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사업 위탁수행자로 선정된 사단법인 한국영화배급협회(회장 우남익) 홈페이지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사업 위탁수행자로 선정된 사단법인 한국영화배급협회(회장 우남익) 홈페이지 ⓒ 한국영화배급협회


영화진흥위원회(김세훈 위원장, 이하 영진위)는 독립예술영화관들과의 갈등을 선택하는 것일까? 국내외 독립영화관들의 반대 속에 영진위가 밀어붙이고 있는 2015년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사업의 위탁사업자 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이 결과를 두고 독립영화진영은 "독립예술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표로 있는 곳을 사업자로 선정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식의 사업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신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사업 위탁수행자로 사단법인 한국영화배급협회(회장 우남익)가 선정됐다. 영진위는 총 5인의 심사위원들이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심사운영세칙에 따라 해당 단체의 사업수행계획의 충실도, 사업목표 및 기대효과, 지원금 운영계획의 타당성, 사업수행능력, 인력구성 및 운영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영화배급협회는 1999년 비디오 업계의 건전한 유통질서확립, 건전한 비디오문화 육성, 회원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됐던 한국영상산업협회가 2013년에 이름을 바꾼 단체다. 우남익 대표는 영화수입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나 주로 DVD, 블루레이, 화보집 제작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 운영자에게 산부인과 맡긴 꼴"

하지만 공모에 1개 단체만이 신청했고, 독립예술영화와는 무관한 사람이 대표로 있는 단체가 독립예술영화배급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제천영화제 개막작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을 연출한 김대현 감독은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 이전에 독립영화와 무관한 지원자라면 탈락시켜야 했다"며 "게다가 재공모까지 했는데 1팀 만 지원했다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위탁수행단체에 대해 알고 있다는 한 영화 제작자는 "이 사업이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며 "장례식장 하는 사람에게 산부인과 운영을 맡긴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영진위 소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영화계 인사 역시 "한국영화배급협회라는 이름과 달리 주요 영화배급사들이 회원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DVD배급협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영진위도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심사평을 통해 "사업 첫 해라 발생하는 영화 관련 업계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신청 단체가 1개 단체뿐이었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독립예술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아트나인 정상진 대표는 "재공모가 아닌 재재공모를 해도 1팀 이외에 다른 어떤 단체나 개인도 이것에 대해 지원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 년에 한편이라도 독립예술영화를 극장에서 본 사람이라면 절대 이 제도에 대한 지원신청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끌레르영화제 오동진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영화제 심의면제 조항을 없애려고 했던 것만큼 아주 중요한 문제"라면서 영진위의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시일이 촉박해 1개 단체가 지원한 것이지만 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라"며 "기한을 넘기면 사업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사업은 위탁사업자를 선정해 독립예술 영화를 선정하고 이를 조건에 따라 상영하는 극장에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극장을 선정해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이 사업을 두고 독립예술영화관들의 프로그램 자율성을 무시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다수 독립예술영화관들이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이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영화들, 정부가 불편해 하는 영화들의 상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독립영화진영의 우려다.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유통지원사업 한국영화배급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