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도착하는 정몽준 후보 6.4지방선거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자료사진). ⓒ 권우성


정몽준 대한축구협회(KFA)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개혁을 촉구하며 회장 선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퇴진과 개혁, 차기 회장직 선거 출마 가능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블래터 회장은 5선에 성공한 뒤 나흘 만인 전날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자 국내 언론에서 정몽준 명예회장이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고 결국 직접 입장 발표에 나선 것이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FIFA 회장 선거 출마) 여부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판단하도록 하겠다"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국제 축구계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 뵙고 의견들을 경청한 다음에 판단하겠다"라고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FIFA를 둘러싸고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라면서 "FIFA 부회장으로서 17년간 일한 저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FIFA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라고 개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정몽준 명예회장은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한 우리나라는 FIFA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다"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 되고 발전하는 기회를 준 FIFA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FIFA 회장 후보군, 누가 있나?

블래터 회장이 17년간 장기집권하다가 갑자기 사임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FIFA 회장직은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축구를 한 손에 쥐고 흔들며 막강한 권력이 따라오는 자리다.

FIFA 회원국 수는 유엔 가입국보다 많고, 단일 종목 스포츠 대회로는 최대 규모의 월드컵은 올림픽보다 더 많은 인기와 시청률을 자랑한다. 그만큼 엄청난 이권과 정치가 얽힌 곳이 FIFA다.

FIFA 회장은 수억 달러가 오가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와 TV 중계권에 선정을 놓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외국을 방문할 때 국가 원수에 준하는 의전을 받는다. 블래터 회장이 장기집권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꿋꿋하게 17년을 버틴 이유이기도 하다.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는 최근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에게 패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유럽의 월드컵 보이콧으로 블래터 회장의 사퇴를 압박한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제롬 발케 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다들 약점은 하나씩 갖고 있다. 알리 요르단 왕자는 이미 나흘 전 회장 선거를 통해 빈약한 지지 기반이 드러났고, 플라티니 회장은 워낙 블래터 회장과 각을 세운 터라 '친 블래터'로 분류되는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블래터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발케 사무총장은 그동안 블래터 회장이 쌓아놓은 지지 기반을 이어받을 수 있어 유리하지만, 이번 비리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면서 선거 출마조차 불투명하다.

정몽준 명예회장, '신중모드'로 여론 주시

정몽준 명예회장은 1994년 FIFA 부회장 겸 집행위원에 당선되면서 16년간 활동했다. 국제 축구계에서 폭넓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국이 일본보다 뒤늦게 2002년 월드컵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음에도 공동 개최를 이끌어 냈다.

레나르트 요한손 전 UEFA 회장,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과 FIFA에서 '반 블래터' 세력을 이끌었으나 지난 2011년 부회장 연임을 위한 선거에서 패배하며 FIFA 실무진에서도 물러났다.

그렇다면 FIFA에서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한때 실제로 회장 등극까지 꿈꿨던 정몽준 명예회장이 선뜻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워낙 블래터 회장을 둘러싼 FIFA의 권력 지형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몽준 명예회장도 지난 4년간의 공백 탓인지 "선거는 현실의 문제"라며 "FIFA에 몸담고 있는 여러 나라 축구협회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본 다음에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장 선거에 앞서 블래터 회장의 즉각 사임과 FIFA 개혁을 촉구하며 존재감을 알린 정몽준 명예회장이 당분간 FIFA 내부의 여론 동향을 주시하며 당선 가능성을 계산해보겠다는 뜻이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FIFA 규정상 새 회장이 당선된 후 4개월이 지나야 선거를 치를 수 있다. 따라서 이르면 오는 12월, 늦으면 3월이 돼서야 블래터 회장이 완전히 물러나고 선거가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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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제프 블래터 FIFA 국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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