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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년에게 있어 주거비용은 필수적이면서도 부담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과는 달리, 나 홀로 상경하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한 청년은 스스로 돈을 벌어 주거비를 충당한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또한 상당하다. 주거비용은 청년들에게 고단한 짐짝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고자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청년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권지웅 대표. 주거 전문 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그에게 청년 주거권은 가장 커다란 삶의 화두였다. 그를 지난 6월 만났다.

"소득으로 집을 사는 일, 불가능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권지웅 이사장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권지웅 이사장
ⓒ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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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우리 사회를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냐에 따라서 사실상 자신의 주거 수준, 임대료가 결정이 되어버리는 구조에 가까운 사회"라고 규정했다.

"지금 중간 정도 가격의 아파트를 사는데 중간 정도 소득을 가진 자가 그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75년 저축을 해야 돼요. 20살 때부터 일해도 95세에 집을 마련하는 건 소득으로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해진 상황인 거예요. 소득 2분위, 하위 20%가 중간 가격 집을 사려면 2300년이 걸려요.

이들은 연 2075만 원의 소득을 갖는데, 소비지출을 제하고 나면 연 19만 원을 저축할 수 있아요. 연 19만원 저축으로 서울 4억4500여 만원짜리 주택을 사려면 총 2372년을 저축해야 합니다. 예수가 태어났어도 아직 집을 못 산 거예요. 그래서 이제 이 문제를 풀고자 저희가 택할 수 있는 건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요구를 국가에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주거비는 스스로 충당하기로 결심하고 돈을 버는 데, 참으로 쉽지 않았다. 과외 2개, 교내 근로를 하면서 딱히 대단한 소비를 하는 것도 아닌데 돈이 부족했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조금 다른 생각에 도달한다.

"이게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닌 거예요. 지방에서 올라온 게 무슨 죄도 아닌데. 근데 40~50만원 벌려면 100시간 정도 일해야 하니까. 이게 쉽지 않구나, 이런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 되어서야 나만 겪는 게 아니라 내 주변 친구들도 다 겪고 있는 문제니까. 이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었죠."

청년을 둘러싼 불합리한 구조를 바라봄으로써 시작된 생각은 그를 주거 전문 청년 활동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혼자서 활동을 하기엔 역부족이기에, 함께 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아래 '민유')이 창설됐다. '민유'는 주거취약계층인 청년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주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설립된 청년단체다.

2011년 첫 조합원 모임을 시작으로 주거 세미나, 실태조사, 세입자 권리 교육 및 상담 사업 등 주거와 관련된 활동을 진행했다.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면서 행정 체계와의 접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작년 3월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5세대의 주택, 16명의 청년이 거주할 수 있는 쉐어 하우스를 공급했다.

 민달팽이유니온 KBS 강연100도씨 촬영 당시
 민달팽이유니온 KBS 강연100도씨 촬영 당시
ⓒ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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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독립, 독립된 주체로서의 시작


청년 주거권 보장. 좋아 보이는 명제인 건 분명하다. 다만 이것이 청년에게 끼치는 영향, 청년들에게 어떻게 이로운지에 대해서는 막연하다. 그는 이와 같은 물음에 '공간의 독립'이라는 개념을 꺼낸다.

"독립에는 여러 층위가 있겠죠. 그 중에서도 공간을 독립한다는 건 되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부모에게 자식이라는 개체가 계속 옆에 있는 건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거잖아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아픈 일이지만, 삶의 사이클이라고 하는 건 내 자식을 키웠다가 일정 시기에는 '자식인 남'처럼 만들어줘야죠. 그게 안 된다고 하면 부모는 자신의 삶을 살아내지 못하고 자식에게 투영해서, 자식의 삶이 마치 자신의 삶인 양, 이렇게 꼬여 버리죠. 독립된 개체로 여겨지는 데 있어서 공간의 독립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식을 '자식인 남'처럼 놓아주는 행위는 대단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은 언젠가는 거쳐야 할, 인생의 통과의례다. 청년을 독립된 주체로 만드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절차다. 그는 이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청년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수반하는 일이었다. 그는 민유를 설립한 후, 같은 뜻으로 모인 이들과 함께 자기들의 요구사항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만들어 공무원을 초대하기도 했다. 준비는 그들이 다 했다. 세미나보다는 더 큰 규모의 자리를 마련하여 발제를 하고, 그걸 다 들은 공무원이 소감을 얘기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이 발전하여 '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결사체가 만들어졌다. 상시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 청년들의 활동 방향을 서울시가 관여할 수 있는 쪽으로 만든 것이다. 청년 정책 위원을 모아 분과별로 나눈 후 그들의 활동을 서울시와 연계하도록 했다. 자리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한 태도를 보이거나 자리에서 졸기도 했다. 행정체계가 민간과 연합하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시스템은 궤도에 진입하게 되었다. 운영사무국이 생겼고 몇 개의 청년단체들이 힘을 모았다. 서울시 공무원들과 만나는 자리는 충분한 소통의 장으로 발전되었다. 올해는 청년의 정책과정 참여와 제안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청년의회'가 개설되어 서울시와의 정책 공조를 꾀한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는 '청년 주거권'이라는 키워드를 붙들고 묵묵히 파고들었고, 작은 성공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그러나 청년을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인가, 청년의 주체성에 관한 담론에 대해서는 행정체계와 여전히 충돌한다.

청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그는 '청년을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가 문제 인식의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육체를 가졌으니 열심히 일하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존재인가 혹은 건강하더라도 높은 소득을 갖지 못하면 이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한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존재인가. 청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쟁이 발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청년 시기를 (청년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시기로 볼 것이냐, 아니면 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청년이라면, 외적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 이 시각이 다른 거죠. 이 시각을 두고 행정과, 청년 단체들의 주장이 계속 이견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또한 청년에게 왜 지원을 해야 되냐, 청년인 시기에 지원을 해야 오히려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는 주장이 충돌하는 거죠."

더불어 그는 가족 중심의 기존 행정 체계가 청년들의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빠른 속도로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세태 속에서, 가족 중심의 행정체계는 청년들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고 본다.

"지금의 행정 체계는 주거를 놓고 보면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우선 가산점을 받거든요. 실제로 대상은 주택 규모를 보면 85㎡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이건 3, 4인 가구를 기준을 하고 있어요. 주거복지에선 그렇고 제가 보기엔 다른 복지 시스템도 다 가족이 있음을 전제하죠. 지금의 행정 체계를 그대로 두면 여전히 (청년이) 세대주로 독립하는 것이 별로 안 좋은 거죠. 그런데 행정의 정책 체계가 세대주로 독립하게끔 만드는 게 오히려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러한 대립을 몸소 겪으면서도 그는 4년째 민유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을 혼자 해나갈 수는 없다.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에게 최소한의 임금이라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업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는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을 했다. 금전적 지원을 받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뉴딜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건비를 받기도 했고, '청년 워킹 그룹' 사업을 지원 받아 청년 주거 상담사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어떻게 지원을 요청하는 걸까? 지원 과정에서 겪었던 증명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들이 있는데, 행정이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어요. 이걸 할 수 있는 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죠. 그게 사회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기제라고 한다면 그것을 위해 돈을 주는 건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적정한 비용을 지급하는 거죠."

그는 행정이 해왔던 서비스를 대신 도맡은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영국에서, 출감한 재소자들의 재범률을 낮추는 프로젝트를 제안한 영국 민간 기업이 있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일을 맡았을 때 발생하는 행정비용, 범죄로 인한 사회 비용, 다시 그 사람이 수감되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사회 비용을 줄이는 데 훨씬 이득이 된다는 논리였다.

동일한 차원에서 그는 '제발 지원을 선정해주세요' 같은 식의 읍소가 아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하는 단체가 있다면 당연히 지원해서 효과적으로 해내야 하지 않느냐, 작은 단체지만 호흡하고 있는 단체들과 협업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자'라고 요구한다. 즉각적인 산출을 기대할 수 없기에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긍정적 가능성에 기대어 충분히 논의해봄직 한 요구인 것은 분명하다.

 권지웅 이사장 인터뷰 사진
 권지웅 이사장 인터뷰 사진
ⓒ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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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에 대한 문제는 청년을 넘어 세대를 관통하는 논제가 될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1, 2인 가구의 비율이 이를 증명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인력과 비용적인 측면 모두 그러하다. 너무 늦어 손도 못 댈 지경에 이르기 전에, 행정 체계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청년 단체가 보다 긴밀히 공조할 필요가 있다.

권지웅 대표는 그 대안의 시발점이 되었다. 주거권 보장을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이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쩌면 과거의 청년들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미처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고민했고 개선하기 위해 여기저기 발로 뛰는 청년 활동가가 있다. 그렇기에 희망의 새싹은 여기저기서 움튼다. 현재진행형이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리는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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