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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0일이 지났다. 숱한 날을 거리에서 떠돈 유가족들은 300일째 되는 날인 9일에도 거리에 서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한 '세월호 도보행진단'은 이날 전라도 광주를 지났다. 유가족과 시민 300여 명은 오는 14일 진도 팽목항까지 행진한 뒤 '진실규명을 위한 세월호 인양촉구 팽목항 범국민대회'에 합류한다.

이들이 아직도 거리를 헤매는 이유는 여전히 진상 규명이 요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합의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딴지걸기'로 출범조차 하지 못했다. 진실 규명을 원하는 이들의 거점인 광화문 광장 농성장은 서북청년단 등 극우세력의 철거 압력 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이 지났다.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참사 300일을 맞아 광장 속 세월호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살펴봤다. 노란색 추모 리본이 숲을 이뤘던 봄부터, 수많은 시민이 '동조단식'을 벌여가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여름, 엄마부대봉사단·서북청년단 등 불청객이 찾아온 가을 그리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현재까지다.

[①봄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추모의 계절]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지난해 4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소망과 추모의 벽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노란 리본을 매달고 있다.
▲ 무사귀환 염원하는 시민들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지난해 4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소망과 추모의 벽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노란 리본을 매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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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일째 되던 날인 지난해 4월 27일, 서울시 중구 시청 앞 광장에 합동분향소가 생겼다. 설치된 이후 첫 주에는 일일 조문객이 4만 2000명을 넘어섰고, 5월엔 1000~5000명이 다녀갔다. 철거 직전인 11월 초까지 35만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추모열기가 높아지면서 광장에는 추모객들이 하나둘 매달아 놓고 간 노란리본이 숲을 이루기도 했다. 또한 참사 초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던 리본 속 메시지는 어느새 '잊지 않겠다', '행동하겠다'라는 다짐으로 바뀌었다. 길 건너 대한문 앞도, 바로 옆 청계광장도 노란 물결로 번져갔다.

지난해 5월 3일 오후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귀환을 위한 국민촛불 집회에 한 참가자가 세월호 선내 방송을 뜻하는 '가만히 있으라' 손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있다.
▲ "가만히 있으라" 지난해 5월 3일 오후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귀환을 위한 국민촛불 집회에 한 참가자가 세월호 선내 방송을 뜻하는 '가만히 있으라' 손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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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한달째인 지난해 5월 16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인간리본 만들기 플래시몹에 참여하고 있다.
▲ "미안합니다. 기억할께요" 세월호 참사 한달째인 지난해 5월 16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인간리본 만들기 플래시몹에 참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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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여름 : "성역 없는 진상규명"... 분노의 계절] 

지난해 7월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시민들아 깨어나라!"를 울부짖고 있다.
▲ "시민들아 깨어나라!" 울부짖는 사람들 지난해 7월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시민들아 깨어나라!"를 울부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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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4일 김영오씨를 포함한 유가족 다섯 명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국회, 청와대 앞 등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거리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서명을 받기도 했다.

유가족의 단식농성 소식에 시민들의 동조단식 참여가 잇따랐다. 8월에는 2만 5천 명을 넘어섰다. 시민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무더위에 농성장을 찾았다. 각계각층의 릴레이단식과 함께 유명인사들도 나섰다. 가수 김장훈씨, 문재인·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각각 24일, 10일, 24일 동안 끼니를 거부했다.

동시에 광화문 광장에는 거의 매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시민들은 노란 리본을 만들거나 책을 읽으며 광장을 지켰다. 수만 명이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하는 나날도 이어졌다. 여름의 끝자락인 지난해 9월 2일에는 유가족과 시민 40여 명이 전국에서 받은 세월호 특별법 서명 135만여 명분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 시도하기도 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째 단식 농성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지난해 8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유가족과 주치의의 설득으로 병원으로 후송 되고 있다.
▲ 단식 40일째 유민아빠, 병원 후송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째 단식 농성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지난해 8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유가족과 주치의의 설득으로 병원으로 후송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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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지난해 9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세월호특별법제정촉구 서명지 135만여명 분을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던 중 경찰에 가로 막혀 있다.
▲ "안전한 나라 만들자는게 잘 못입니까?" 세월호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지난해 9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세월호특별법제정촉구 서명지 135만여명 분을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던 중 경찰에 가로 막혀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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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가을 : "굿바이 세월호"... 불청객의 계절]

일베 회원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도시락 나들이' 등 먹거리 집회를 예고한  지난해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 나타난 한 남성이 핫도그를 먹으며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 단식농성장에 나타나 핫도그 먹는 남성 일베 회원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도시락 나들이' 등 먹거리 집회를 예고한 지난해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 나타난 한 남성이 핫도그를 먹으며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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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광화문 광장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6일 극우성향의 온라인커뮤니티인 일베 회원 등이 단식농성장에서 '도시락 나들이'를 연 것이다. 한 남성은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며 단식 농성 중인 시민들을 조롱하듯 핫도그를 먹으며 서성였다. 인근에서는 일베 회원과 보수대학생 등 100여 명이 '폭식투쟁'을 선언하고 피자 100판을 30여분 만에 먹어치우기도 했다.

이어 9월 28일에는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엄마부대봉사단 등 극우 단체들이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노란 리본 철거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루 전날에는 광화문 농성장 길 건너편에서 노란리본 화형식도 진행됐다. 결국 11월 11일에는 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등의 회원들이 경찰 제지선을 뚫고 농성장에 진입해 기물을 훼손하고 관계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을 조롱하는 '맞불단식'과 '폭식투쟁'을 벌이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 27일 오후 광화문네거리 동아일보사앞에서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리본 화형식을 벌였다. 이 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참석했다.
▲ '노란리본' 불태우는 보수단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을 조롱하는 '맞불단식'과 '폭식투쟁'을 벌이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 27일 오후 광화문네거리 동아일보사앞에서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리본 화형식을 벌였다. 이 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참석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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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일베'(일간베스트) 카페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광화문 농성장이 불법시설물이라며 농성장에 난입해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경찰 제지선을 뚫은 몇명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서명대까지 들이닥쳐 스피커를 넘어뜨리는 등 기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이 항의하는 시민의 머리채를 잡고 있다.
▲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세월호농성장 습격' 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일베'(일간베스트) 카페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광화문 농성장이 불법시설물이라며 농성장에 난입해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경찰 제지선을 뚫은 몇명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서명대까지 들이닥쳐 스피커를 넘어뜨리는 등 기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이 항의하는 시민의 머리채를 잡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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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겨울 :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의 계절]

2014년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아듀 2014 잊지않을께 송년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전시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세월호 참사 잊지 않기 위해 준비한 기억의 공간 2014년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아듀 2014 잊지않을께 송년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전시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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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일, 끝내 유가족의 요구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채로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된 후 광화문 광장을 찾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끝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지는지 지켜보기 위해 최후의 보루인 이곳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100일 넘게 머무른 '민우 아빠' 이종철(48)씨와 '영석 아빠' 오병환(43)씨가 지킴이다.

매일 상주하다시피 했던 언론들도 차차 발길이 뜸해졌다. 12월 24~25일, 12월 31일, 1월1일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언론에 노출되는 숫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12월 이후 농성장 천막을 지키는 시민도 20명 안팎으로 줄었지만 이들은 꿋꿋했다.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대신 매일같이 천막 안 '리본공작소'에 모여 노란리본을 만드는 끈끈한 '치유의 공동체'로 진화했다. 서명부스도 매일 열린다. 또한 지난달 26일부터는 매일 농성장과 종로 일대를 돌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달빛행진'도 진행 중이다.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4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듀 2014 잊지않을께 송년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새해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진상규명을 위해 서명지에 서명하고 있다.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서명하는 시민들 2014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듀 2014 잊지않을께 송년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새해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진상규명을 위해 서명지에 서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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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5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추모하며 16배를 올리고 있다.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5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추모하며 16배를 올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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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일베, #참사, #광화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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