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사무국장으로 임명된 박환문씨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사무국장으로 임명된 박환문씨 ⓒ 영진위 제공

[기사수정 : 7일 오후 10시 4분]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사무국장에 영화와 무관한 일을 하던 인사가 임명되면서, 영화계와 영진위의 대립 구도가 더욱 심해지려는 모습이다. 김세훈 위원장을 비롯해 비영화인 출신들이 영진위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모양새여서 영화계의 우려와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영진위는 5일(목) 저녁 2015년 제1차 정기위원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기구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참여했던 박환문 신임 사무국장 임명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박환문 신임 사무국장은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MBA 출신으로, CJ미디어와 온세텔레콤, KT를 거친 글로벌 경영전문가로 영화 쪽 분야와는 관계성이 약한 인물이다. 다수의 비즈니스 통합전략 수립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특히 영상, 미디어 분야 글로벌 대외 협력 전문가로써 미디어 콘텐츠 및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과 유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주도한 인물로 평가된다는 것이 영진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임명 소식이 전해진 6일 영화계의 반응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시>, <화이> 등을 제작한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는 "신임 영진위 사무국장의 영화 관련 경력은 뭐가 있는 거냐?"며 임명 과정에 의아스러움을 나타냈다.

국내 대학 영화과 교수인 한 평론가는 "한국 영화에 인재들이 많은데 영화와 무관한 사람이 어떻게 사무국장이 될 수 있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도대체 한국영화를 무엇으로 보는 거냐?"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환문 신임 사무국장의 경력 중 눈에 띠는 것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 추진위원으로 참여한 부분이다. 김세훈 현 영진위원장 역시 추진위원으로 함께 했다.

이 때문에 영화계는 "비영화인 출신들을 대선 논공행상으로 내려 앉혔다"며 "현장 영화인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하는 분위기다. 현 정권이 비영화인 출신에 비전문가들을 통해 사실상 영진위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문화 게쉬타포 문화미래포럼의 재등장

 지난 12월 31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종국 영진위원(우측)

지난 12월 31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종국 영진위원(우측) ⓒ 문화체육관광부


영진위 부위원장 선임 건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사안 중 하나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2월초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김종국 영진위원을 부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부위원장은 영진위원들이 규정에 따라 선출하는 것일 뿐 우리와 관계없다. 내정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영진위는 "부위원장 선출 건은 5일 회의에 상정은 됐으나 '의결 보류'가 됐다"고 밝혔다. 부위원장은 영진위원들의 호선을 통해 선출한다.

김종국 영진위원은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함께 문화미래포럼 출신으로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된다. 문화미래포럼은 2010년 이명박 정권 시절 국내영화제들이 좌파의 온상이라며 이의 청산을 주장해 당시 영화계 갈등의 중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김종국 영진위원은 2008년 발간된 문화미래포럼 총서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의 저자로 참여했다.

한 독립영화 감독은 "영화에 대해 알지 못하고 지금껏 한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사무국장에 임명하는 것을 보면, 부위원장 선임도 비슷한 것 아니겠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문화 게슈타포로 불리던 문화미래포럼의 재등장이 결국 검열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여서 영화계의 대응 또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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