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왕), 7년 연속 평균자책점왕에 빛나는 '투수' 선동열은 타이거즈뿐 아니라 KBO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선수다. 훗날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같은 거포는 다시 나올 수는 있겠지만, 선동열 같은 투수가 다시 나오기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지도자' 선동열은 지난 3년 동안 타이거즈 팬들을 열광시키지 못했다. 부상 선수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5위, 8위, 8위라는 성적표로는 실망한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재계약 통보를 받고도 반대여론에 못 이겨 작년 10월 25일 자진 사퇴했다.

2015년부터 KIA 타이거즈를 이끌 새 사령탑은 김기태 감독이다. 김기태 감독은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의 야구명문 광주일고를 졸업했지만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선수나 코치, 감독 생활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KIA가 김기태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LG 트윈스 감독 시절 10년의 암흑을 씻고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지도력과 리더십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실의에 빠진 고향팬들을 다시 웃게 만들어야 할 중책을 맡았다.

[투수력] 적지 않은 불안 속 '돌아온 에이스' 윤석민의 보직은?

눈빛 투구 친정팀인 KIA 타이거즈에 복귀한 투수 윤석민이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회초에 등판해 강렬한 눈빛으로 앞을 보며 공을 던지고 있다.

▲ 눈빛 투구 친정팀인 KIA 타이거즈에 복귀한 투수 윤석민이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회초에 등판해 강렬한 눈빛으로 앞을 보며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KIA는 작년 시즌 5.82의 부진한 팀 평균자책점(8위)을 기록했다. 작년 시즌 KIA 몰락의 원인을 마운드의 붕괴에서 찾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와중에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미국진출이 좌절된 것은 KIA에게는 천만다행(?)이다.

KIA는 양현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와 조쉬 스틴슨이 선발 트리오를 구성한다. 메이저리그 퍼펙트 경험이 있는 험버는 kt위즈와의 시범경기 마지막날 선발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다만 시범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59로 부진한 스틴슨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신예들 중에서는 경찰청에서 돌아온 좌완 임기준이 선발 후보로 급부상했다. 쓰리쿼터에 가까운 독특한 투구폼으로 타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력과 다양한 구질을 갖추고 있어 선발 투수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불펜은 노장 듀오 최영필과 김태영을 중심으로 신예 홍건희, 심동섭, 문경찬 등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작년 시즌 규정이닝을 채우며 풀타임 1군으로 활약한 좌완 임준섭과 프로 13년 차의 우완 임준혁은 5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KIA 마운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돌아온 에이스' 윤석민의 보직이다. 12억5000만원이라는 윤석민의 연봉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선발 투수로 활용해야겠지만 KBO리그는 마무리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특히 불안요소가 많은 KIA의 불펜진을 생각한다면 윤석민이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는 것이 팀 전력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서재응, 김병현, 김진우, 곽정철 등 이른바 '부상자 군단'은 시범경기에서 실전 등판을 하지 못해 개막 엔트리 합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라도 구위를 회복해 1군에 합류한다면 KIA 마운드에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타선] 뻥 뚫린 센터라인을 메울 적임자는?

kt를 제외한 9개 구단 중에서 외국인 타자를 잔류시킨 구단은 3팀 뿐이다. 그리고 KIA는 그 3팀에 속해 있다. KIA의 외국인 선수 브렛 필은 작년 시즌 타율 .306 19홈런 66타점의 준수한 성적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KIA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안치홍(경찰청)과 김선빈(상무)의 군입대, 이대형(kt)의 이적으로 센터라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게다가 주전 우익수 신종길까지 어깨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이 좌절된 상황.

이대형이 빠져 나간 중견수 자리는 김원섭, 김다원 등이 맡을 수도 있고 좌익수 김주찬이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필이나 나지완 등 수비가 썩 미덥지 못한 선수들이 외야수비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외야 두 자리에 결원이 많이 생긴 만큼 이종환이나 박준태 같은 신예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주전 유격수는 시범경기 막판에 팀에 합류해 3경기에서 6할의 맹타를 휘두른 강한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빠른 발을 겸비한 강한울이 공수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KIA는 내야에 큰 걱정 하나를 덜 수 있다.

2루수 자리는 최용규, 박기남, 황대인 등 여러 선수에게 경합을 시키면서 적임자를 찾을 예정이다. 김기태 감독은 스프링 캠프에서 김주찬과 필에게 2루 훈련을 시키기도 했지만 이들이 풀타임 2루수로 활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차일목의 잔류로 한숨을 돌린 안방은 이성우와 이홍구가 시범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김기태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홍구는 공격형 포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올 시즌 자주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선수] 최희섭, '산악인' 오명 떨치고 '빅초이'로 돌아갈까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가 어디까지 몰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KIA구단과 팬들, 그리고 최희섭의 고교 선배이기도 한 김기태 감독은 끝내 이 남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이후 2년 만에 1군 스프링캠프를 건강하게 완주한 최희섭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290 4타점 3득점으로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2009년의 영광(타율 .308 33홈런100타점)을 재현하기는 힘들겠지만 최희섭이 라인업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도 KIA 타선의 무게감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최희섭이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이 1루와 지명타자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KIA의 1루엔 필, 지명타자엔 나지완이 있어 최희섭을 주전으로 활용하려면 기존 선수들의 연쇄적인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한때 '산악인'이라고 놀림을 받던 최희섭이 방황을 끝내고 성실하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도 KIA팬들에게는 충분히 뿌듯한 일이다. 과연 최희섭은 올 시즌 다시 타이거즈 팬들의 자랑스런 '빅초이'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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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KIA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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