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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인다.
 서울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인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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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 이후 편서풍은 우리에게 참 고마운 존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일년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분다는 것이 바로 이웃에 위치한 우리에게는 천만다행의 일이 되었던 것이죠.

그러나 역시 인생사는 새옹지마입니다. 바로 우리의 서쪽에 위치한 중국이 우리에게 매년 황사라는 기분 나쁜 선물을 안겨주더니, 이제는 미세먼지까지 더하여 우리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같은 듯하지만 다릅니다. 황사는 말 그대로 누런 모래죠. 주로 봄철에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 있는 모래와 먼지가 상승하여 편서풍을 타고 멀리 날아가 서서히 가라앉는 현상을 말합니다.

황사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왔을까요? 황사는 신라시대의 아달라왕 21년(서기 174년)에 우토(雨土)라는 기록으로 처음 등장할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었죠. 중국에서 들어와 중국이 원인 제공 국가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황사의 피해를 가장 많이 겪는 나라가 중국이라니, 마냥 중국을 미워할 수도 없겠습니다.

그러나 황사가 우리에게 주는 피해는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05년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황사로 인해 한해 최대 181만 7천여 명이 병원치료를 받고 165명이 사망합니다. 이런 유·무형의 피해를 화폐 단위로 환산할 경우 한해 최대 7조 3천억여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황사 먼지는 기관지의 자극이나 천식에 악영향을 주며, 이외에도 피부질환, 안질환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의 건강에 위협을 줍니다.

미세먼지, 작지만 그 해악은 매우 커

황사가 고대부터 꾸준하게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면, 미세먼지는 최근에 우리에게 새로운 고난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과 함께 수많은 대기오염물질을 포함하는 대기오염 물질입니다.

자동차와 공장,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화석 연료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황사와 같이 중국에 그 책임을 넘기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도 이러한 미세먼지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를 강구해야 합니다. 미세먼지는 대기중 떠다니는 입경 10㎛이하의 미세한 먼지이므로 중력에 의한 침강효과가 낮아 대기중에 오래 떠다니게 되고, 그 피해는 오래 지속됩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노라에서 20명이 사망한 대기오염사고, 1952년 약 4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런던스모그. 역사적인 두 사건 모두가 미세먼지의 악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과 인하대 연구팀의 미세먼지와 사망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65살 이상 노인 등 대기오염에 민감한 집단의 사망률은 0.4%씩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에는 10㎍/㎥ 증가할 때마다 민감한 집단의 사망률이 1.1%로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니 이쯤 되면 미세먼지가 오히려 황사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지 않나요?

김수영 을지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고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많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며 "우리 몸의 코와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속에 위치한 폐포까지 침투해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미세먼지는 장기간 노출될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미취학아동, 노약자, 임산부, 심장 및 호흡기질환자는 미세먼지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므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경우 가급적 실내에 머무르는 등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황사와 미세먼지, 피하는 것이 상책

황사나 미세먼지의 일차적 예방법은 회피요법입니다. 즉 최대한 황사나 미세먼지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실내에서만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황사나 미세먼지의 주의보가 발령될 경우에는 가급적 마스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마스크는 10㎛이상의 먼지를 걸러낼 수 있지만 그 이하의 먼지는 걸러내기 어렵습니다. 또한 입자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를 막기 위해서는 환경부 인증 마크가 있는 미세먼지용 방진 마스크를 사용해야 할 정도이니 마스크의 사용도 훌륭한 대안이 되기는 힘듭니다.

밖으로 외출을 하게 되는 경우 가급적 빨리 귀가를 하는 것이 좋고, 외출 후에는 손과 발을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특히 호흡기관인 코와 입은 물로 자주 헹궈주는 것이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편 몸 밖으로 가래를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물을 자주 마셔주는 것이 좋습니다. 김수영 교수는 "예로부터 천식 등 기관지질환에 효과가 좋은 배즙을 먹는 것이 좋으며, 기관지 확장작용이 있어 천식 치료제로 사용되는 테오필린(theophylline) 성분이 많은 녹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한편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는 가정에서 청소할 때에도 창문을 닫고 청소를 하는 것이 좋으며,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헤파(HEPA)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공기청정기의 경우에도 헤파필터가 달린 공기청정기가 좋습니다.

기관지를 촉촉하게 하여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한의학적 예방법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급적 황사와 미세먼지의 접촉을 최소화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실내에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호흡기 증상이 발생한다면 한약도 양약과 유사한 원리로 황사 및 미세먼지를 배출시키는 치료법을 사용합니다. 이를 한의학적 용어로는 윤폐거담(潤肺祛痰)법이라고 하는데, 코 및 기도의 점막 분비를 촉진하여 이물질을 가래의 형태로 배출시켜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결국 의학적인 방법과 원리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폐(潤肺)란 피부에 보습제를 바르듯 기관지 점막의 배출을 도와 점막을 매끄럽게 하여 미세먼지와 같은 자극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게 해 폐 손상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거담(祛痰)은 점막 및 섬모 운동성을 원활히 하여 이물질과 가래를 쉽게 배출하게 해 미세먼지를 기관지에 남아 있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길경(桔梗, 도라지)이 점막의 분비를 도와 염증치료 및 가래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한약재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정희재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청상보하탕, 맥문동탕 및 청인 유쾌환 등의 트로키 제제 등이 있으며, 향기흡입요법으로 코 안 및 기도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서 "높은 습도와 점막의 분비는 미세먼지 등의 이물질 배출을 돕고 점막 염증을 치료하여 코와 기관지 위생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침치료 및 뜸치료도 기관지 및 폐운동을 도와주어 윤폐거담(潤肺祛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황사나 미세먼지는 우리가 피하고 싶어도 공기중에 떠돌아 다니기 때문에 완벽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를 예방하는 일차적인 방법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황사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경우 최대한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김수영 을지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정희재 경희대학교 부속한방병원 알레르기 호흡기내과 교수



태그:#황사,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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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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