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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자는 헛된 희생이 아니라 탐욕의 끝으로 치닫는 욕망을 제한하는 파수꾼입니다."

내부 고발자의 양심과 사회를 지키는 정의의 메신지로서의 가치를 다룬 연극 <검군전, 후(劒君傳, 後)>(극단 유랑선)가 개봉을 앞두고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군전, 후>는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된다.
 <검군전, 후>는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된다.
ⓒ 극단 유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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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군(劍君)은 신라 26대 진평왕 당시 사인(舍人)이란 관직을 가진 화랑이다. 당시 심한 흉년이 들자 궁중의 사인들이 작당해 곡식을 훔쳐 나눠 가지기로 하는데 검군은 화랑 정신을 강조하며 비리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러자 다른 사인들이 검군을 죽이기로 모의하고 술자리를 열어 독을 탄 술잔을 마시게 한다. 검군은 이를 알면서도 다른 사인들을 고발하지 않고 스스로 독잔을 먹고 죽음을 맞는다. 내부비리에 동조할수 없지만, 동료 사인들을 고발할수도 없다는 매우 깊은 검군의 청렴함과 정의감은 삼국사기를 통해 지금에 전하고 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했던 화랑 검군이 천년의 역사를 훌쩍 뛰어 넘어 지금 우리 사회의 비리와 내부 고발의 중요함, 힘 없는 약자를 탈취하고 기만하는 뒤틀린 사회를 고발하며 부활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대기업 서비스 센터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한 얼차려를 당하고 이 기사가 보도되자 비난의 여론이 빗발친다. 이 와중에 한 비정규 직원이 목숨을 끊자 대기업은 목숨을 끊은 직원을 비리 직원으로 몰고 이를 보도한 기자가 거꾸로 비난의 초점이 된다.

내부고발자의 사회적 가치를 다룬 연극, 검군전, 후(劒君傳, 後)
 내부고발자의 사회적 가치를 다룬 연극, 검군전, 후(劒君傳, 後)
ⓒ 극단 유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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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목숨을 끊기 전 검군전을 필사했다는 것을 안 기자는 사측의 비리를 고발하려 했던 정황을 알아채고 대기업의 비리를 심층 파헤치는데, 대기업의 압력으로 언론사가 이 기자의 입을 막고 되려 징계위에 회부하자 자신도 죽은 비정규직 직원, 검군의 처지에 놓인다. 기자는 고민한다. 이 상황에 순응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이 연극은 비정규직 문제와 정의를 포기한 언론을 다루지만, 그 내면에는 내부 고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의 후원을 받아 실제 내부 고발자의 생생한 인터뷰 영상을 담았다.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는 1992년 군 부재자 투표 부정을 폭로한 이지문 당시 육군 중위가 이끄는 단체로, 반부패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대표적 내부 고발 지원 단체다. 

언뜻 보면 <검군전, 후>는 내부 고발은 패배적이고 조직의 거대한 힘 앞에 희생만 따른다고 보일지 몰라도 그들의 희생이 이 사회를 지킨다고 강조하며 비리와 부조리에 침묵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인터뷰 영상과 내부 고발 자료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이지문 소장은 "내부 고발은 진흙탕에 빠지는 심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정의에 대한 눈을 뜨게 하는 거죠. 하지만 심청이는 해피엔딩을 맞지만 우리 사회의 심청이는 고통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이 시대의 험난한 내부 고발의 길을 설명한다.  

<검군전, 후>을 쓴 김진 작가도 "지금 이 시대는 너무 치열한 경쟁속에 비리를 성찰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연출가 차병호씨는 "내부 고발자의 역사성을 설명함과 동시에 내부고발이라는 상황에 대처하는 각기 다른 유형을 보여준다"고 이 연극에 대해 설명한다. <검군전, 후>는 오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내부고발자, #검군전, 후, #이지문, #유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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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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