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국제영화제 주상영관인 '팔레 드 페스티벌'. 68회 칸국제영화제가 13일 개막한다.

칸국제영화제 주상영관인 '팔레 드 페스티벌'. 68회 칸국제영화제가 13일 개막한다. ⓒ 전혜정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지원금 대폭 삭감 등 부산국제영화제 탄압 논란이 13일 개막하는 68회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칸영화제에 참가하는 국내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현 상황에 대해 해외 영화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에 대한 압박이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정치적 탄압임을 강조하며,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부당함을 호소하겠다는 자세여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부산영화제 지원금을 삭감한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해서도 칸 현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 칸에 도착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12일 전화통화에서 "국내에서 가해지고 있는 정치적 압박에 대해 해외 영화인들에게 적극 알릴 예정"이라며, "부산영화제의 예산을 삭감한 영진위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17일 저녁 예정된 영진위 주최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 한국 영화인들이 참여를 거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신 부산영화제가 주최하는 리셉션에는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며, 영진위 행사에 일부는 가겠지만 상당수의 한국 영화인들은 불참을 통해 영진위와 김세훈 위원장에게 영화계의 경고를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12일 칸으로 출발한 한 영화계 인사도 "영진위 행사에는 근처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부산국제영화제와 영진위가 별도로 리셉션을 개최할 예정인데, 부산영화제는 17일 낮에, 영진위는 같은 날 밤에 행사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진위 행사에는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참석이 예정돼 있다.

일부 국내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 지원금을 크게 삭감해 놓고 무슨 낯으로 세계 영화인들이 모이는 행사에 가느냐'며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칸영화제 참석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는 지난 2월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에 대해 "칸영화제는 전적으로, 모든 명예를 걸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었다. 해외 영화계가 부산영화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는 상태에서, 칸영화제를 통해 부산영화제 탄압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영진위 지원금 삭감 논란이 일면서 올해 칸영화제 참가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부산시가 사퇴를 압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도 참석하지 못했다. 

의심받는 김종국 영진위원 "내가 무슨 말 해도 안 믿을 것"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모습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모습 ⓒ 부산국제영화제


국내 영화계의 대응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11일에는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영진위의 부산영화제 탄압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범대위는 영진위에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부산영화제 대한 지속적인 보복과 탄압을 중단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영진위는 영화 진흥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길 바란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은 영화 진흥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일로 영화진흥위원회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문화를 지키는 범시민대책위원회와 부산영화인연대 등 부산지역 단체들도 11일 영진위와 부산시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들 단체들은 "영진위의 이번 결정은 올해 초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용관 위원장 사퇴 압력에서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의 연장선상이며 정치적 보복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부산시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영진위에는 삭감된 부산영화제 지원 예산 복원을, 부산시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영화제 역시 12일 영진위에 정치적 보복이 의심된다며 6개항의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부산영화제는 질의서에서 영진위의 예산 삭감 논리를 납득할 수 없다며 ▲서면 의결을 통해 결정한 방식과 회의 비공개 이유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에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를 10억 이상의 국고지원 국제행사로 승인됐음에도 번복한 이유 ▲ 예산 배분을 사전 공지하고 결정하다 이번에 일방적 결정을 내린 이유 ▲부산국제영화제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 한 것에 대한 정치적 보복인지 등에 대해 밝힐 것을 요구했다.

영진위 측은 다른 지원 사업들에 대해서는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만, 부산영화제 지원을 삭감한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심사과정에서 문화미래포럼 활동 경력이 있는 김종국 영진위원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국 영진위원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을 거 아니냐"며 "차라리 비난을 안고 가겠다"고 말할 뿐 심사위원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칸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영진위 이용관 김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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