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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 날개를 달다 비상
ⓒ 이레춤사랑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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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과 예술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배고픈 것이 예술이고 배부른 것은 상업이라고 한다. 이 말이 맞는다면, 무용 분야는 분명 예술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배고픔과 외로움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만나본 지역 예술인들의 특징을 보면, 물론 고가의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인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검소한 생활을 한다. 지향하는 가치가 일반인과는 좀 다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2015 천안흥타령춤축제에 출전, 이례적으로 대학교가 아닌 일반 단체에서 영예의 대상자가 나왔다. 대상을 받은 이레춤사랑예술단의 조유진 단장을 통해 지역의 공연문화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성, 그가 생각하는 무용에 대한 철학을 들어 봤다.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그의 연습실을 찾아 나섰다. 아파트가 밀집된 상가 건물을 연습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연습생들이 없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집은 사람을 닮아 간다고 했던가? 연습실이 상당히 깨끗하게 잘 정돈 되어 있었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천안지역에는 꽤 큰 편이라고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며 무용이라는 분야에 큰 획을 긋고 있는 그이기에 새삼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공백기 동안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했다"

공연에서 흘린 땀방울만큼 박수를 받는다.
▲ 연습 공연에서 흘린 땀방울만큼 박수를 받는다.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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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무용하시게 됐는지?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께서도 반대를 많이 하셨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에는 허락하시더라고요. 이후에는 적극 지원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춤꾼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시립무용단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이레춤사랑예술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춤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무용은 늘 배고픔(정신, 육체)에 연속인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준비하지만 끝나면 뭔가 허전함이 남지요. 이것을 어떻게 잘 이겨내는가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연예술은 관중의 사랑을 먹고 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소화하는가 또한 자신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쉼 없이 노력하고 연구해서 최고의 무용수이자 연출가가 되고 싶습니다."

전국무용제, 제목:아득하고 아득하여
▲ 출연작 전국무용제, 제목:아득하고 아득하여
ⓒ 이레춤사랑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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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작
▲ 흥타령 출전 대상 수상작
ⓒ 이레춤사랑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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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립무용단에서 활동했다고 들었습니다.
"학교 졸업 후 시립무용단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많은 작품을 만들고, 열정과 인내로 최선을 다해서 기량을 연마했죠.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정 수준에 올랐을 때 이 한계를 이겨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람과 부딪쳐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잠깐의 공백기가, 무용인으로서 많이 갈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던 중 지인의 도움으로 예술단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대상 수상작
▲ 흥타령 출전 대상 수상작
ⓒ 이레춤사랑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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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레춤사랑예술단은 어떻게 운영하게 되었나요?
"천안지역의 공연예술문화가 낙후된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에서도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답을 찾던 중, 지역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지인께서 도움을 주셔서 예술단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운영하는 부분에서 지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참 고마운 분이세요.

예술단을 운영하면서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전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타 도시보다 수준 높은 지역의 문화 발전을 이루어 가기 위해서, 전통과 변화에 발맞춰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 예술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딱히 어떤 부분이라고 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다 어렵습니다. 우선 수익사업이 아니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웃음) 그리고 춤꾼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습니다. 예술은 대중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관심의 부재 또한 상당히 힘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땀 흘리다 보면 어느 순간 무대에서 '나'를 표현하고 있을 것"

조유진 단장의 프로필 사진
▲ 프로필 조유진 단장의 프로필 사진
ⓒ 이레춤사랑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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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춤 경연 전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2015 천안흥타령춤축제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대회인가요? 그리고 수상 소감을 부탁합니다.
"매년 10월 열리는 대회로 참가팀은 학생부·일반부·흥타령부·실버부로 나누어집니다. 올해는 전국에서 170여 개 팀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선·본선·결선으로 경연이 진행되며 총상금은 7500만 원입니다. 이중 일반부에서 대상을 받게 됐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단원들과 몇 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단원들이 전문가 그룹이 아니므로, 작품을 이해하는 부분과 세심한 동작을 하나하나 익히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서로 한마음 되어서 연습하고 지도하다 보니,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좀 더 성숙한 공연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영예의 대상 수상
▲ 시상식 영예의 대상 수상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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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타령 대상 수상작
▲ 소녀의 기도 흥타령 대상 수상작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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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출품하신 '소녀의 기도'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천안 지역의 대표적 인물인 유관순 열사의 조국에 대한 충과 효를 기리고자 했습니다. 분쟁과 대립 속에서 사라져 가는 자유와 평화를 회복하고자 하는 몸부림, 암흑 속에서 빛을 찾고자 하는 광복의 움직임을 유관순(소녀)의 기도로 그려냈습니다.

공연은 유관순 열사와 함께 희생된 순국선열들의 희생된 넋을 기리고, 오늘날 후예가 된 청년들이 나라 사랑과 조국에 대한 헌신을 다짐합니다. 공연 마지막에 나라 사랑의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부분도 덧붙였습니다."

- 무용 꿈나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무용을 좋아하시나요? 그러면 땀을 흘리세요, 그리고 그 땀을 즐기세요. 그럼 어느 순간 당신은 무대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있을 겁니다."

배고픔과 외로움을 이겨내고 문화공연예술을 위해서 열정을 불태우는 단원들. 이들을 통해서 한층 발전된 문화를 누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한 작품 한 작품이 희생과 열정으로 완성된다. 젊은 예술인들의 노력과 지역주민의 관심으로 드높은 문화로 발전하기 바라본다.

환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조유진 단장과의 만남은 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태그:#이레춤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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