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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FC,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축구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공중파 채널에서 방송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솔직히 말하면 잘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축구'라는 타이틀을 달면 흥행하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축구' 펍은 쉽게 문을 닫고 '축구' 가이드북은 판매량이 저조했다. 그러니 축구를 다룬다는 말에 반가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포털에 공개된 시청률 추이 갈무리. 대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화제성만큼은 인정해야 할 듯 싶다.
 포털에 공개된 시청률 추이 갈무리. 대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화제성만큼은 인정해야 할 듯 싶다.
ⓒ 닐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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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FC 헝그리 일레븐'(아래 청춘FC)의 첫 회를 본 감상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예능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에 더 가까울 정도로 건조한 느낌 때문에 오히려 KBS1 채널에 더 어울릴 정도였다.

하지만 방송을 거듭할수록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평소 축구 관련 글이 전혀 올라오지 않는 여성들의 커뮤니티에 청춘FC의 이야기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미미했다.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혹은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게시판에 특정 선수의 이름이 거론되고 이들이 왜 프로선수가 되지 못했는지, 혹은 왜 방출되었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축구를 좀 아는 이들은 K리그는 '클래식'이라는 명칭의 1부 리그가 있고 '챌린지'라고 부르는 2부 리그 그리고 '내셔널 리그'라는 실업팀이 존재한다고 알려줬다. 또 다른 이는 특정 선수가 나이별 대표팀에 선발되었음에도 왜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못했는지 혹은 해외 리그에서 왜 쉽게 자리 잡지 못하는지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축구를 알지 못하던 사람'들은 청춘FC를 통해 축구를 알게 되었다.

너나 나나 다를 게 없는 우리는 청춘

그런데도 나는 왜 청춘FC의 연습경기에 수천 명의 사람이 보러오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종영하지 않았기에 성공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이 프로그램, 어떻게 화제가 된 걸까?

단순히 미디어의 힘이라고만 보기에는 어려웠다. 비결이라고 한다면 청춘FC는 시청자와 거리감을 좁혔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어색한 선수들의 첫 만남과 구토가 나올 정도로 힘든 훈련 그리고 안정환 감독의 뼈아픈 충고를 보여준다. 축구선수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환호를 받고 수십억 연봉의 화려하기만 하거나 특별한 직업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팀 명 자체가 주는 '청춘'이라는 단어도 유효했다. 찬란하면서도 아팠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시청자가 감정이입 하면서 더 큰 공감과 반응을 끌어냈다.

안정환 감독은 선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선수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한다.
 안정환 감독은 선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선수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한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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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FC의 경기력, 경기장에서 직접 확인해보니

편집된 영상으로는 선수의 기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데려온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가 있음을 상기시켜볼 때 청춘FC의 실력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기장에 가는 게 적절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6일 펼쳐진 FC서울과의 경기를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기로 했다. 자세한 경기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적지 않는다. 다만 훌륭하고 부족하고를 떠나 청춘FC가 완벽하게 하나의 팀으로 보이긴 했다.

호흡이 맞지 않거나 훈련량이 부족하면 그게 실수로 드러나는데 그런 점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특히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보인 선수도 세 명 정도 보았다. 결과를 떠나 개인적인 기대에 미쳤는가를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청춘FC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티셔츠를 입고 클래퍼를 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청춘FC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티셔츠를 입고 클래퍼를 들고 한 목소리를 낸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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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은 알지만

대학팀을 그만두고 해외진출을 했다가 실패한 선수,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드래프트를 앞두고 부상을 입은 선수, 프로팀에 있다가 방출이 된 선수까지. 또 해외에서 뛰다가 오랫동안 휴식기를 갖게 된 선수, 이민을 하였지만 기회를 잡기 위해 한국에 무작정 온 선수, 기량은 좋지만 나이가 많은 축에 드는 선수, 진로를 바꿔 법을 공부하지만 축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선수 등.

청춘FC에는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선수로 가득하다. 자신의 실수이던 노력이 부족했던 그들은 실패를 맛봤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최상의 결과라고 함은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것이다. 제작진 역시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쨌든 결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최근 제작진의 행보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빡빡한 일정 속에서 프로리그의 각 팀 선수를 차출해 청춘FC와 경기를 펼친다는 계획에 감독과 기자들의 지적이 있기도 했다.

시청자는 알고 있다. 프로그램의 종영 후 단 한 명의 프로입단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축구계의 현실이라는 걸. 그러니 얼마 남지 않은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짓기 위해서라도 제작진도 부담감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태그:#청춘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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