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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집무실로 꾸린 이동 버스 안에서 서울시 정책추진 부서 관계자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일자리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무실로 꾸린 이동 버스 안에서 서울시 정책추진 부서 관계자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일자리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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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약 한달간 99개의 '일자리 현장'을 직접 찾는 일자리 대장정에 돌입했다. 박 시장은 현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일자리에 관한 현실과 고충을 경청하고 기업과 함께 일자리 창출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약 한달간 99개의 '일자리 현장'을 직접 찾는 일자리 대장정에 돌입했다. 박 시장은 현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일자리에 관한 현실과 고충을 경청하고 기업과 함께 일자리 창출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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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말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 저녁 직장맘과의 간담회를 잊을 수 없었다.

십여 년을 다닌 회사에서 결혼을 하고 드디어 그토록 소망하던 아기를 가져 출산휴가 3개월을 다녀 왔더니 책상이 없어졌다는 이야기, 육아휴직 이야기를 상사에게 했더니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야기, 출산휴가를 갔다왔다는 것만으로 엉뚱한 부서, 먼 지역으로 전출시켜 버렸다는 이야기 등을 들으며 울음을 삼키고 말았다는 것.

박 시장은 "세종대왕 때 노비들한테도 허락됐던 육아휴직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개탄하고 "직장맘 전용 고충처리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서울시의 정책수단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7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일자리 대장정'에 나섰다. 오전에는 시청 집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서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지난 14일도 하루 종일 노원구 상계동 문화의거리 빵가게 상인들의 협업현장, 구로구 구로시장의 청년창업 현장, 청년들의 일자리 재교육기관인 상상캔버스 현장, 용산구의 열정도 청년장사꾼 골목상생 현장 등을 방문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상계동에서 구로시장으로 가는 일자리대장정 버스 안에서 박원순 시장을 인터뷰했다.

박원순 시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직장맘지원센터 상담실. 테이블 위에 휴지가 놓여있다.
 박원순 시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직장맘지원센터 상담실. 테이블 위에 휴지가 놓여있다.
ⓒ 박원순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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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까지 간담회 하고 방에 들어가 페이스북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아파트에서 택배 기사 체험을 하자,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박 시장은 "함께 일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니어 택배는 너무 좋은 사업이다.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면 손주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말에 이런 사업을 서울 전역에 확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아파트에서 택배 기사 체험을 하자,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박 시장은 "함께 일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니어 택배는 너무 좋은 사업이다.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면 손주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말에 이런 사업을 서울 전역에 확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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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도 새벽 1시까지 (일자리대장정) 하셨다던데 피곤하지 않나.

"피곤하면 이동중 중간 중간에 잠깐씩 잔다."

- 주무시는 거 못 봤는데.
"상계동까지 오면서 좀 잤다. 어제 잠이 좀 모자라긴 했다. 방에 들어가서 스마트폰 좀 하고 잤으니까. 근데 난 정말 현장 체질인거 같긴 하다. 사람들 만나고 얘기를 듣고, 뭔가 함께 모의를 하고. 이런 게 재밌지 않나. 안에만 있으면 못 듣는 얘기가 너무 많은데,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바닥에서 경험한 거니까..."

- 어제 몇 시간 잤나.
"새벽 1시 40분에 잤으니까. 5시간 정도. 청년들이 2차회의 하자는 것을 할까말까 고민했는데…."

박 시장은 전날 밤 마지막 일정으로 밤 10시부터 '민달팽이 협동조합' 조합원과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일정은 10시부터 시작해 11시 50분까지였는데 토론 분위기가 뜨거워 새벽 1시까지 이어진 것이다. 건너편 자리에 앉은 서동록 경제진흥본부장은 "어젯밤 우리는 피곤해서 죽겠는데, 시장님은 마지막까지 얼굴이 환하시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 그 체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즐거움이다. 문제를 해결해주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즐겁다."

박 시장은 일요일인 지난 11일 덕유산을 등반했다. 총 8시간, 13km 거리를 걸었는데, 함께 산행했던 한 지인은 박 시장이 "다람쥐처럼 다니더라"고 전했다.

"아기 낳고 직장에 돌아가면 자리 빼라고 "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용산구 동자동 한 양말인형공방을 찾아 쪽방촌 어르신들과 함께 인형 만들기 일자리 체험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용산구 동자동 한 양말인형공방을 찾아 쪽방촌 어르신들과 함께 인형 만들기 일자리 체험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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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담회 분위기는 어땠나.
"정말 열기가 뜨거웠다. 청년들의 주택문제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이 모였다. 어떤 사람은 울기도 하고. 사실 이런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보배같은 존재다.

특히 그저께 직장맘들과의 간담회는 참 인상적이었다. 도대체 국가가 왜 존재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 사람들이 힘들 때 언덕이 되어주고 방패막이가 돼 줘야 하는데 그런게 못되는 거다, 정부가. 지방정부도 포함해서. 저출산 이유가 다 있더라. 세종대왕 때 노비에게도 보장됐던 육아휴직이 대한민국에선 안되는 거다. 법에 있기 때문에 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페이스북에 올렸다. 직장맘지원센터 상담실에 가보니 휴지통이 놓여있더라. 이게 뭔가 했더니, 여기 들어가서 상담하면 누구나 눈물을 흘리니까 휴지통을 미리 준비해놓은 거더라."

서 본부장은 "아기 낳고 산후우울증 걸린 상태에서 직장에 돌아갔더니 자리를 빼라고 해, 10년간 지낸 직장에서 모멸감을 느끼고 쇼크를 먹어서 그냥 합의하고 나왔다"는 한 직장맘의 사례를 전하며, 눈물바다가 된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임대료 상한제, 권한만 있으면 당장 해버릴텐데..."

- 페이스북에 글을 직접 쓰나.
"이건 직접 썼다. 어제 낮에. 가끔 직원이 올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내가 올린다. 현장에 없었으면 이런 걸 쓸 수 없지 않나."

- 어떤 글은 시장님이 올린 게 아니구나 싶은 게 있다.
"(한 페이스북 글을 가리키며) 이런 건 내가 안 올렸지.(웃음)"

- 본론으로 되돌아가서, 요즘 전세문제가 심각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은 월세와 전세에 저당 잡힌 것 같다. 이렇게 과도하게 주거주택비에 쓰는 나라는 없을 거다. 그건 토지와 건물이 소수 내지는 있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고, 과도한 탐욕에 의해 너무 많이 부풀려져 있다. 뉴욕 시장은 임대료의 상한선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서울시장은 그게 없다."

- 권한이 있으면 그렇게 할 건가.
"당연하다. 바로 해버릴 것이다. 권한만 있으면(웃음). 하나 더 얘기하면, 거대도시인 서울은 지방과 상황이 다르다. 근데 권한은 중앙정부가 다 가지고 있어서 보편적인 제도나 법령을 가지고 강제한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보조도 정률제로 해야하는데 정액제로 한다. 서울시는 땅값이 훨씬 비싸니까 불공평하다. 이렇게 서울시민이 오히려 더 힘든 게 많다. 맞춤형이 아니면 시민들이 피부에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없다. 그런 게 많다."

- 시장님은 관사 사니까 집걱정 없겠다.
"나는 관사 안 살 수가 없다. 원래 집이 없으니까. 시장 그만두고 안 되면 시골 가서 군수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관사가 필요하다(웃음). 요새 전세 이렇게 비싼데 내가 서울에서 어떻게 살겠나."

- 대통령은 안 나가시더라도 군수는 나가시겠다?
"허허. 농담이다. 그런데 내가 시장 그만두고 1년만 열심히 하면 집 한칸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전엔 나도 제법 잘 나갔다니까.(웃음)."

- 그런데 왜 지금 그렇게 빚이 많나.
"내가 돈 벌어서 집에 한푼도 안 갖다줬으니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재산신고액에 따르면 박 시장은 7억8454만 원의 빚이 있다.

- 그건 가장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
"나도 잘 몰랐다. 그렇게 늘어났는지. 애들 잘 크고 별 문제 없었으니까."

- 어떻게 보면 맘만 먹으면 다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빚이 7억이든 8억이든 신경 안 쓰신 것 같다.
"그런 거보다, 집사람이 다 챙기니까 나는 일체 신경 안 썼다. 집사람은 내가 젊어 잘 나갈 때 돈쓰는 거 말리지 않았고 돈벌어야 한다고 안 했다. 암튼 시장 그만두면 갚아나갈 수 있을 거다. 책도 쓰고 강연도 많이 다니고."

"아들 증인소환 정치적... 다른 걸로 확인 가능할 텐데"

- 요즘 아들 문제 때문에 시끄럽다.
"의도적으로 하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 좀 취재를 해주라."

- 불출마 선언하면 아마 쏙 들어갈 거다.
"이미 내가 여러 번 시장 일에 전념하게 해달라 했는데 세상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 아들 증인출석 문제는 어떻게 됐나.
"모르겠다. 법원에 재고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황이다. 어차피 재판부도 바뀔 가능성이 있고, 금방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 법원은 아들 불러다가 뭘 확인하려는 걸까.
"정치적인 것이다. 다른 걸로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한 것인데, 내가 얘기 듣기로는 증인소환은 보통 재판하고 양쪽 의견을 들어서 하는 건데, 재판 열리는 날도 아닌데 임의로 보냈다더라."

- 계속 소환하게 되면 나갈 수밖에 없는 건 아닌가.
"엄밀하게 보면, 법적 송달을 해야 하는데 외국에 있으니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 소환장을 본인이 아니라 시장공관으로 보내면 효과가 없지 않나.
"없다고 하더라. 어찌 됐든 비리가 있었다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지 않나. 예를 들어 병무청 의사가 돈을 받았다든지 하면 몰라도.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도 비리가 있을 확률 거의 없다고 했지. 심지어 조갑제씨도 문제 없다고 그랬더라.

- 설명을 해도 계속 의혹을 제기하니 답답하겠다.
"이런 걸 보면 대한민국이 참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태그:#박원순, #일자리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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