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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의 청년들에게는 많은 것이 요구된다. 토익 점수는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하기에 토익학원을 다니고 스터디를 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대외활동 또한 필수적이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험, 조별과제 등 모든 것을 성실하게 해서 학점도 잘 받아야 한다. 청년들이 이러한 활동을 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청년들을 위한 공간은 부족하다.

청년들은 결국 공간을 찾아 카페로 향한다. 4100원 정도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을 지불하면 그나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 팀으로 진행되는 대외활동을 했던 정누리(23)씨는 팀 활동을 위해 카페를 자주 찾았다. 스터디카페는 시간 단위로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카페를 주로 이용했다는 그는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고 시간제한이 없어서 카페에서 주로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페는 특성상 많은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찾기 힘들고, 활동의 스케일이 커지면 눈치가 보여 불편했다고 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으로 향하는 청년들 또한 공간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토익 학원에 다니며 스터디를 했던 최기서(25, 가명)씨는 스터디 할 곳이 없어 술집에서 스터디를 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낮에는 술집이 영업하지 않으니까 그곳을 학원에서 빌려서 스터디 공간으로 제공해 줬다"며 "협소하고 조명이 술집 조명이라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학원비를 지출하지만, 그가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하다.

대학 내에서 제공하는 공간 또한 부족하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과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15년 1월 공동으로 발표한 '대학 환경 실태조사'에 의하면 대학생의 60%는 한 학기에 조별과제를 3개 이상 수행하며 주당 1.1회, 회당 1.9회 스터디룸을 이용한다. 교내 공간이 부족해 결국 사설 스터디룸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카페와 스터디룸은 일정정도의 돈만 지불하면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이용이 가능하다. 굳이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이곳저곳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활동을 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카페와 스터디룸의 사용 비용은 적잖은 부담이다. 또한, 장기 프로젝트를 해야 하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간을 사용해야 하는 청년들에겐 불안정한 공간이다.

무중력지대, 청년허브... 청년들을 위한 공간

청년허브 미닫이사무실
 청년허브 미닫이사무실
ⓒ 서울시청년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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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정말 카페뿐일까? 공간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곳을 찾아보고, 이를 사용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 공간으로, 광화문에 위치한 '드림엔터'는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3시간의 시간제한이 있고 예약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

대학생 김원우(26)씨는 팀 네트워킹을 위한 공간을 찾던 중 '드림엔터'를 알게 되었다.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만나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고, 쾌적해서 좋다"며 "회의실을 예약하지 않아도 로비에 비치되어있는 빈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관한 대방동의 '무중력지대'와 녹번동의 '청년허브'도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무중력지대와 청년허브의 곳곳에는 자유롭게 앉아서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들이 마련되어 있다. 평일 오전에는 작은 규모의 언론 스터디나 취업 스터디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청년허브의 창문카페라 불리는 공간은 사전에 신청할 필요도 없고 자유롭게 사용가능하다. 조금 큰 규모의 모임을 위한 공간은 미리 신청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다.

청년허브의 미닫이 사무실은 청년 활동을 하는 청년단체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청년허브를 사용하는 청년들은 청년허브에 대해 "다른 청년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서로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청년허브에서 만난 조지나(가명)씨는 "청년허브를 찾기 전에는 청년활동을 하는 청년들은 서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활동가 입장에서는 불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청년허브는 곧 동기부여의 공간이 된 것이다.

곧 문을 여는 '청년청' 또한 청년활동의 자립을 위해 공간지원이 필요한 청년단체·기업·커뮤니티·개인들에게 연간 125만 원 정도의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제공한다. 무엇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다른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데 주저되지 않는 공간, 서로의 시선이 불편하지 않고 지지가 되는 공간을 표방하는 청년청은 청년이 꿈을 꿀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줄 것이다.

드림엔터를 사용하고 있는 김원우 씨는 "좋은 위치의 좋은 공간에서 무료로 공간을 사용하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모임과 네트워킹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실 수가 4개로 한정적이고, 접이식 문으로 되어있어 소음이 심하며 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정도라 아쉬움을 느낀다고 한다.

청년허브의 미닫이 사무실을 이용하는 청년들도 비슷한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박정현(가명)씨는 "청년허브에서 제공하는 미닫이 사무실의 경우 임대료가 저렴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한정된 공간 때문에 사무실 간의 간격도 좁고 휴식공간들과도 나뉘어 있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받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청년문제 해결, '공간'이 있어야 가능하다

서울시 청년허브 창문카페
 서울시 청년허브 창문카페
ⓒ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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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쾌적하고 조용하며 합리적인 비용을 가진 공간을 바란다. 이를 충족하는 공간은 드물다. 청년허브에서 만난 사람들, 또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청년들이 바라는 바는 비슷했다.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가치를 축적할 수 있는 공간을 사회가 제공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앞서 제시한 공간들이 무조건 좋은 공간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청년들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허브나 무중력지대를 사용하는 청년들이 가장 아쉬운 점으로 손꼽았던 점은 서울 중심과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홍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곳을 알지 못하는 청년들이 태반이다. 청년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제공해 주고자 하는 청년청 역시 2017년에 철거가 예정되어있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청년들은 공간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삶은 공간을 통해 나오고 그 공간은 사람에게 힘을 준다. 단지 공간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나 공간이 주는 힘은 역동적이다. 청년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며 꿈을 꿀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단순히 공간이 제공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청년들이 모임으로서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서로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된다.

자신을 확인받고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 공간은 더 생길 필요가 있다. 청년에게 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들이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하영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열었습니다.



태그:#청년허브, #무중력지대, #청년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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