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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이 지난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5일가량 진행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합동평가단이 발표문을 읽은 뒤, 기자와의 일문일답이 진행됐다. 기자들의 질문 내용을 보면 WHO 합동평가단의 발표와 인식이 어떠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WHO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주장①] 메르스 확산 주범에 대한 인식, 정부인가 사회인가

 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왼쪽)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가단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동단장인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
 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왼쪽)이 지난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가단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동단장인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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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국에서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데 대한 합동평가단의 분석을 보자.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그 이유를 의료진, 병원 그리고 한국 사회의 특정 관습과 관행탓으로 돌렸다. 정부의 미흡한 초동대처는 거론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한국 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그의 태도는 일문일답 시간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후쿠다 게이지의 발표내용을 보자.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된 이유를 다음 세 가지로 분석했다. ① 대부분 한국 의료진이 이 질병에 익숙지 않았다 ② 일부 병원의 경우 감염예방통제조치가 최적화 돼 있지 못했다 ③ 의료쇼핑 관행 및 환자 문병 문화 등 한국사회의 특정 관습과 관행, 이렇게 세 가지를 메르스 확산 원인으로 발표한 것이다.

기자와의 일문일답 시간, 첫 번째 질문은 '한국 정부의 초기 대응은 어떤 면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하나?'였다. 한국 측 합동평가단장인 이종구 서울대교수는 이에 대해 신속한 정보 공개가 늦은 것, 거버넌스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것, 질병의 확산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것, 이렇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후쿠다 게이지는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처음 발생할 때 늘 어려움이 있다"라고 운을 뗀 뒤 "한국 정부의 대응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측 평가단장도 세 가지 이유를 들며 박근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언급했는데, 입국 후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남짓 조사한 WHO 사무차장의 발언 내용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후쿠다 게이지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메르스 지역사회 전파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감염자와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굉장히 광범위하고 집중적이고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세계의 그 어느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강력하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 급락은 설명하기 어렵다. 6월 1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지난 주에 이어서 또 하락했다. 직무수행 '부정평가'의 압도적 1위가 '메르스 확산 대처 미흡(부정평가 중 27%)'였다.

보수언론의 시각도 비슷하다. <조선일보>는 6월 5일자 1면 머리기사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라'라고 주장했고, <중앙일보>는 6월 12일자 사설에서 '대통령, 메르스 기자회견 왜 안 하나'라며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다.

WHO를 대표한 후쿠다 게이지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주장②] 전교생 자가격리 사태 발생, 그래도 휴업은 안 된다?

원효초 방역 '메르스 완전봉쇄' 메르스 예방 휴업 마지막날인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초등학교에서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메르스 예방 휴업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초등학교에서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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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 재개 권고 방침에는 변화없나'라는 질문에 후쿠다 게이지는 "현재 한국에서의 메르스 발생은 의료시설에 집중돼 있다"라면서 "학교에서의 감염, 전파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학교가 계속 수업을 중단하면 학부모에게 어려움을 가져오고,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낸다"라고 덧붙였다.

학교 휴업에 대한 우려는 후쿠다 게이지의 일관된 입장이다. 지난 6월 4일에도 스위스 제네바 한국대사관 김강립 공사와 만난 후쿠다는 "한국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으며 학교 휴업은 과잉 대책"이라고 말했다고 김 공사가 한국 언론에 전한 바 있다.

한국에 입국해 메르스 조사를 하던 WHO 합동평가단은 지난 10일 '첫 번째 한국 정부 권고사항'을 발표하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과 학교가 연관이 없는 만큼 현재 휴업하는 국내 학교에 대해 수업 재개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하루 전날인 6월 12일 경상북도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50대 남성인 그의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7일 발열 증상을 보이기 전까지 1일부터 5일까지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의 전교생은 21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와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 후쿠다 게이지가 휴업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발언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다.

[주장③] 한국정부 옹호한 WHO, 16일 긴급위원회 여는 까닭은?

 WHO는 오는 16일 메르스 긴급 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WHO는 오는 16일 메르스 긴급 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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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기자회견 당시 후쿠다 게이지는 한국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한 옹호를 숨기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옹호성 발언 외에도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후쿠다 게이지는 "한국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종식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마련했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이 조치들을 강력한 수준으로 상황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대응을 옹호한 WHO 고위 관계자 발언과는 무관하게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16일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제9차 메르스 긴급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WHO는 메르스 사태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 PHEIC)' 선포 요건이 되는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메르스 긴급위원회는 '한국발 메르스 사태'를 논의하게 된다. 한국의 현 상태가 국제적 비상사태 의논 필요성이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4년 8월 WHO는 에볼라와 관련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당시 WHO는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예방조치를 대중에게 전달할 것을 강조하며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된 자국민들의 대피와 송환도 준비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다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국가에 전면적인 여행 및 교역 금지를 내려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에볼라 발병국에 대한 여행자제 내용을 담고 있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고, 아프리카로부터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검역을 강화한 바 있다.

계속 늘어나는 확진자, 치사율도 10% 수준으로 상승

 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병실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병실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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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후쿠다 게이지의 발언에도 메르스 사태는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4일 총 확진자 수가 145명이라고 밝혔다.

13일 대비 14일에는 7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중 4명은 삼성서울병원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지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외래내원자와 동행한 환자도 1명 있었다. 또한 지난 13일에는 추가 확진자가 12명 있었는데, 이중 한 명은 구급차 운전자로 밝혀졌다. 14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 중 사망자는 14명이고, 치사율도 10%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발병원인이 공개된 7명 외 나머지 5명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서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확진자가 줄지 않고 치사율이 10%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메르스가 계속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신규 확진자 중에 대해서는 발병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 수준이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한 내용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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