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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의 특별한 밤
 청수사의 특별한 밤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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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가 바로 청수사이다. 짧은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은 금각사, 은각사를 지나쳐도 청수사를 지나치는 법이 없다. 어느 조사 기관에 따르면 교토 여행자 중 90%가 한 번쯤은 청수사를 가보았다고 한다. 그만큼 청수사는 교토의 랜드마크인 셈이다.

청수사의 입장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그러니 캄캄한 밤의 청수사를 바라본 이는 드물 것이다. 7월쯤 한국에서 경복궁을 야간 개장하듯 청수사도 11월부터 12월 초까지 한 달간 야간 개장을 실시한다. ​청수사의 밤은 그래서 특별하다. ​

■ 입장시간: 6시 ~18시
■ 청수사 입장료: 300엔 (고등학교 이상), 200엔 (초, 중학교)

밀지 마요. 넘어지면 3년 안에 재앙이 찾아온다 말이에요!
 밀지 마요. 넘어지면 3년 안에 재앙이 찾아온다 말이에요!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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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넨자카 거리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재앙이 찾아온다'라는 속설이 있다. 대체 이런 속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믿지는 않지만 어기자니 괜히 찝찝하다. 우리는 장난이더라도 서로 밀지 말자고 굳게 약속을 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큰 호흡을 내쉬고 주변에 눈치를 살피며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평소에도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데 넘어질 때가 많은 탓에 혹시라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잔뜩 신경이 쓰였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면, 칠흑 같은 어둠뿐인데, 거리에는 밤을 잊은 지 오래다. 밤을 잊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청수사 근처 상점에서도 불이 환하다. 청수사를 향하던 발길을 돌려 어디라도 들어가 뜨근한 국물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유혹을 애써 이겨낸다. 그 보다 더 특별한 밤을 위해서. 넘어지지 않게 다시 정신을 차린다. 앞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잘 흘러가야 한다. ​

절벽 위에 세워진 사찰
 절벽 위에 세워진 사찰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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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봄에 찾아도 예쁘지만, 가을에도 그 못지않은 자태를 뽐낸다. 온 산에 붉은 단풍이 물들면 교토의 매력을 배가 된다. 청수사 전망대에 올라섰다.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찰을 배경 삼아 뒤편에는 교토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상반되는 매력이다. 절벽 밑에는 조명을 받은 단풍나무들이 우두커니 서 있다. 청수사와 교토 시내, 그리고 단풍나무까지 완벽한 저녁이다. 다만 흠이라면 도떼기시장 저리 가라 하는 사람들의 수이다. 하지만 이 완벽한 밤에 그 정도 흠은 참을 만하다.

소원을 이루어진다는 물을 마시자
 소원을 이루어진다는 물을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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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 곳곳의 위치를 몰라 한참을 헤맸다. 어디가 어디인지 물어볼 수 있는 이가 없으니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갈 수밖에. 지나가는 길에 기다랗게 서 있는 줄을 발견. 나래는 저기에 서 있자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살피며 줄 끝자리에 섰다. 세 줄기로 나누어진 폭포 물이 졸졸 흐르고 웅덩이가 있다. 사람들은 고민을 하다 한 물줄기의 물을 받아서 마신다.

이곳은 마시면 "소원을 이루어진다는 물"이다. 세 곳이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건강, 연애, 학업에 효험이 있다고 하니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봉이 긴 컵을 들고 폭포에 조준을 맞춘다. 컵 안에 톡톡 물이 들어온다. 차마 컵을 입에 대지 못하고 손에 다시 담아 한 모금 마신다. 시원하다. 어찌 되었건 효험이 있다고 하니 마시면서 마음 속 깊은 소원을 되뇌었다.

청수사의 밤
 청수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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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포장마차에서 새어나오는 말소리가 너무 좋다. 짠하고 부딪히는 잔소리도 좋다. 청수사의 밤은 그래서 특별하다.


태그:#교토, #교토여행, #청수사, #청수사야경, #교토청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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