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보기엔 새정치연합이 "국정교과서 내용이 '친일·독재 미화'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 주장과 새누리당이 "좌편향적 역사교과서를 바로 잡자"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둘 다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집에서 찍은 이 사진을 SNS를 통해 널리 알렸다.
▲ 피켓 시위 집에서 찍은 이 사진을 SNS를 통해 널리 알렸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역사란 단순한 사실을 나열한 기록이 아니다. 그 사실을 오늘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더 나아가 그 기록을 통해 우리가 배울 것을 발견하고, 현재 실현해나가는 일련의 흐름이 바로 역사다. 그러기에 역사는 과거형이 아니라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2015년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각자 소위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그리고 중도 등의 다양한 입장이 있다. 우리 사회엔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그렇게 균형을 맞추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새정치연합이 제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이유'도, 새누리당이 제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이유'도 내게 그 무게는 똑같다. 둘 다 역사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이며 다양성이라는 의미에서 둘 다 모두 의미가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민주주의 생명은 다양성에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정교과서에 실릴 '내용(각자의 역사관이 반영된)의 싸움'이 아니라고 본다.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좌편향으로 볼 것이냐. 우편향으로 볼 것이냐'가 아니다. 역사교과서를 누가 주도해서 만드느냐, 즉 국정화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부가 주도해서 역사책을 만든 적이 있다. 바로 1973년에 있었던 일이다. 1972년에 유신체제가 선포되고 그 이듬해였다. 그때 결정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핵심 문제는 '국민에게 단 하나의 역사관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런 행위가 1973년에 있었고, 2015년 오늘 또 반복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했던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우리민 족을 상대로 주력한 일이 있다. 바로 '식민지 사관'을 심어주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일본정부가 주도하여, 일본정부의 입맛에 맞춰, 역사책을 만들어 교육하는 일이었다. 일본정부가 바라보는 단 하나의 역사관으로 우리 민족을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장악해야 우리 민족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일본정부의 전략이었다.

어느 보수단체의 현수막에 적힌 '하나의 대한민국, 하나의 역사'란 구호는 정부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세계 역사에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역사'를 표방한 예가 있었다. 나치 독일,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일본, 공산 소련 그리고 김일성의 북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교과서를 정부가 주도해서 바꾸겠다는 발상 자체가 바로 독재이기에 나는 반대한다. 민주사회의 생명은 언제나 '다양성'에 있다. '획일성, 일방성 그리고 독재성'은 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민주주의에는 항상 치명적인 독이었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그 독을 빼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루고 몸살을 앓으며 변화를 겪어왔다. 이제 와서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겠다는 건가.


태그:#국정화, #국정교과서, #독재, #국사교과서 국정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