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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의 한 18세 고등학생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도 벌써 1년입니다. 당시 받았던 충격과 북받치던 슬픔, 허탈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죠. "내가 과연 이 나라에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이전까지만 해도 저는 우리나라가 꽤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담장 안, 교실과 교과서 안에 갇혀 우리나라를 너무 몰랐나 봅니다. 또 진실과는 멀어져 있는 우리나라 언론의 힘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세월호 사건. 채 피워 보지도 못한 그 수많은 어린 꽃봉오리들이 바닷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충격은 그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죠. 구조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는 언론, 책임지고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대통령님. 그저 믿기만 했던 저는, 실상을 알고 난 뒤에 얼마나 충격이었던지요. 얼마나 허탈했던지요, 얼마나 공허했던지요. 제가 알던 대한민국이 이런 대한민국이라니요.

작년 사회 시간에 이런 것을 배웠었습니다. '사회 계약설'. '모든 인간은 타고난 권리를 가지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이러한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 확실하지 않으므로 계약을 맺어 국가를 구성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국가에 위임하였다.'

배울 때만 해도 그냥, 그렇구나. 싶었고 머릿속에 넣어놓고 지나갔죠.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국가라는 것이 내겐 어떤 의미인가? 하고 말이죠. 어느 때부터인가 국가란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지배층의 권력 행사를 위해 국가가 만들어지고 그 권력 행사를 하는 데에는 국민의 권리 따위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세월호는 저뿐 아니라 우리 학생들에게 비슷한 고민을 던져 줬습니다. 우리나라가 정녕 사회 계약설에 기초한, '국가'의 기본 정신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맞나, 싶습니다.

저는 예술 쪽에 흥미가 있는 평범한 18세 여자 고등학생입니다. 저의 인생을 즐기는 것,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이자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꿈이 있고 삶의 방향이 있어도, 결국 내가 죽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개인적인 과실이나 사고가 아닌, 세월호 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된다면 말입니다.

과연 살면서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을 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내가 당연히 맞는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과연 다 맞는 일일까?

내가 꿈을 펼칠 이 대한민국이 내가 아는 그 대한민국이 맞을까. 모든 것에 의구심이 드는 1년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1년 전, 그때와 지금, 변한 게 무엇이 있을까요. 언론의 오보, 지배층의 권력행사, 세월호 무관심 어느 하나 고쳐진 것이 있을까요.

대한민국 평범한 여고생으로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써 너무나, 안타깝고. 분하고. 슬픈 1년이었습니다.

[박주희(경해여자고등학교 2)기자]

덧붙이는 글 |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태그:#필통, #세월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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