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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철을 맞아 소래포구 재래시장은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 소래포구 꽃게철을 맞아 소래포구 재래시장은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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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정오무렵 썰물에 소래포구는 뻘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낚시꾼들이 망둥어를 잡기 위해 뻘이 드러난 곳에 앉아 망둥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성질이 급한지 망둥어는 쉴새없이 손맛을 느끼게 했고, 잡힌 망둥어는 곧바로 손질되어 가을 햇살에 널려 꼬득거리며 말라간다.

포구를 바라보면 한가하지만, 소래포구를 낀 소래포구재래시장은 해산물을 사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온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 소래포구재래시장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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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점심시간이면 사람이 뜸할 시간이지만 소래포구재래시장은 손님들로 넘쳐났다. 이미 소래포구 입구에서부터 차들이 길게 줄을 섰고, 시장주변의 주차장은 차를 댈 곳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가을전어와 산낙지(6마리에 만 원)에 시선을 빼앗겼지만, 이내 꽃게를 사러 시장에 왔으니 충동구매를 하지 말고 꽃게만 사서 집으로 가자고 아내가 재촉한다.

꽃게를 살 때, 게장을 할 것인지, 찜을 해먹을 것인지, 무침을 할 것인지 물으면 상인들이 친절하게 거기에 맞는 게를 추천해 준다.
▲ 꽃게 꽃게를 살 때, 게장을 할 것인지, 찜을 해먹을 것인지, 무침을 할 것인지 물으면 상인들이 친절하게 거기에 맞는 게를 추천해 준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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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초, 소래포구의 주인공은 꽃게였다. 크기에 따라 키로에 1만 원에서부터 1만 5천 원까지 다양했다. 가을에는 수게가 살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즘은 암게도 살이 오르는 시기라고 한다. 게를 들어보니 묵직한 것이 살이 오를대로 오른 듯하다.

게장용과 무침용과 찜용,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게를 추천한다. 게장을 담글 게는 수게로 약간 작은 것으로 추천을 하고, 찜으로 먹을 것은 암게 큰 것으로, 무침할 것은 냉동하여 손질한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단다.

국내산 꽃게가 1kg당 크기에 따라 1만원 부터 1만 5천원까지 다양했다.
▲ 꽃게 국내산 꽃게가 1kg당 크기에 따라 1만원 부터 1만 5천원까지 다양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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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돌고 돌면서 꽃게를 살피고, 가격도 가장 적당한 듯한 가게에서 찜으로 먹을 것과 간장게장용으로 조금씩 샀다. 알뜰쇼핑을 하자고 다짐을 했건만, 풍성한 해산물 앞에서 그 다짐은 무너졌다. 젓갈류 중에서 낙지젓과 명란젓을 더 사고, 점심은 간단히 새우튀김과 오징어 튀김으로 떼웠다.

한주박마다 꽃게들이 크기별로 가득하다.
▲ 꽃게 한주박마다 꽃게들이 크기별로 가득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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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보람은 있어서 꽃게찜을 해서 저마다 하나씩 놓고 뜯어먹는데 가히 꿀맛이다. 솔직하니, 살은 조금 덜 찬 듯하다. 그래도 게 한마리와 밥 한 그릇을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꽃게찜을 한껏 먹고 나서 간장게장을 담근다. 인터넷에 소개된 수많은 레시피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이제 냉장고에 냉동된 꽃게를 꺼내어 다리고 식힌 간장을 부으면 간장게장을 담그는 일은 끝이다. 오늘 밤에 꽃게엔 간이 배일 것이고, 그 순간 꽃게는 밥도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아내와 나는 밥도둑을 만드는 중이다.

간혹, 사는 게 아주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마냥 시끌벅쩍하고, 세상 소식을 들으면 골머리가 지끈거릴 때에는 그냥 다 내려두고 맛난 것 장봐서 맛나게 밥 한끼 해먹으면 행복도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강탈하는 나라는 나쁜 나라다.

그러고보니 오늘의 불쾌지수는 TV나 SNS를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본만큼 올라간 것 같다. 이런 날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맛나게 먹고 맛나게 자는 것도 나를 위해 좋은 날이겠다.

소래포구재래시장은 꽃게가 한창이다. 가을 꽃게는 소래포구재래시장에만 한창이 아니라, 전국각지의 어시장마다 한창일 것이다.


태그:#소래포구, #소래포구재래시장, #꽃게, #전어, #산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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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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