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말에 임명된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영진위원들(사진 위) 지난 8월 27일 임명된 영진위원들(사진 아래)

지난해 12월말에 임명된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영진위원들(사진 위) 지난 8월 27일 임명된 영진위원들(사진 아래) ⓒ 문화체육관광부


영화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이하 영진위원) 선임과 관련한 김종덕 문화부 장관의 인사 행태를 비판하는 성명을 3일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영화계와 소통 없이 이뤄지고 있는 인사에 문제제기를 하는 모양새지만, 현재 구성된 영화진흥위원회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영화인들의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연대회의는 성명에서 그간 진행된 일련의 영진위원 인사를 지적하며 "역대 정권이 일관되게 추진했던 영화계의 추천이나 의견 개진이 무시됐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예산 삭감 및 불용처리'를 주도했던 김종국 현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목하며 인사권자인 김종덕 장관의 책임을 강조했다. "예산 삭감 논란이 일자 김종덕 장관은 영화진흥위원회의 결정사항이라 번복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마치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된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이미 영화계와 소통 없이 인사권을 행사한 주체인 장관의 주장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특히 영화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으로 위원과 위원장이 선정되는 현재의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영화진흥위원회는 위원회라는 명칭을 버리고 '영화진흥원'으로 변질되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로 다른 이유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분들도 권위 있는 활동을 보장받을 수 없음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김종덕 장관 취임 이래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영화진흥위원회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영화인들의 신뢰성은 바닥을 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대회의는 "영진위의 제반 사안에 대해 영화인들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제반 법률 개정 활동을 진행할 것"과 "향후 임기동안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누적된 불만의 표출

연대회의의 이번 성명은 지난달 27일 새로 선임된 영진위원들이 최소한의 소통 요구가 무시된 채 일방적인 임명이 이뤄졌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 지난해 연말 김세훈 영진위원장 임명 이후 순차적으로 교체된 영진위원들이 하나같이 영화계의 대표성을 갖기에는 부족한 인물이라는 것도 영화계가 공개적인 유감을 표시하게 된 이유다. 특히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 논란을 일으킨 김종국 부위원장이 영화계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영화계의 불만 요인이다.

영화계 인사들은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 논란 중심에는 김종덕 장관과 김종국 부위원장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보복 논란이 크게 제기된 사안이었음에도 김종덕 장관은 "영진위의 결정이라 번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김종국 부위원장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며 영화계의 사퇴 압박에 대해 억울하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이명박 정권 당시 영화계 갈등을 유발했던 문화미래포럼 활동 전력과 관련해 "내가 문화미래포럼 일반 회원으로 활동은 했지만 사무국장 등을 맡은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진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세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나를 음해하기 위해 퍼뜨린 이야기"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연대회의가 성명을 통해 "장관의 주장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한 배경은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사실상 장관이 아무런 책임도 안 지려고 회피하는 데다, 실무자로서 책임을 물어야 할 김종국 부위원장을 비호하고 있는 아니냐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제반 법률 개정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영진위원 선임에 있어 영화계 추천을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현행 규정에 추천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으나 권고조항 성격이지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일방적인 임명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일방통행식 인사권 남용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며 -

2014년 8월 20일 임명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기 시작 이후 , 총 9명의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에 대한 임명을 8월 27일부로 마무리했다. 2014년 12월 31일 김세훈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비롯해 2인의 신임 위원 임명을 필두로 2015년 3월 2일에 3인의 신임 위원, 그리고 2015년 8월 26일 다시 3인의 신임 위원을 임명했다. 주무기관의 장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인사권을 마무리한 셈이다.

임기에 따른 시차에 의해 위원들이 임명되었을지언정, 김종덕 장관의 인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역대 정권이 일관되게 유지했던 영화계의 추천 혹은 의견 개진 없이 장관의 독단에 의해 인사관이 행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계의 추천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별도의 추천 절차 없이 장관이 임명하게 된 법률적 근거는 2007년 4월 1일자로 시행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볍률> 제26조 3항에는 존재했던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다른 법령이나 준정부기관의 정관에 따라 당연히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는 사람을 제외한다)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여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이 임명한다.'는 조항이 2009년 12월 29일 개정되면서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다른 법령이나 준정부기관의 정관에 따라 당연히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는 사람은 제외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는 주무기관의 장이 임명하되, 기관규모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이거나 업무내용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준정부기관이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이 임명한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영화진흥위원회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준정부기관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별도의 임원 추천위원회의 추천이 필요 없게 됐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도 영화계의 추천은 여전히 유지됐다. 1999년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로 바뀐 주된 이유인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분권자율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화 현장과의 긴밀한 협조 관계가 핵심이라는 것을 이명박 정부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이 삭제되었지만, 또 다른 아래의 법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위원회의 구성방법)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법 제8조에 따른 영화진흥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하여 분야별 관련 단체 등에 위원의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

물론 위 조항 역시 강제 조항이 아니다.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가 아니라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분권자율기구가 그 위상에 맞게 활동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그리고 그 인식의 차이는 자못 상반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15년 영화계의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예산 삭감 및 불용처리'를 주도했던 심사위원장은 김종국 현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이다. 2014년 12월 31일 김종덕 장관이 임명했던 위원이다. 논란이 일자 김종덕 장관은 영화진흥위원회의 결정사항이라 번복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마치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된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이미 영화계와 소통 없이 인사권을 행사한 주체인 장관의 주장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준정부기구이면서 동시에 분권자율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는 거의 모든 사항이 9인위원회의 회의·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영화계의 추천을 통해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는 절차를 거쳤다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운영 결과에 대해서도 영화계가 공히 책임을 나누어 질 수 있는 구조가 된다. 하지만 영화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으로 위원과 위원장이 선정되는 현재의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더 이상 영화진흥위원회는 위원회라는 명칭을 버리고, '영화진흥원'으로 변질되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저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분들도 권위 있는 활동을 보장받을 수 없음이 자명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곳이다. 영화 관람료의 3%로 조성되는 영화발전기금이 영진위의 예산이며, 한국영화의 진흥을 위한 정책들은 영화진흥위원회 9인위원회에서 통과되어야 집행될 수 있다. 따라서 영화 진흥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9인위원회는 매우 중요하고, 단 한 명의 위원도 허투루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국회의 감사를 받는 준정부기관(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공공기관의 구분)으로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듯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분권자율기관이다. 하지만 김종덕 장관 취임 이래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영화진흥위원회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영화인들의 신뢰성은 바닥을 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분권자율기관으로 정상화되기를 바라면서 김종덕 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뜻을 전달한다.

1. 김종덕 장관이 행한 일방통행식 인사권 남용에 대해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2. 향후 우리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제반 사안에 대해 영화인들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제반 법률 개정 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3. 향후 임기동안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라.

2015. 9. 3.
영화단체연대회의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영진위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김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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