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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추방 위기에 놓인 팔레스타인 난민 소녀에게 "난민을 다 받아줄 수 없다"는 냉정한 대답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메르켈 총리는 16일(현지시각) 독일 공영방송 NDR의 '독일에서의 좋은 생활'이라는 주제로 한 대담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 29명과 함께하며 레바논에서 왔다는 난민 소녀 림과 대화를 나눴다.

림은 메르켈 총리에게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목표가 있고,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싶다"며 "다른 아이들은 삶을 즐기는데, 나는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고 호소했다.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를 거쳐 4년 전 가족과 함께 독일에 온 림은 임시 체류허가여서 언제라도 추방될 수 있다. 용접공인 림의 아버지는 노동허가를 받지 못해 직업을 가질 수도 없다.

림은 "나는 지금 독일에서 살고 있지만, 얼마나 더 이곳에서 살 수 있을지 미래를 전혀 알 수 없다"고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메르켈 총리는 림의 유창한 독일어 실력을 칭찬하며 "독일에서 사는 이민자들에게는 (독일어는)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총리는 "정치는 때로 어려운 것"이라며 "레바논의 난민캠프에는 수만 명이 살고 있고, 독일은 그들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레바논은 (시리아처럼) 내전 국가도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망명 절차가 오래 걸리지 않게 하겠다는 것뿐이고, 일부 난민은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냉정한 대답에 림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메르켈 총리는 무대에서 내려와 림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참 잘 말해줬다"고 달랬다. 그러자 진행자는 "림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처지가 너무 힘들어서 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 "냉정했다" vs. "정직했다" 논란

최근 트위터에서 확산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알렉리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쓰다듬는 합성 사진
 최근 트위터에서 확산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알렉리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쓰다듬는 합성 사진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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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와 림의 대화가 방송되자 독일 온라인에서는 '#merkelstreichelt(메르켈이 쓰다듬다)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지며 메르켈 총리의 냉정한 대답을 놓고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독일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요구한 것을 비유하며 메르켈 총리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쓰다듬는 합성 사진까지 등장하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칼럼에서 "메르켈 총리는 림이 독일에서 계속 머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할 필요는 없었지만, 난민이 독일의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정당한 망명 사유가 있으면 허가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밀려오는 난민을 위해 이민법을 새로 제정할 필요도 있다"며 "독일에서 체류하는 외국인 700만 명이 2012년 기준 독일 GDP(국내총생산)를 220억 유로(약 27조 원) 성장시켰다"고 강조했다.

반면 독일의 유명 좌파 칼럼니스트 이네스 폴은 "총리의 대답은 정직했고, 차가운 사람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메르켈 총리를 감쌌다. 외신들은 이번 논란이 최근 독일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민자 찬반 논란을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태그:#독일, #앙겔라 메르켈,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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