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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게 있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고객님'이 아니다. 아니, 애초부터 고객님이었던 적이 있었는지나 모르겠다. 우연히 모 보험회사 사무실을 지나다가 보험설계사들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고객은 사골이야. 최대한 우려먹어야 돼. 그럼 뭔가 하나라도 더 나와"

이 말은 굉장히 충격적으로 와 닿았고 이후에도 금융회사의 배를 불려주는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가입할 때는 뭐든 다해줄 것처럼, 평생의 동반자일 것처럼 느껴지던 보험설계사들이, 막상 서류에 사인하고 나면 연락조차 힘들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지는 않는가? 명절에 선물을 챙겨주고 생일까지 챙겨주는 다정한 설계사들도 있다고? 어쩌면 당신은 우려낼 게 남아있는 사골일지도 모른다.-<놓치고 싶지 않은 내 돈> '프롤로그'에서.

은행이나 보험사 등은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차린 회사다. 그들은 우리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고, 고객님이라 불리는 우리는 그들의 특정 상품을 사는 손님 혹은 소비자인 것이다. 그러니 그냥 가게 등을 이용할 때처럼 쉽고 마음 편하게 이용하면 될 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는 내 돈> 책표지.
 <놓치고 싶지 않는 내 돈> 책표지.
ⓒ 피톤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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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막연히 어려운 곳이 은행이나 보험회사(설계사들)들이요, 상품들이다. 그리하여 공연히 주눅 들거나 쫄게 된다. 이유 없이 말이다.(나만 그런가?)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고객님이라 불리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든지 움직여 사줘야만 존재할 수 있는 그들이 도리어 아쉬운 입장인데 말이다. 바뀌어도 한참 바뀐 상황이다. 심지어는 은행을 '고객의 자산을 지켜주고 불려주는 공적인 기관(공공기관)'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까지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알게 모르게 새어 나가는 내 돈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돈을 제대로, 가급 많은 이익을 얻으며 불릴 수 있을까?'

<놓치고 싶지 않은 내 돈>(피톤치드 펴냄)은 이 둘이 주제. 모두 5부로 나눠 공연히 어렵고 막연히 주눅 들곤 하는 은행과 보험사 등에 대해 낱낱이 알려주고, 조언한다.

마이너스 통장의 함정은 이자에 있다. 복리이자 대출상품이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다. 예를 들어서 연 10%, 1천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5백만 원을 빼서 썼다고 하자. 한도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로 가정할 때 이자를 얼마나 물어야 될까? 그저 가만히 두기만 해도 이자가 대출한도인 1천만 원까지 도달하는 속도는 7년 이면 충분하다.

마이너스 통장 역시 크게 보면 신용대출이다. 그럼에도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일반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고객이 대출한도를 모두 인출해 가지 않아도 은행은 고객의 인출 요청에 대비해서 자금을 보유한다. 이러한 규제에 따라서 충당금을 쌓아두어야 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은행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일반대출보다 약 0.5~2% 정도의 가산 금리를 더 적용한다. 은행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고객들이 마이너스 통장의 돈을 아무 제약 없이 쓸 수 있도록 유도까지 한다. 통장과 연계된 체크카드가 바로 그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내 돈>에서.

지난날 한때 내가 빠졌던 함정이라 좀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마이너스 통장'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신용카드사들이 회원유치에 혈안이 되었던 1990년대 말 당시, 아무런 담보 없이 1천만 원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K은행의 신용이 꽤 괜찮은 고객이었다. 때문인지 낯익은 은행직원이 어느 날 먼저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제의했고, 아쉬울 때 유용할 것 같기도 해 선뜻 응했다.

그러나 아쉬울 때만 쓰리라던 마음은 그리 오래지 않아 무너졌다. 장사를 하다 보니 지갑 사정이 들쭉날쭉했다. 특히 많은 돈을 들여 계절상품을 들여야 할 때면 통장잔고를 싹싹 긁어야 할 때도 있었는데,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 전에는 그럴때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털어 해먹곤 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후 바뀌었다. '물건 팔아 메꾸면 되지'의 생각으로 외식도 하고 옛날 같으면 형편이 될 때로 미뤘을 것들도 별다른 생각 없이 구입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고 부끄럽기만 하다. 높아진 한도는 내가 그들에게 빚을 많이 썼기 때문, 그런데도 제살 파먹는 줄을 모르고 써댔으니 말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엄연한 대출, 즉 빚이란 것을 알 수 있는데 우수고객에게 주는 특혜인양 우쭐하며 썼음이 말이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은행이 우수 고객이라며 마이너스 통장이든 신용카드든 알아서 먼저 권하고, 혜택인양 올려준 한도만큼 내 빚은 늘어났고, 몇 년 후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의 달콤함 그 대가를 치르는데 아이들의 돌반지와 통장 등 귀한 것들을 빼앗기듯 잃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 일부만이라도 인식하고 있었다면 내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힘들게 번 내 돈, 놓치고 싶지 않다면...

▲예금과 적금, 보험, 펀드 등과 같은 금융상품 가입 시 꼭 알아야 할 것들과, 몇 번이고 확인하고 따져야 할 것들은? ▲호갱(호구+고객)이 아닌 당당한 고객이 되려면? ▲가급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금융 상품들과 각 상품별 수수료의 진실은? ▲은행이나 보험사들의 재테크 미끼와 거짓말은 이렇다? ▲수입이 적어도 그에 맞춰 제대로 저축하거나 돈 불리는 방법은 있다. ▲모르면 못 받는다 보험금, 무엇을 알고 있어야 제대로 받을까? ▲신용관리는 체중관리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자들은 4명의 재무전문가. 경제 관련 TV프로그램에서 진행자나 전문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 버리는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은행 직원이나 보험설계사, 그리고 그들이 내미는 서류 앞에서 복잡해하거나 주눅 드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몇 년 전의 필자처럼 마이너스 통장의 함정을 특혜인양 착각하고 쓰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들을 조목조목 알려주고 조언한다.

들어올 돈보다 메꿔야 할 돈이 더 많은 형편으로 살다보니 은행과 그리 친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 사회인이 된 내 아이들은 은행과 친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힘들게 번 제 돈만큼은 제대로 관리할 줄 아는, 자신들의 재무관리를 야무지게 할 줄 아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금융관련 아는 것이 없어 은행에서 호갱인 나, 아이들에겐 무엇을 어떻게 조언해줄까? 이런 바람 때문에 선택해 읽은 책이다.

아이들은 체크카드를 쓴다. 꽤 알뜰하게 저축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부모의 노파심으로 훗날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많다고 짐작되는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에 대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해줬더니 딸이 신용카드 때문에 허덕인다는 제 친구 이야기를 한다. '이제 겨우 21살인데', 안타까운 마음에 내 아이들과 같은 젊은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놓치고 싶지 않은 내 돈> (봉정아. 정상욱. 김현우. 최용진) | 피톤치드 | 2015-07-01 | 13,700원



놓치고 싶지 않은 내 돈 - 재테크 미끼와 그들의 거짓말

봉정아 외 지음, 피톤치드(2015)


태그:#은행, #보험사(보험설계사), #호갱, #신용카드, #마이너스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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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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