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4비트 리마스터링 음원으로 출시된 고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지난해 24비트 리마스터링 음원으로 출시된 고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 킹핀 엔터테인먼트


최근 몇 년 사이 대중음악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리밍 기반의 감상이 일반화되었고, 정규 앨범 대신 1~2곡 구성의 디지털 싱글 또는 4~5곡 내외의 미니 앨범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었다.

반면 1994~5년 전후로 국내에선 사라졌던 LP의 재등장을 통해 아날로그 기반의 음악 감상이라는 전혀 반대되는 흐름도 새롭게 밀려오고 있다. 또 2012~3년 전후로 우리 대중음악계에 새롭게 등장한 24비트 고해상도/고음질 음원(이하 '24비트 음원')은 변화된 시장에서 더욱 좋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하려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점차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아직 외국보다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점차 가요 분야에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24비트 음원의 세계를 만나 보자.

24비트 음원이란?

간단한 의미를 정리하자면 기존 우리가 CD, MP3,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는 음악은 기본적으로 16비트 44kHz(킬로헤르츠, 전자파의 주파수의 단위)디지털 규격을 따른다.

하지만 이는 실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한 장의 CD, MP3 파일 등으로 담기 위해 이런저런 재가공(마스터링)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 대역의 정보는 버리고 담아내기 때문이다.

반면 96kHz~192kHz 대역의 신호까지 담아낸 24비트 고음질 음원은 인간의 귀로는 거의 감지하기 힘든 주파수 대역의 파장까지 담아내어 보다 세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덕분에 보통 1곡 7~8MB(메가바이트, 정보 저장 장치의 단위) 용량의 MP3 파일과 달리 24비트 음원은 1곡당 100MB 이상 넘는 대용량 파일인 경우가 다반사다. 웬만한 음반 한 장이 MP3로는 100MB 미만에 불과하지만, 24비트 음원으로 구성할 경우엔 10배 이상인 1~2GB (기가바이트, 1024MB가 1GB다)정도에 달한다.

24비트 음원의 장점? '스튜디오 원음 그대로 감상 가능'

 국내업체인 아이리버(왼쪽), 코원에서 출시한 24비트 음원 재생기기. 가격이 100~200만원대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국내업체인 아이리버(왼쪽), 코원에서 출시한 24비트 음원 재생기기. 가격이 100~200만원대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 아이리버, 코원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이른바 '가청 주파수 대역'의 신호만을 담아낸 기존 저용량 스트리밍/MP3 파일과 달리, 24비트 음원들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원음을 거의 그대로 담았다. 그런 만큼 해당 뮤지션이 구상했던 소리에 가장 근접해 좋은 음질로 접할 수 있다는 감상 측면에서의 장점이 있다.

특히 연주자/녹음 엔지니어들의 역량에 품질이 크게 좌우되는 클래식이나 해외 팝은 물론 록, 재즈, 어쿠스틱 성향의 음악에선 이들 24비트 음원들의 능력치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다.

또 음반사 입장에선 평균 5천원 대 안팎의 월정액으로 무한 스트리밍 + MP3 파일 30곡 다운로드 서비스가 제공되는 데 비해 이들 24비트 음원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1곡당 평균 1900원 안팎)에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비싼 음원/재생기기 가격 + 다양하지 못한 음원'은 단점

24비트 음원의 장점은 어떤 면에선 양면의 칼이다. 특유의 강점을 뒤집으면 바로 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장 비싼 가격으로 인해 기존 가요 시장의 주 수요층인 10-20대들을 흡인하기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24비트 음원이 곡 단위로도 판매되지만 음반 단위로만 판매되는 경우가 다수인 탓에 스트리밍 서비스로만 감상하거나 단일곡 다운로드 위주의 국내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들어서 24비트 고음질 음원 출시를 병행하는 가요 신보 발매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기존 음악 시장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 등의 음원 쪽에선 이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는 기본적으로 장르적 특성상 컴퓨터 작업을 통해 이뤄지는 녹음 자체가 24비트가 아니라 한 단계 아래인 16비트 환경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24비트 음원 출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제대로 24비트 음원을 감상하기 위해선 관련 기기 구입에 따른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기존의 PC/노트북에선 재생 자체가 불가능한 관계로 별도로 이를 지원하는 전용 사운드카드를 장착해야 한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삼성/LG 등 주요 휴대폰 제조 업체의 최상위급 고가 모델에서만 재생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 MP3 플레이어로도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100~20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의 전용 휴대용 기기를 구입해야 하고, 여기에 걸맞는 역시 만만찮은 가격의 이어폰/헤드폰 구입도 병행해야 하는 등의 걸림돌도 존재한다.

들어볼 만한 24비트 가요 음원들이 있다면?

 조용필 19집 <헬로>(Hello) 재킷 사진

조용필 19집 <헬로>(Hello) 재킷 사진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 조용필 19집 <헬로>(Hello)

지난 2013년 발매된 조용필의 19집 <헬로>는 국내 유수의 작사/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했고 우리 대중음악계 최강의 백업 밴드인 '위대한 탄생'의 빼어난 연주가 어우러진 걸작 중 하나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과거 1980년대부터 조용필은 좋은 소리를 담기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외국에서 녹음을 하거나 해외 유명 엔지니어를 국내로 초빙하는 등, 기존 국내 음악 작업과는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헬로> 역시 그의 이름에 걸맞는 소리를 담아내는데 성공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 버스커 버스커 1집 <버스커 버스커>

2012년 이들이 부른 '벚꽃 엔딩'은 4년째를 맞은 올해에도 봄만 되면 쉴 새 없이 울려퍼진다. 이 곡이 담긴 버스커 버스커의 데뷔 앨범 역시 24비트 음원으로도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섬세한 분위기의 어쿠스틱 팝이라는 장르적 특성에도 잘 맞는데다 녹음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가 때문이라는 마니아들의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음반들은 2010년대 이후 최신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됐다. 하지만 1987년 첫 발매된 싱어송라이터 유재하의 유일한 음반 <사랑하기 때문에>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된 마스터 테이프를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총동원해 복원하는, 다소 복잡한 방식을 거쳐 24비트 음원이 제작되었다. 덕분에 신작 음반들보다 많은 인력/기술/비용이 투입되는 만만찮은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한편 이들 음원은 LP로도 제작,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500~1000장 안팎으로 한정 판매된 탓에 현재 시중에선 구매가 어려운 실정이다.

- 기타 음반들

로이킴 2집 <홈>(Home), 토이 7집 <다 카포>(Da Capo), 페퍼톤즈 5집 <하이 파이브>(High Five) 등 CJ E&M에서 배급하는 팝-어쿠스틱 성향 싱어송라이터들의 음반들이 24비트 음원으로도 출시됐다. 또 지난 2013년 보컬 그룹 2AM 2집 <어느 봄날>이 이례적으로 LP, 24비트 음원, SD 카드 앨범 등 다양한 형태로 발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하는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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