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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기업들도 가장 합리적인 채용 방식을 위해 매순간 변해왔을 수도 있다. 지금의 방법이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방법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기업의 채용제도와는 상관없이 문제가 계속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계속 고민할 경우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취업에 관심이 있는 구직자에도 혹은 이미 취업한 지 오래된 직장인들도, 취업 환경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채용제도와 관련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니퍼소프트] 구성원의 행복이 우선이다

제니퍼소프트 홈페이지 캡쳐
 제니퍼소프트 홈페이지 캡쳐
ⓒ 제니퍼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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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있는 회사 제니퍼소프트. 이 회사의 직원 수는 26명이다. 제니퍼소프트는 2013년 1월 SBS의 <리더의 조건>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방송되면서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점심시간과 수영하는 시간을 포함해 업무 시간이 1일 7시간이라는 점, 회사의 복지제도, "회사에서 놀면 안되나요?"라고 말했던 대표의 인터뷰 등은 한국 사회에 '좋은 직장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제니퍼소프트는 채용방식 면에서도 기존의 회사들과는 다른 신선한 점이 있다. 지난 2013년 8월 제니퍼소프트는 '운명의 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채용 공고를 올렸다.

중국 설화집 <태평광기>에 나온 '운명의 붉은 실'을 언급하면서 공동체의 인연으로 구성원을 모신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 채용 전형에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재능과 경험에 대한 비평과 발산'에 관련한 에세이였다. 이렇게 글로벌 마케터 1명을 뽑는 모집공고에 지원한 사람의 수는 총 2400여 명.

<리더의 조건> 다큐멘터리에서 이 회사 이원영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윤추구의 극대화가 기업의 목표라면 사람 한 분 한 분이 수단이 되고 비용이 되고 심지어 인적자원이 되겠죠. '그런데 돈을 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그 외의 것은 뭐냐?'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어요."

불합격자에게는 일일이 왜 아쉽게 불합격이 됐는지 답변을 해줬다. 이 대표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2400여 명에게 하나하나 답변을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존의 채용과정과는 조금 다른 과정을 거친 지원자들은 '삶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감사 메일을 보내기도 했단다.

이러한 채용과정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제니퍼소프트는 "우리 회사에는 채용을 위한 인사팀이 없고, 가장 합리적인 '제니퍼'다운 방법으로 채용 전형을 진행한다"라는 입장이다. 어떤 프로세스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을 보고 뽑겠다는 의미다. 구직자의 인간성이 무시될 수 있는 틈을 만들지 않는, 이 회사의 철학은 회사 누리집 '채용안내' 탭에서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어느 회사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실제 체험하면서 느끼기엔 그 방법이 한정되어 있기에 책을 통해서만이 간접체험이 될 거라 믿습니다. 스스로 사유하고 깨닫는 깨달음을 통해 당신의 지성이 깊어질 것이고, 이 세상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태클] 채용 시장 권력 바꿔보기
태클(tackl) 홈페이지 캡쳐
 태클(tackl) 홈페이지 캡쳐
ⓒ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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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은 대학생들이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창이자, 담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서비스다. 우리의 미래를 지켜봐 달라."

태클의 최형연 대표는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태클(tackl)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벤처기업이다. 회사들이 구인공고를 내고 구직자가 지원을 하는 기존의 일방적인 채용방식에 '태클'을 걸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구직자들이 자신의 정보(이름, 연락처, 학교, 학위)와 추가 프로필(프로젝트 경력, 직업·인턴십 경력, 기술, 원하는 자리 등)을 누리집에 등록해놓으면, 여러 회사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방식이다. 각 회사별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여러 번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회사들이 '기술' '경험'등의 키워드로 여러 인재들을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태클은 기존의 채용절차에서 회사가 '갑', 구직자가 '을'이라는 권력관계를 폐기하고 평등하게 채용을 진행하려고 한다. 회사와 구직자가 소개팅 사이트에서 서로를 찾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아직은 직원도 4명이고 서비스 대상 범위도 미국 동부에 한정돼 있지만, 최 대표는 미래에는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실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존의 구인구직 과정은 회사가 리쿠르팅 공지를 하면, 구직자가 찾아가는 형태였다. 우리는 그 반대를 생각하고 있다. 기업이 필요한 사람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방향이다." 

<플래텀>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최 대표의 바람이다. 태클은 미국 동부의 대학교 그리고 포츈 TOP500 기업들, 여러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그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비록 시작단계이지만 점점 성장해서 채용시장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해본다.

당신의 문제일 수 있다

채용 제도는 늘 변해왔다. 아마 지금 여러 기업들의 채용제도도 분명 많은 사람들의 합리적인 고민을 통해서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제도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했던 과도한 취업 사교육 혹은 구직자들의 개성이 사라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곤 했다.

그럴 때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원인을 물을 수 있다. 오롯이 기업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며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업체들을 탓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런 사교육과 제도를 만들게 한 사회구조에 비판의 화살을 돌릴 수도 있겠다.

문제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해결 방안도 복잡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렇게 하면 된다'라며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 당신의 형이나 누나 혹은 아들이나 딸의 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정은석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태그:#채용제도, #제니퍼소프트, #취업사교육,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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