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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12일에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안을 행정예고한 이후 역사교사와 연구자를 비롯한 각계 각층에서 수많은 반대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국민의 의견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국정화 방안이 이미 확정된 것인 것 마냥 교과서 제작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국정화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부는 정책을 시행하거나 변경하기 전에는 반드시 이를 예고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행정예고안에 대하여 국민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정부는 반드시 국민이 제출한 의견을 존중하여 처리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국민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의 경우 공청회를 실시하여 전문가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으며, 모든 사안에 대해 국민의 참여와 협력의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까 지난 12일에 정부가 발표한 교과서 국정화 방안은 아직까지는 시행안을 행정예고한 데 불과하다. 교육부도 11월 2일까지 20일의 기간 동안 국정화 방안에 대해 "우편과 팩스로만"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제시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단지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고 법이 정한 의무에 따라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역사 교과서는 휴대폰보다 덜 중요한가?

그러나 우리가 쉽게 짐작하는 것처럼 정부가 예고기간 동안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반영하는 일이 결코 법조문 상의 빈 말에 불과하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7월에 발표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단통법의 여러 쟁점들에 대해 행정예고 기간 중에 의견을 수렴하여 조정할 방침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최대 쟁점이었던 이른바 '분리공시'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처음 발표한 고시안에서 일단 이를 제외하고 예고 기간 중에 의견을 수렴하여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하기도 하였다.

당시에 나온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정부가 실제로 통신기 제조업체, 통신사, 유통업체,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공청회를 실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데 열의를 보였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분리공시를 결국 철회한 데에는 정부가 개최한 간담회 등을 통해 최대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

휴대폰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 교과서 문제가 다른 어떤 사안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정부와 여당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논란이 거듭되는 사안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들으려 하지 않는가?

12만 건의 시민 의견, 인천시교육청을 멈추다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정부를 움직인 사례들도 있다. 지난 2012년 인천시 동구에 위치한 박문여중·고 이전을 둘러싼 문제가 대표적이다. 인천시 교육청은 당시 박문여중·고를 동구에서 연수구를 이전하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처음에는 법으로 규정된 행정예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그제야 행정예고를 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2012년 7월 25일부터 8월 14일에 걸친 행정예고 기간 중에 시민들은 팩스, 우편, 직접 방문 등을 통해 교육청에 12만 건이 넘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교육청에서 시민들이 제출한 12만 건이 넘는 의견을 일일이 취합하여 처리하는 데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교육청은 예고 기간을 한참 넘긴 9월 말에 이르러서야 시민들이 제출한 의견들을 정리하고 이를 반영하여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각각 42%로 동일하게 집계되었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국민이 반대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정부가 주장하는 것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면, 찬반 양론이 이렇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고시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부 스스로 최소한의 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예고기간이 끝나는 11월 2일까지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교과서 제작 준비가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시민이 직접 나서 교육부에 의견을 제출하자

교육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방법은 번거롭기는 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11월 2일까지 찬성 혹은 반대 의견과 사연을 적어서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함께 첨부하여 교육부로 우편 혹은 팩스로 보내면 된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함께 적는 이유는 내가 제출한 의견에 대해 교육부가 반드시 처리 결과를 통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견을 수렴하는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 역사교육지원팀의 연락처는 아래와 같다.

전화 : 044-203-7002
팩스 : 044-203-7009
주소 : 세종특별자치시 갈매로 408 정부세종청사 14동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 339-012

논란을 거듭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제대로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강행하는 교육부에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자.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모든 시민과 단체들은 교육부에 직접 의견을 제출하자. 교육부는 국민이 제출한 의견을 존중하여 처리하고, 그 결과를 반드시 통지해주어야 한다.

제출한 의견이 1만 건을 넘어 10만 건 이상에 달한다면, 교육부도 더 이상 국민의 의견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20일의 예고 기간에 도저히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의견이 제출되는데도 시행을 강행한다면, 일개 시의 교육청도 준수한 법적 절차조차 지키지 않는 정부가 만드는 교과서를 그 누가 올바르다고 하겠는가?

행정절차법 준수는 김을동 의원도 한 목소리

영화 '암살' 상영회에 온 김무성과 김을동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 '암살' 상영회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 등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영화 '암살' 상영회에 온 김무성과 김을동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8월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 '암살' 상영회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 등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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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시민들이 의견을 제출해도 정부가 무시할까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마디를 덧붙인다. 지난 3월 새누리당 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을동 의원이 직접 정부를 향해 행정절차법 준수를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김을동 의원은 "행정예고 기간 동안 정부가 묵묵부답"하는 행태를 지적하면서 "행정예고라는 이름으로 행정경고가 자행되고 있다"며, "각 부처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행정예고 절차가 요식행위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물론 교과서 문제를 두고 한 말은 아니지만, 한번 믿어보기로 하자.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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