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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다. 두 번째로 맞이하는 새해인 셈이다. 두 달 전 새해를 맞아 목표를 세워놓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면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주로 다이어트를 마음먹기 마련인데, 고칼로리 음식이 넘쳐나는 설날에 다이어트 다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물렁한 정신력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마침 설날은 우리의 정신력을 시험하기에 매우 좋은 날이다. 컴퓨터에 게임프로그램을 설치하며 비싼 피규어를 달라고 소리치는 조카들과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친척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자. 벌써부터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디 설날뿐이겠는가. 가만히 있으면 정부도 내 지갑을 털어가는 세상이다. 이 '호구' 인생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정신력은 필수다.

만만하게 보이면 손해보는 세상에서 우리를 독기 충만한 삶으로 안내해줄 영화, 드라마 속 악녀 3명을 모셔왔다. 일말의 주저함과 미안함도 없는 이 뻔뻔한 여자들의 삶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전히 친척들의 공격에 웃으며 넘어가고 있는 당신이라면 메모장 가져와서 꼼꼼하게 챙겨보고 실천해보도록 하자.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친척들과의 식사시간에 써먹으면 된다.

(※ 기사 내용에는 해당 영화, 드라마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녀①] '못된 여자'의 공식 탄생... <퀸카로 살아남는 법> 레지나 조지

레지나 조지
 레지나 조지
ⓒ Paramount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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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여왕벌'의 상징이자 싸가지 없는 10대의 표상인 레지나 조지가 있었다. 영화 <퀀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 마크 워터스 감독, 2004년)에 등장한 레지나 조지(레이첼 맥아담스 분)는 친구의 '썸남'을 앗아가고, 엄마와 선생님조차 가볍게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와 친구 사이를 이간질하는 영악함을 지닌 10대 악녀 그 자체다. 그래도 레지나 조지는 자존감이 넘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염치를 지닌 귀여운 악녀다.

이 귀여운 악녀에게서 배울 점은 무한한 자존감과 두꺼운 얼굴이다. 레지나 조지에게서 친척이 자존감을 깎아내려도 가볍게 비웃을 수 있는 자세를 배우도록 하자. 또한 살짝 못 들은 척 웃으며 반격을 날리는 뻔뻔함도 잊지 말자.

참고로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벌써 10년도 더 지난 하이틴 영화다. 덕분에 유명 배우들의 앳된 얼굴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한창 잘나가던 린제이 로한이나 <맘마미아>로 얼굴을 알린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신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레지나 조지를 이렇게 유명하게 만든 것에는 그녀의 외모도 한몫했다. 레지나 조지로 분한 레이첼 맥아담스의 미모는 당시 가장 잘나가던 스타인 린제이 로한을 한낱 '쩌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26살이던 레이첼 맥아담스는 한없이 귀엽고 예쁘지만 싸가지 없고 무식한 금발머리 10대의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연기한다.

이 캐릭터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미국에서는 '못된 여자=레지나 조지'라는 공식이 성립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작년에 미국의 팝가수 케이티 페리는 자신의 투어공연을 방해한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양의 탈을 쓴 레지나 조지'라고 칭하며 그녀를 저격하기도 했다.

[악녀②] 우아함 속 강철멘탈... <하우스 오브 카드> 클레어 언더우드

클레어 언더우드
 클레어 언더우드
ⓒ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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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레지나 조지의 행동반경은 겨우 고등학교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백악관을 흔드는 악녀는 어떨까? 클레어 언더우드는 바로 그런 여자다. 미국 스트리밍 회사 넷플릭스(NetFlix)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 시즌1 2013년 시즌2 2014년)의 히로인이자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분)의 동반자인 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 분)는 요즘 악녀들 사이에서도 가장 돋보인다.

클레어 언더우드는 남편의 불륜 정도는 가볍게 넘겨버리는 여유와 자신의 내연남 뒤통수도 칠 줄 아는 강철 '멘탈'을 지녔다. 게다가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와 우아함은 그녀를 감히 악녀라 칭하기 어려울 정도다. 감히 레지나 조지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클레어 언더우드의 포스는 남다르다. 게다가 이제는 영부인이 되었으니 그녀의 힘은 더욱 강력해질 예정이다.

우리가 클레어에게서 배워야 할 건 완벽한 선긋기와 남편 못지않은 대처능력이다. 여기에 철저한 자기관리를 더한다면 다이어트도 노려볼 수 있다. 누군가 내 나이, 취업여부 등을 물어본다면 클레어처럼 차분하게 역으로 질문을 던져보자. 우아하고 냉정한 표정연기는 필수다.

참고로 <하우스 오브 카드>는 2월 27일부터 시즌3가 시작될 예정이다. 만일 정주행을 마음먹었다면 설 연휴가 최적의 시간임을 잊지 말자. 한번 보기 시작하면 설 연휴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

[악녀③] 한계를 넘은 악녀... <나를 찾아줘> 에이미 던

에이미 던
 에이미 던
ⓒ 20th Century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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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악녀들 중 가장 강렬하고 인상 깊은 악녀를 꼽으라면 당연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년)의 에이미 던(로지문드 파이크 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스릴러물 <나를 찾아줘>로 에이미 던은 단박에 독한 여자의 최고봉에 올랐다.

클레어 언더우드가 소시오패스(sociopath, 법규무시 인권침해 등을 반복해 저지르는 정신질환. 범죄행동에 대한 자각이 있다)에 그쳤다면, 에이미 던은 사이코패스(psychopath,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 범죄행동에 대한 자각이 없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성격으로 따진다면 에이미를 따라올 악녀가 없다. 역시 악녀계의 신성다운 포스다.

에이미 던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모함과 살인을 서슴지 않는 대담함, 그리고 명석한 머리를 갖췄다. 게다가 그녀의 우아한 얼굴과 목소리 덕분에 자신의 범행을 감쪽같이 감추는 행운도 거머쥘 수 있었다.

<나를 찾아줘>는 사실상 에이미 던의 원톱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에이미 던의 카리스마가 영화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카리스마가 광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특히 자신의 남편인 닉 던(벤 애플렉 분)에게 완벽한 복수를 하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 그녀의 모습은 소름이 돋기에 충분하다.

이미 악녀의 한계범위를 넘은 듯한 에이미 던에게도 배울 구석은 존재한다. 바로 철저한 계획성과 연기력이다. 식사자리에서 친척이 잔소리를 한다면 눈물을 흘려보자. 물론 그 전에 미리 집안 어른께 점수를 따놓는 것은 필수다. 계획이 어그러지면 바로 친척들의 관심을 돌릴 만한 다음 희생양을 찾아보는 순발력도 잊지 말자.


태그:#나를 찾아줘, #퀸카로 살아남는 법, #하우스 오브 카드,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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