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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박람회장 해안을 오염시켜 물의를 일으킨 캐미칼 운반선의 모습. 본사가 서울에 소재한 1500톤급 캐미칼 운반선 Y호의 기관사는 28일 긴급체포 됐다.
 여수세계박람회장 해안을 오염시켜 물의를 일으킨 캐미칼 운반선의 모습. 본사가 서울에 소재한 1500톤급 캐미칼 운반선 Y호의 기관사는 28일 긴급체포 됐다.
ⓒ 여수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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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박람회장 앞 바다를 기름범벅으로 만든 범인이 검거됐다. 사고 발생 3일만이다. 물의를 일으킨 선박은 서울에 소재한 1500톤급 캐미칼 운반선 Y호로 밝혀졌다.

여수해양경비안전서(아래 해경)는 여수세계박람회장 앞 바다에 기름을 유출한 혐의로 Y호의 1등 기관사 정모(64)를 28일 오전 긴급 체포했다.

해경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6일 태풍이 북상중인 가운데 여수신항 북방파제 북쪽 2km지점에서 투묘(닻을 내리는 작업) 대기 중에 기관연료인 중질성 폐유 약 2톤을 바다에 유출했다.

오리발 내민 기관사, 결국 범죄 시인

여수세계박람회장 해안을 오염시켜 물의를 일으킨 1500톤급 캐미칼 운반선 Y호의 선수에 기름유출 흔적이 선명한 가운데 해경이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해안을 오염시켜 물의를 일으킨 1500톤급 캐미칼 운반선 Y호의 선수에 기름유출 흔적이 선명한 가운데 해경이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 여수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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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버려진 기름은 바람과 조류의 영향을 받아 방파제 안으로 떠밀려 박람회장 내 자갈마당, 여객선부두를 오염시켰다(관련기사: 여수박람회장 앞바다 기름 범벅... 누가, 왜?). 다행히 이날 조류가 약해 기름띠가 신항으로 떠밀려 피해 반경이 적었다. 만약 조류나 파도가 거세 오동도 밖으로 퍼졌다면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이 넓게 번질 뻔했다. 태풍이 안 와서 천만다행.

사고를 접한 해경은 크루즈 부두는 물론 여수항만 VTS 자료 등을 토대로 선박 8척의 시료 31점을 채취해 서해해경본부로 긴급 분석을 의뢰했다. 이후 Y호의 선내에 있는 폐유와 배출된 기름 성분이 유사하다는 분석결과를 토대로 Y호의 선원들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선원들은 처음 기름을 버린 사실에 대해 부인하다 증거를 제시하자 배출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해경 관계는 "기관사는 26일 새벽 4시경에 기름을 바다로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관실 해수펌프실에서 밸브나 펌프 오조작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태풍이 북상하는 가운데 일부러 버렸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26일 여수세계박람회장 해안에 중질유가 떠밀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기름띠를 제거하고 있다.
 26일 여수세계박람회장 해안에 중질유가 떠밀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기름띠를 제거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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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사고 당일이 휴일인데도 신고를 접수 받고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를 빠르게 알렸다. 또 회원들이 보트를 현장으로 급파해 사고수습에 힘을 보탰다.

반면 여수시의 늦장 출동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초로 신고를 받은 해경은 122구조대가 1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여수시 공무원은 민간 포함 6개 단체 중 꼴찌였다. 이날은 12호 태풍 할롤라의 북상으로 비상 상황인 점을 가만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초동대처 조차 미흡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오염지역은 박람회장 앞 바다로 공유수면이 아닌 항만구역이어서 유관기관끼리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아 눈치 보기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어업생산과가 '해양오염 전담'하는 한심한 여수시

26일 박람회장 오염으로 기름범벅이된 가운데 여수시의 늦장 출동이 비난을 사고 있다. 동원현황판에 해경, 항만청, 박람회재단, 민간구조대가 상당히 출동했으나, 여수시는 아직 이름조차 없다.
 26일 박람회장 오염으로 기름범벅이된 가운데 여수시의 늦장 출동이 비난을 사고 있다. 동원현황판에 해경, 항만청, 박람회재단, 민간구조대가 상당히 출동했으나, 여수시는 아직 이름조차 없다.
ⓒ 여수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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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척의 대형유조선이 여수산단을 드나들지만 여수시는 해양오염 전담 방제과가 없다. 20년 전 '시프린스호 사건'과 1년 전 '우이산호' 사건을 비롯 대형 해양오염사고가 났지만 아직까지 어업생산과가 그 일을 전담하는 한심한 수준이다.

특히 해양오염사고시 여수해경이 총괄 주관하고 오염제거는 여수해양수산청이 담당하는 반면 여수시는 단지 지원파트 업무를 맡도록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를 통해 본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수환경운동연합 박근호 해양환경위원장은 "사고수습 후 여수시의 초동 대응이 늦은 점과 유관 기관끼리 업무를 주관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뜬 기름을 빨아내는 유해수기가 펌핑이 안 되고, 흡착포 부족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여수시 담당자는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어업생산과 이한곤 과장은 "해양오염 사고가 나면 전체적인 총괄지휘를 여수해경에서 하다 보니 지자체는 하나의 협조 부서다"면서 "오후 2시 4분경에 해경의 협조 요청으로 비상소집해 3시경 출동, 1시간 안에 현장에 나와 방제작업에 참여했다, 늦게 연락받은 여수시 입장에서 늦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박람회장 , #기름유출, #여수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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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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