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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들이 3일 밤샘 조업을 마치고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정박 중이다. 사진 뒤로 보이는 왼쪽 섬이 갑도이고 오른쪽 섬은 석도이다.
▲ 중국어선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이 3일 밤샘 조업을 마치고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정박 중이다. 사진 뒤로 보이는 왼쪽 섬이 갑도이고 오른쪽 섬은 석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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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선언 8주년, 남북관계는 여전히 '냉랭'

북방한계선(NLL)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을 앞두고 유엔 사령관이 한강 하구에서 서해5도까지 그어놓은 선이다. 연합군과 남한의 항공기와 선박이 북한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NLL 인근 서해5도에 대한민국 국민이 살기 때문에, 남한은 이 영토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서해5도에 대해서 남한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지만, NLL을 기준으로 남쪽 해역이 남한 영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NLL이 한반도 최대 화약고다 보니, 이 일대에서 1ㆍ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사건 등, 남북 간 국지전이 발생했다. 게다가 남북 간 대치로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NLL이 처음부터 화약고였던 건 아니다. 1953년 7월 미국이 북한ㆍ중국과 체결한 정전협정에 NLL은 군사분계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북한이 1973년 서해5도 수역을 북한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한반도 화약고로 등장했다.

남한 정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를 근거로 NLL 이남을 남한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제법으로도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은 아니라고 주장해,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이에 2007년 남북 정상은 10.4 공동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채택해 해법을 모색했다. 10.4선언 3조를 보면,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 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를 협의하는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 간 회담을 금년(=2007년) 11월 중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어진 5조에서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남한 정부의 5.24조치(=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 대응으로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그리고 올해 8월 비무장지대 남측에서 발생한 북한제 목함지뢰 폭발로 남한 군인이 큰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남한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남북관계는 8.25 공동보도문이 나오기 전까지 일촉즉발의 대치상태에 놓였다.

8월 25일 남북은 '비무장지대 남측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군인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을 골자로 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당시 보도문에는 ▲빠른 시일 내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 ▲올해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 진행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은 무산됐다. 당국회담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것과 남한 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다시 대치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이렇게 대치국면으로 치달을 때마다 전쟁위협이 드리우는 곳이 바로 NLL이다. 이런 탓에 NLL 인근 수역을 서해평화지대와 공동어로구역으로 지정하자고 10.4선언을 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남북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회원들은 10.4선언 8주년을 맞이해 지난 10월 4일 연평도 해역에서 남북공동어로구역 지정과 공동조업으로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고 공동이익을 실현하자고 제안했다.
▲ 남북공동어로구역 인천평화복지연대 회원들은 10.4선언 8주년을 맞이해 지난 10월 4일 연평도 해역에서 남북공동어로구역 지정과 공동조업으로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고 공동이익을 실현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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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 불법조업 공동대응이 공동이익"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가 탈냉전 흐름에 맞춰 적극적인 북방외교 정책으로 중국ㆍ러시아와 수교를 맺기 전까지 인천은 해양 진출 기회가 막혀 서울의 위성도시, 임해공업단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동북아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와 남북 교류를 추진하면서 인천의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인천 해안선의 철조망이 철거되고, 국제항과 국제공항을 갖추면서 대양과 대륙으로 진출이 가능해졌다.

인천은 한-중 교역과 북-중 교역, 그리고 남북 교역을 잇는 요충지다. 개성공단 확대와 해주공단 가동, 5.24조치 해제로 남북 교역 확대, 서해 남북공동어로 등이 이뤄지면 인천국제항과 인천국제공항은 남한의 관문을 넘어 한반도 관문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10.4선언은 인천을 위한 선언이나 다름없다. 또한 남북이 대치하는 동안 중국어선은 10년 넘게 우리 어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남북이 손잡고 공동으로 관리한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다.

이에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0.4선언 8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연평도를 방문해 공동어로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김홍진 공동대표는 "대규모 자금을 들이지 않고, 지금 당장이라도 손잡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서해 공동어로사업이다. NLL 수역을 싹쓸이하는 중국어선은 남한 정부가 단속하러 가면 북한 쪽으로 넘어가 버린다. 남북이 지금이라도 협력하면 이를 막을 수 있고, 서로 공동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서해5도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싹쓸이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다. 어업소득 감소도 문제지만 어장까지 모조리 파괴되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우선 남북 공동으로 불법조업에 대응한 뒤 어장을 정해서 공동으로 관리하면 된다, 우리 어선은 우리 어선대로 조업하고, 북한 어획량을 우리가 매입하면 우리도 이득이고, 북한도 이득이다"라고 덧붙였다.

연평도 김영식씨는 또 "어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는 일이다. 10.4선언에 담겨 있는 남북공동어로구역 지정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사실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해도 우리 어구가 좋아서 우리가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속내도 있다. 노 대통령이 이걸 하자고 했던 건 데 NLL 포기 논란으로 왜곡시켰다"라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들이 NLL 수역에 정박 중인 중국어선을 뒤로 하고 연평도 연안에서 굴과 소라를 채취하고 있다.
▲ 연평도 연평도 주민들이 NLL 수역에 정박 중인 중국어선을 뒤로 하고 연평도 연안에서 굴과 소라를 채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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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FTA에 맞춰 개성공단을 국제화"

어려운 조건에서도 남북관계의 끈을 이어주는 곳은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은 2010년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그해 생산액이 3억 2332만 달러를 기록했다. 5.24조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가동이 166일(4~9월) 동안 중단된 2013년에는 생산액 2만 2378 달러를 기록하며 최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최근엔 최저임금 문제로 난항을 겪었지만, 남북이 극적으로 5%인상에 합의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한반도 평화엔진'이라 일컫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불안과 투자 기피 현상은 사실 최저임금 상승 때문이 아니라, 남북 간 정치ㆍ군사적 갈등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남한 자본에 한상자본 또는 중국자본이 결합한 형태로 투자해 개성공단을 국제화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화로 남북 갈등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또한 향후 한ㆍ중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시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한 조항에 따라 개성공단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국제화로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가동을 보장하는 게 남한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시리아 사태도 저런데, 북한 난민 오면 국가 마비"

박영일(인하대 명예교수) 우리겨레하나되기인천운동본부 상임대표는 "2014년 기준 한국 수출액은 7282억 달러(상품과 서비스 포함)다. 이를 세계 경제블록으로 보면 중국 21.2%, 미국 15.8%, 유럽연합 10.6%, 일본 6.2% 순이다"라며 "중국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북한 임금수준은 단동 중국인 노동자의 34%, 베트남ㆍ미얀마 노동자의 48~58% 수준이다. 그만큼 '메이드인 개성공단'은 향후 기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성공단이 한국경제에 미친 계측자료(=한국은행·한국산업단지공단)를 보면, 부가가치생산액 2.6조~6조원, 생산유발액 3.2조~9.4조원 규모다"라며 "반면, 북한노동자 인건비는 8840만 달러로 북한이 연간 1억 달러를 벌면, 남한은 약 15억~30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상임대표는 또, "시리아 난민사태로 유럽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본이 극도로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북한 붕괴 시 일본으로 북한 난민 100만명이 넘어오는 사태다"라며 "우린 과연 그 사태를 받아들일 수 있나? 단언컨대 그런 사태가 오면 온 나라가 마비된다. 그래서 한ㆍ중 FTA를 계기로 개성공단을 국제화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을 얻는 일이자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10.4선언, #북방한계선, #남북공동어로구역, #서해5도,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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