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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하촌경로당을 찾아갔다. 남동구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해피딜리버리 예술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노인이고 공연하는 사람들도 노인이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 경로당 한쪽 귀퉁이에서 공연복으로 갈아입는 예술단원들을 만났다. 무대의상으로 갈아입는 탈의실에는 묘한 긴장감과 흥분이 느껴졌다. 족두리를 쓰고 새색시 복장을 한 할머니들과 그들의 짝지들인 새신랑 역할을 맡은 할머니들은 의관을 갖춰 입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랑을 나르는 예술단

 해피딜리버리 예술단원인 임옥순씨와 이부영씨.
 해피딜리버리 예술단원인 임옥순씨와 이부영씨.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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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무용과 가요, 하모니카, 색소폰 등 다양한 공연으로 여러분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첫 공연자를 여러분의 힘찬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빨간색 반짝이 조끼를 차려 입고 선글라스를 낀 이부영(69)씨가 공연 시작을 선포했다. 뒤이어 한복을 차려입고 나온 할머니 두 명이 장구 가락에 맞춰 민요메들리를 불렀다. 다음으로 임옥순(79)씨가 하모니카로 노래 두 곡을 선보였다.

흰색 양말만을 신고 연주하고 있는 임씨가 안타까웠는지 동년배로 보이는 할머니가 임씨의 발 앞에 슬리퍼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공연을 보는 할머니의 세심한 마음씨가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어 색소폰 연주자의 공연이 끝난 후 남녀 복장의 두 쌍이 경쾌한 춤을 선보였다. 이제 마지막 공연. 출연자가 신나는 대중가요를 부르며 의자에 앉아 구경하던 노인들을 이끌어내 난장을 펼쳤다. 준비한 모든 공연이 40여 분 만에 끝났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할머니 몇 명은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와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예술단원들에게 권했다.

예술단 담당자에게 '공연이 짧아 관객들이 아쉬워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하자, "예전엔 공연시간이 좀 더 길었다"고 말했다. 예술단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공연시간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하모니카 연주자가 공연 때마다 세 곡씩 불렀는데 벅차하는 것 같아 두 곡으로 조절했다고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이부영, 임옥순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경쟁률 '3대 1'의 오디션 통과한 실력자들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낫죠. 젊어 보이는 것도, 이렇게 나와서 재미있게 지내니까 그런 것 같아요."

팔순을 앞둔 사람 같지 않게 젊어 보인다는 말에, 임옥순씨가 한 말이다.

"3년째 예술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처음으로 예술단을 뽑았는데, 전문가 선생님을 모셔놓고 오디션을 통과해야 예술단에 합류할 수 있어요. 작년까지는 열명만 뽑았는데 경쟁률이 '3대 1' 정도였습니다. 올해는 공연 요청이 많아 스무 명을 뽑았는데 경쟁률이 대략 '2.5 대 1'이었습니다."

이부영씨가 예술단의 이모저모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남동구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2013년에 예술단을 만들었다. 매해 연초에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노인들은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연습 1회와 공연 1회를 진행한다. 10명이 한 조로 구성된 예술단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로 나눠 공연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으로 한동안 공연을 중단했는데, 이날 오랜만에 공연한 팀은 '월요일'팀이다.

"취미생활로도 좋지만 매달 통장으로 소정의 공연비를 주니까 용돈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하지만 공연 의상이나 악기를 구입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을 계산하면 결코 큰돈이 아니다. 돈의 의미보다는,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더 행복하다.

"이 나이에 뜻 맞는 이들과 이렇게 어울리는 게 정말 좋지요."

남동구에는 경로당 158개가 있다. 경로당이나 요양원을 찾아 주1회 공연하는 예술단원들은 공연 때마다 예술단을 차에 태워주고 짐을 챙겨주는 남동구노인복지관 담당자들이 고맙다는 말도 챙겼다.

젊은 시절 재능을 나누는 재미

 해피딜리버리 단원들이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해피딜리버리 단원들이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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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예술단) 들어와서 하모니카를 처음 배웠어요. 음악을 워낙 좋아했죠. 듣는 것도 좋아하고 악기를 이것저것 다루기도 했고요. 기타나 오르간을 칠 줄 알고 장구도 치는데 갖고 다니는 게 하모니카가 제일 간단해서 그게 좋아요."

예전에 어머니회에서 합창단도 했다는 임씨는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악기를 다뤘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이부영씨도 한마디 건넸다.

"젊어서 원맨쇼를 많이 했습니다. 짐승소리도 몇 가지 낼 줄 아는데 예술단에서는 주로 사회를 보고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대기업에서 21년간 근무한 이씨는 수원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개소리'를 흉내낼 줄 안다는 말에 호기심을 발동해 조금 내어 달라고 부탁했다. 거리낌 없이 몇 가지 소리를 내며 '개소리'도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하다는 설명도 했다. 아직 집에 가지 않고 남아있는 예술단원들과 흥겹게 웃었다. 재기발랄한 예술가였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전혀 불평이 없다는 이들은 공연할 때 호응해주고 즐거워하는 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도 아쉬운 게 없는지 재차 묻자, 임씨와 이씨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11월 말이면 공연이 끝나는데 일 년 열두 달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쉬면 뭐해요? 마음이 통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고, 어르신들한테 즐거움을 드리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공연을 하면 우리가 좋지요."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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