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영화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이정민


부산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사퇴 압박,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제 상영작 등급분류면제 조항 개정을 통한 검열 논란, 독립예술영화관 지원 및 개봉 지원 축소를 통한 영화관 프로그램 통제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국영화계가 공동대응에 나섰다.(관련 기사: 영진위가 허락한 영화만?...지원인가, 검열인가)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범대위')는 1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영화인 범대위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는 기존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지키기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확대 개편한 것으로 70여개 영화단체들과 국내 영상위, 영화제들이 결집했다. 영화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이후 10년 만으로, 그만큼 최근 상황을 영화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관련 기사: 50개 영화제 공동 성명 "등급분류면제 개정 이유 없다")

영화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사태들이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며 "나아가 영화예술발전의 근본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련의 사태를 획책한 당사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며 "기자회견 이후에도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 그리고 자율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가 잦아들지 않을 시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범문화계와 범시민 연대를 조직해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에게는 공개 질의를 통해 "부산영화제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을 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묻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부 차원의 억압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하나같이 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이 상영된 이후 노골적인 영화계 탄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인식이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는 "확인된 사실이 없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사안이 정부 당국에서 억압하고 영화계를 건드리려는 것으로 본능적으로 느낀다. 누가 억제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후에도 우려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분명하게 경고했다.

 영화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영화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이와 관련 영진위 등에서는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 뿐 부산영화제 압박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라 진행되는 상황이 우연히 동시에 벌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인식이다. 이은 대표가 "확인된 사실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친박 핵심 인사라는 점도 영화계가 부산영화제에 대한 압박을 정권 차원의 시나리오로 의심하는 부분이다.

서 시장은 지금껏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기존 시장들과는 전혀 다르게 <다이빙벨> 논란 과정에서 영화제 프로그램에 간섭하려고 해 영화계의 반발을 샀다. 논란이 커지면서 여론에 부담을 느낀 듯 봉합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 영화계의 시선이다.

배장수 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부산시가 '사퇴요구를 한 적 없다'면서도 공적인 자리에서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고, 영화제 측의 소명을 받지 않고 감사 결과를 시의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흘리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다이빙벨> 같은 영화는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안 하기에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는데, 정부 지원 받는 영화관에서 트는 것을 문제 삼는 것 같다"며 "부산영화제 이용관 위원장 사퇴 압박이나 독립영화배급지원 문제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정하는 영화를 상영하면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영 기회를 박탈하려는 태도라는 것이다.

보수영화인도 "표현의 자유는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

비영화인 출신의 영진위원장 임명도 이런 의심을 더욱 강화시키는 부분이다. 게다가 2010년 영화계 갈등의 한 복판에 있었던 문화미래포럼 참여 인사인 김종국 교수가 영진위원으로 선임된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2010년 상처가 컸던 영화계에서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인사라는 것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정윤철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해 '영화침체위원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강한섭, 조희문, 김세훈 위원장 등은 교수 출신들인데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계를 말아먹고 있다. 영진위 해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부산시장에 대해서도 "부산시가 무리한 행동을 하면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할 필요가 없다"며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사퇴요구도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은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말하는데 정부는 비전문가를 앉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등급분류면제 논란에 대해서도 "20년 동안 한 번도 큰 문제가 없던 사안이다"라며 "자신 없으면 사퇴하라"고 김세훈 영진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김종국 영진위원은 2010년 영화계 혼란에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인데, 영진위원으로 있는 것은 문제"라며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발언은 최근 임명된 영진위원들에 대한 영화계의 불신감을 대변한 것으로, "영진위 해체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임창재 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관할 경찰서도 아닌 경찰청에서 직접 전화가 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 이사장은 "엊그제 경찰청이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최근 영진위원장 교체로 인한 지원제도 변경과 독립영화인들에 대한 불편은 없는지 묻더라"며 "이런 일이 저뿐만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송희일 감독은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영화단체, 지방의 독립예술전용관, 그리고 영화제들도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며 "문체부나 영진위 등의 관련 부처가 있는 데도 이 같은 전화가 동시에 오는 것은 공포 조성의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겁을 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표현의 자유네, 검열이네' 하지 말라는 경고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경찰청'이라고 소개한 뒤 영진위의 정책변화에 대한 현장 영화인들의 반응을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걸려온 전화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경찰청'이라고 소개한 뒤 영진위의 정책변화에 대한 현장 영화인들의 반응을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걸려온 전화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 이정민


한편 보수적인 영화계 인사들도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화계에서 보수 원로로 꼽히는 정진우 감독(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유신독재 시절도 아닌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표현의 자유는 영화계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시에도 부산영화제를 흔들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한 보수 영화인은 "지지율도 떨어지고 정권에 부담되는 상황인데, 이에 아랑곳 않겠다는 것인지 친위대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큰 상태"라며 "온건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10년처럼 영화계가 혼란스러워지면 안 되는 데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표현의 자유 영화 영진위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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