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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대령.
 이종명 대령.
ⓒ 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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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6월 27일 오전, 육군 제1사단 수색대대장 이종명 중령(당시 계급·육사 39기)은 후임 대대장과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비무장지대(DMZ) 수색정찰에 나섰다. 이 중령과 후임 대대장 설동섭 중령(육사 40기), 수색중대장 박영훈 대위가 군사분계선(MDL) 앞까지 접근한 사이 20여 명의 부대원들은 후방에서 이들을 엄호하고 있었다.

이날 8시 40분께 "꽝" 하는 폭음과 함께 설 중령이 쓰러졌다. 지뢰가 폭발한 것이다. 이 중령은 즉각 부대원들에게 은폐 지시를 내린 후 혼자서 설 중령이 쓰러진 곳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다른 폭음과 함께 이 중령의 신체도 솟구쳤다. 그 역시 지뢰를 밟은 것이다. 부하들이 사고현장으로 접근하려 하자 이 중령은 또 다른 지뢰가 있을 수 있다면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추가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 중령은 두 다리가 절단된 채 포복으로 기어 나왔다. 이 중령과 설 중령은 헬기편으로 긴급 후송돼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15년 전 지뢰폭발의 현장에서 투철한 군인정신을 보여준 이종명 대령이 37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24일 전역했다.

육군은 이날 충남 계룡대 소연병장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이종명 대령을 비롯한 대령 10명의 전역 행사를 개최했다.

15년 전, 전우 구하다가 지뢰 피해... 37년 군생활 마무리

이 대령은 전역사에서 "지난 37년간 발전하는 조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동참해 그 대열에서 작은 힘을 보태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라면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예비 전력이자 육군의 홍보대사로 힘을 더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인 김금란씨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37년 군 생활 동안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전역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축하 메시지를 전할 수 없지만, 원치 않는 사고로 군 생활 절반을 불편한 몸으로 고통과 아픔을 모두 이겨내고 당당하게 전역하게 돼 감사하다"라고 적어놨다.

군은 지난 2001년 이 대령의 사례를 통해 신체장애를 입은 현역 군인이 계속 군에 복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 덕분에 이 대령은 2년 반의 치료과정을 거쳐 군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2002년 타인의 귀감이 되는 군인과 군무원에게 주는 '참 군인 대상'을 수상했고, 2004년 대령으로 진급했다. 상이군인이 현역 근무가 가능하도록 육군의 인사 관련 규정이 개정된 이후 몸이 성치 않은 이가 대령에 진급한 경우는 이 대령이 처음이다. 합동군사대학교에서 지상작전 교관으로 후배들을 양성했다.

육사 39기 동기회는 'DMZ 작전 중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희생정신을 발휘해 부하 장병의 추가 피해를 막고 위기상황을 극복한 참군인의 표상을 보여줘 자랑스럽다'는 글을 새긴 감사패를 이 대령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이 이만큼 발전하게 된 것은 책임감과 열정으로 그동안 육군을 이끌어온 여러분 덕분"이라며 "육군은 여러분이 흘린 땀과 고귀한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태그:#이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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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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