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 정대현 인터뷰때 순수함이 묻어나오는 정대현은 마운드에서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누구보다 겸손했으며 삶을 즐겁게 살고자 노력했다. 사진 = 강윤기의 야구터치

▲ kt위즈 정대현 인터뷰때 순수함이 묻어나오는 정대현은 마운드에서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누구보다 겸손했으며 삶을 즐겁게 살고자 노력했다. 사진 = 강윤기의 야구터치 ⓒ 강윤기


신이시여, 어린 시절 젊음을 낭비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그건 양들이 (삶의) 의미를 찾아 뛰어다니는 사냥기간이에요. 우린 모두 어둠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길 잃은 별들인가요? -영화 <비긴어게인> OST Lost stars 일부분-

청춘을 그깟 '공놀이'에 낭비하는 야구 청년이 있다. '공놀이'에 불과하지만 야구는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한다. 평범한 선수가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날 때 우리는 그를 '스타'라고 말한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곰돌이'라 불리던 이 야구 청년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길을 잃었었다. 방황하던 그에게 비긴 어게인 프로젝트를 제시한 믿음의 수장은 바로 조범현 kt 감독이었다. kt의 특별 지명을 받은 이 야구 청년은 올 시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바로 kt 위즈 정대현(24)이다. 그를 10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만났다.

고교 시절, '좌완 피처'로 스카우터들 주목 받아

당당한 체구(186cm, 97kg)를 가지고 있는 정대현은 야구를 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2008년 청원고에서 성남고로 전학가게 되었다. 당시(2008년) 성남고는 감독이 교체 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임 임병정 감독이 부임한 이후 성남고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대붕기, 화랑대기에서 8강에 진출하였고 봉황대기에서도 16강에 진출하면서 조금씩 성남고 본연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대현 또한 고교야구 좌완 피처로서 스카우터의 주목을 받았다.

고교 3학년 때 봉황대기에 출전한 정대현은 최고구속 141km의 빠른 볼과 서클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아 호투했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워 피처'이기 때문에 당시 관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때를 떠올리며 정대현은 "많은 투구를 했지만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많은 공을 던져 온 것에 익숙했고 나름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가지고 공을 던졌기 때문에 특별히 무리가 간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교 시절 그를 지도했던 임병정 감독은 "고교 시절 대현이는 도전 정신이 있고, 프로를 생각하고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며 "(올 시즌 활약은) 타자를 상대할 때 자신감 있게 던지는 부분이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스피드를 조금만 더 올리고 지금처럼 꾸준히 하기를 희망한다"고 제자의 성공을 기원했다.

여러 프로 스카우터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정대현은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전체 23순위)지명을 받아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10년 당시 두산의 오랜 숙제는 왼손 투수의 부재였다. 좌완 선발 투수와 불펜 모두 언제나 부족함을 느껴 오랜 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

좌완 투수가 목마른 두산 베어스에서 정대현은 기대를 걸던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는 투구와 침착한 성격으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질 줄 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문제는 공의 스피드였다. 구속이 오르지 않아 다소 1군 데뷔가 늦어졌다.

2010년 중간계투로 간간히 1군 무대에 이름을 올렸고 2012년도에는 롱릴리프로 자주 등판했다. 주로 팀이 뒤지거나 큰 점수 차가 났을 때 나오는 경우가 많은 '패전조'였다.

팀이 지는 경기에만 등판하다 보면 자존심이 상할 법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대현은 담담히 말했다.

"두산은 매우 가고 싶었던 팀 중 하나였고 감독님과 코치님을 비롯하여 많은 선배님들께서 워낙 잘 대해 주셨기 때문에 전혀 심리적 압박감이나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코치님들께서도 부족한 점들을 알려 주셨고 많은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의 벽은 고등학교 때와는 차이가 크다. 전국 유소년 야구팀 인원은 5000명 이상,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하는 지원자는 700여 명이고 뽑히는 인원은 110명, 프로야구 1군 각 구단 인원은 27명뿐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프로 무대에서 정대현 또한 프로의 높은 벽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별명인 '곰돌이'처럼 느긋하게 야구에만 집중했다. 

2012년 시즌, 친구이자 동기인 이재학이 특별지명으로 NC로 옮겼다. 그리고 그해 2013년 이재학은 신인왕을 수상했다. 동기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바심이 날 법도 했지만 정대현은 전혀 조바심 내지 않았다. 성격 자체가 워낙 조급하거나 외부 환경 때문에 영향을 받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감을 갖거나 혹은 자존심을 상해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어린 유망주 정대현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거둔 승수는 단 1승에 불과했다. 2014년에는 12경기에 나서 1승 1패 평균 자책점 7.90을 기록하며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군 문제'

두산은 유망주의 군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 이유로 정대현은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하였으나 아쉽게 서류 탈락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합격 처리가 되었던 정병곤(삼성)이 서류상의 문제가 생기며 극적으로 경찰청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또 한 번의 반전이 정대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생팀 kt 위즈의 특별 지명을 받게 되어 팀 이적이 결정된 것이다. 이적이 결정된 이후 조범현 kt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결국 정대현은 군 입대를 연기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정대현은 "저에게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군 입대를 고민했지만 솔직히 새롭게 팀을 옮기면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조범현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제 의견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그 당시 제가 어렵게 내렸던 결정이 지금 돌이켜 보면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시즌 초 정대현은 좀처럼 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애초 군 입대를 생각하다 시즌에 들어갔기에 준비가 덜 된 영향인지 경기 초반에 강판당하며 kt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불펜에서 선발투수로 보직이 변경된 이후 서서히 정대현은 자신의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선수 본인은 선발과 불펜에서의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지만 심리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공을 던지게 되자 스스로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그리고 꾸준히 등판기회를 부여 받자 마음이 편해졌는지 점점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kt 정대현 정대현이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 =kt

▲ kt 정대현 정대현이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 =kt ⓒ kt 위즈


쾌투를 시작한 정대현은 지난달 28일 잠실 LG 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혼신의 역투를 보여줬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탈삼진을 9개나 뽑아내며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다. 이후 경기에서도 9일 사직 롯데 전에 5이닝 2실점, 16일 수원 NC 전에서도 7이닝 2실점 하며 맹활약했다.

7이닝 동안 2실점 호투하며 승리를 거뒀던 6월 3일 수원 SK전 경기감독관이었던 한대화 경기감독관은 "자신감 있게 마운드에 올라와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으며, 완급 조절을 통해서 타자와 수 싸움에 능수능란하다고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신인 투수의 경우 주자가 진루하면 주자를 신경 쓰느라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을 하지 못해 제구력이 흔들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정대현의 경우는 다르다. 이에 기자가 주자가 나갔을 때는 어떠한 마음으로 던지는가?라고 질문하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평소 주자가 나가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공을 던지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제 개인적인 성격 자체가 주자가 있다고 해서 신경을 쓰기보다는 타석에 있는 타자와의 승부에만 더 집중을 하여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명원(kt) 투수 코치님께서도 주자에 신경 쓰기보다는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시기 때문에 조언에 따라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대현이 안정을 찾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포수의 안정을 빼놓을 수가 없다. 트레이드를 단행한 조범현 감독의 혜안 또한 눈여겨 봐야한다. 5월 2일 롯데와 kt의 트레이드(롯데 최대성, 장성우, 윤여운, 이창진, 하준호 ↔ kt 박세웅, 이성민, 조현우, 안중열)를 통해 팀의 센터라인을 강화한 이후 kt는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다. 포수 장성우의 리드로 kt의 어린 투수들은 안정을 찾으며 씩씩하게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정대현은 항상 호투 후 포수 장성우를 언급한다.

"(장)성우 형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좋은 포수이기 때문에 장성우 형이 리드해 주는 대로 공을 던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 공을 던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최근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제 성적이 좋아지는 데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혼인 정대현은 위즈파크에서 멀지 않은 곳(수원)에서 혼자 자취 생활을 한다. 실질적으로 집은 잠만 자는 곳으로, 홈경기의 경우 구단에서 제공한 식사와 간식을 먹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원정경기의 경우에는 숙소 생활을 하기에 자취 생활의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대현이가 어린 선수라 야구 외적으로도 많이 신경을 쓸 법도 한데 야구만 집중하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넉살이 좋아서 많은 관계자들로부터 예쁨을 받고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올 시즌 kt는 아직까지 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신생팀으로써 찬바람이 쌩쌩 불었던 잔인한 4월을 버티다 보니 어느덧 이기는 맛을 알게 되는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젊은 팀인 kt와 청춘을 불태우는 정대현이 만났기에 '뉴 에이스'라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하는 야구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kt위즈의 정대현, 그의 마법 같은 투구가 계속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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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정대현 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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