

지난 24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의 신해철 편 ⓒ JTBC


오는 27일 고 신해철의 기일을 맞아 지난 24일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와 JTBC<히든싱어4> 등 신해철을 추모하는 특집 프로그램이 연이어 방송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 1회 우승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 27일 의료 사고로 사망하기까지 사람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스타였다. 새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참신하면서도 독특한 사운드에 냉철한 시대정신까지 깃든 메시지로 중무장하였던 신해철의 음악은 1980년대 말, 1990년대를 살았던 청춘의 친구이며, 삶의 동반자였다. 때문에 때 이른 비보는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뮤지션을 기리기 위해 <불후의 명곡>과 <히든싱어4>는 오롯이 신해철을 위한 축제를 마련했다. 원래 <불후의 명곡> <히든싱어4> 자체가 경연 형식을 빌려 가요계의 한 획을 그은 유명 가수를 재조명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신해철 편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단지 이날 특집의 주인공인 신해철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남기고 간 메시지, 그리고 그와 함께 울고 웃었던 추억.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신해철을 더욱 그립게 했다.

 지난 10월 세상을 떠난 고 신해철

지난 2014년 10월 세상을 떠난 고 신해철 ⓒ KCA엔터테인먼트


<불후의 명곡>과 <히든싱어4>는 평소대로 출연자들 간의 대결로 진행됐으며, 치열한 경연 끝에 최종 우승자가 결정됐다. 하지만 '신해철 편'은 누가 더 노래를 잘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는가 등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신해철과 그의 노래를 기리는 자리에서 모든 가수와 모창능력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그의 노래를 불렀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요, 잠시나마 신해철이 팬들 곁에 없는 아쉬움을 덜게 했다.

하지만 오직 신해철을 위한 헌정 방송에 응당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함께 축배를 들어야 할 신해철은 그 자리에 없었다. 평소 위트 넘치고, 재미있는 일상을 추구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최대한 유쾌하게 진행했지만, 신해철의 부재는 불현듯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이는 <불후의 명곡> <히든싱어4>를 통해 다시금 신해철을 떠올리면서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오늘날 신해철을 있게 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부터 <히든싱어4> 미션곡으로 소개된 '재즈카페' '날아라 병아리'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그 외에도 '도시인' '안녕' '일상으로의 초대' '인형의 기사 part2' 등 셀 수 없이 많은 명곡을 남긴 신해철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뮤지션이다.

그러나 기일 1주년을 앞둔 지금, 고인을 그 어느 때보다 그립게 하는 것은 그가 만든 훌륭한 음악뿐만은 아니었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날 서면서도 애정 어린 일침을 날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신해철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저명한 뮤지션 그 이상이었다.

때로는 특유의 날카롭고도 단호한 어투 때문에 호불호가 엇갈렸고, 수많은 논란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처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도 논리정연하고 그 와중에도 세상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던 논객도 드물었다.

뮤지션이기 이전에 민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순된 현실에 당당히 맞서고자 했던 신해철.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2015년 10월.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폐부를 찌르던 신해철 특유의 독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고인의 흔적을 더듬기 위해 <불후의 명곡> <히든싱어4>에 나오는 신해철의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며 위대한 뮤지션이면서 뛰어난 논객이었던 신해철을 기억하고자 한다.

오랜 세월 청춘들의 정신적 지주로 무병장수할 줄 알았던 신해철이 없는 혼란한 세상을 어떻게든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지만 큰 위로. 비록 신해철은 아쉽게도 그 자리에 없었지만, <불후의 명곡>과 <히든싱어4>로 다시 들을 수 있었던 그의 노래와 목소리와 주옥같은 메시지는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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