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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전방십자인대 파열) 관련 질문에 "공개검증을 하겠다" "약속했으니 추진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이완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전방십자인대 파열) 관련 질문에 "공개검증을 하겠다" "약속했으니 추진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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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오는 10일과 11일 이틀간 열린다. 이 후보자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통합에 미치지 못하는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당권주자인 문재인 의원은 최근 "호남 출신 총리를 등용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1948년 건국 이후 임명된 총리 42명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 7명(17%)이 영남(경남 4명, 경북 2명, 부산 1명)이었고, 서울과 평남(평안남도), 호남도 각각 5명(12%, 전북 4명, 전남 1명)씩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경기·충남(각 4명씩), 황해도(3명), 강원(2명), 우수르스크·평안북도·함경남도(각 1명씩) 순이었다.

특히 호남 출신 총리를 가장 많이 발탁한 정권은 전두환 정부(5공)였다. 전두환 정부가 발탁한 7명의 총리 중 2명(김상협, 진의종)이 호남 출신(전북 부안, 고창)이었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영남 출신을 가장 많이 발탁했다. 총 4명의 총리 중 2명(박태준, 김석수)이 영남 출신(경남 하동, 양산)이었다.

[1948년-1962년] 수도권 출신과 40대 총리의 강세

이 시기 이승만 정부와 민주당 내각은 수도권 출신의 총리들을 많이 기용했다. 총 7명의 총리 중 초대 총리인 이범석과 2대 총리 장면, 5대 총리 변영태가 서울과 경기도 출신이었다. 임시직인 총리서리를 포함해도 호남 출신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영남 출신은 몇 명의 서리가 있었으나 총리로는 3대 총리인 장택상 총리가 유일했다.

경북 칠곡이 고향인 장택상 총리는 초대 외무부 장관 출신으로 2대 총리 장면이 신병을 이유로 사퇴하자 후임으로 임명됐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장 총리는 총리로 임명된 직후 영남 지역의 대학자(大學子)인 서애 유성룡 선생 묘소를 찾아 "대감 이후 영남에서 정승이 나오기는 제가 처음입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젊은 총리들이 대거 기용됐다. 역대 최연소 총리(5대 총리 백두진, 당시 44세)가 나오기도 했고, 초대 총리로 임명된 이범석 총리의 나이는 고작 48세에 불과했다. 내각 수반을 병행했기에 공식 총리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는 총리를 겸했던 민주당 내각(1960 ~ 1962)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연소 총리는 1961년 38살의 나이로 내각 수반에 오른 장도영이다.

[1963년-1979년] 총리 한 명당 재임기간 3.2년

1965년 '한일협정'에 서명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왼쪽부터 정일권 총리, 박 대통령, 이동원 외무장관, 김동조 주일대사.
 1965년 '한일협정'에 서명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왼쪽부터 정일권 총리, 박 대통령, 이동원 외무장관, 김동조 주일대사.

무려 16년간 대한민국을 철권통치한 박정희 정권은 총리 기용의 기준으로 '지역 안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영·호남 지역 인사들을 배제하고 타지역의 출신들을 고루 기용했다. 이 시기 총 5명의 총리 중 영·호남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충청·강원 등 소외지역 출신 인사들이 총리 자리에 올랐다. 박정희 정권 출범에 크게 기여한 11대 김종필 총리는 충남 부여가 고향이다. 김 총리는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과 'DJP연합'으로 국민의 정부 초대 총리까지 지내는 등 총 두 차례 총리직을 역임했다. 박정희 정권 마지막 총리인 최규하 총리는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역대 총리서리를 포함해 강원도 출신 최초 총리다.

역대 최장수 총리(6년 7개월)인 정일권 총리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연해주 근처), 박정희 정권 초대 총리인 최두선 총리는 서울, 이승만 정권에 이어 두 번째로 총리직에 오른 백두진 총리는 황해 신천이 고향이다.

박정희 정권에서 총리들의 재임 기간이 아주 길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박정희 대통령 16년의 재임기간 동안 발탁된 총리는 총 5명에 불과했다. 총리 한 명 당 평균 3.2년의 임기를 채운 것이다. 역대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인 1.37년의 2.3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1980년-1988년] 최초의 '호남 총리' 탄생

'호남 출신 총리'는 대한민국 건국으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1980년 전두환 정권에 이르러서야 처음 나왔다. 전두환 정권은 5·18 광주민주항쟁 이후 민심 수습 차원에서 가장 많은 호남 출신 총리를 발탁했다.

전두환 정권은 총 7명의 총리 가운데 2명을 호남 출신으로 지명했다. 전임 유창순 총리가 거액의 어음사기사건으로 경질된 이후 지명돼 '수습총리'라는 비판을 받았던 16대 김상협 총리와 민정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17대 진의종 총리가 그들이다.

김상협 총리는 고려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으로 최초의 호남 출신 총리다. 하지만 아웅산묘소 폭발사건, 조흥은행 어음 부정 보증 사건 등으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개각 차원에서 1년 만에 전격 경질됐다. 한편 김 총리는 전두환 정권 최초의 '비경제계' 출신 총리였다. 전임 신현확, 유창순, 남덕우 총리는 모두 경제계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에 맞춰 등용된 인물들이었다.

김 총리 후임으로는 역시 호남 출신으로 민주정의당 정책위의장과 최고위원을 지낸 진의종 총리가 발탁됐다. 하지만 진 총리는 재임 1년 6개월 만에 뇌일혈로 쓰러졌고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신병현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한편 김 총리(부안)와 진 총리(고창)는 모두 '전북' 출신이다.

[1988년-2008년] 평균 임기는 줄고, 지역 안배는 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발탁된 총리들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게 줄어든 재임기간이다. 민주화 이전 국무총리들의 평균 임기는 1.57년이었다. 반면에 민주화 이후에는 1.17년으로 1년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민주화 이후 발탁된 총리는 전체 42명의 절반을 넘는 22명이다. 역대 총리의 절반이 1년을 조금 채우고 물러난 셈이다. 반면 지역 안배는 늘어났다.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10년간 총 11명의 총리가 나왔다. 재임기간은 고작 1년을 웃돈다. 두 정부를 통틀어 재임기간이 1년 미만인 총리는 이현재, 노재봉, 황인성, 이회창, 이영덕, 고건 총리 등 총 6명이었다. 절반 정도(약 55%)가 임기 1년을 못 채운 것이다.

두 정부는 특정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탕평책'을 적절하게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총 11명의 총리 중 출신이 겹치는 경우는 평안남도가 고향인 현승종, 이영덕 총리뿐이었다. 그 밖에는 서울, 경남, 전북, 충남, 황해도 등 다양한 지역 출신들이 고루 총리에 기용됐다.

대신 특정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총 11명의 총리 중 강영훈, 황인성 총리를 제외한 9명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다. 두 정부 이전에 기용된 총 19명의 총리 중 서울대 출신은 5명뿐이었고, 해외파(일본 도쿄대, 와세다대, 쓰쿠바대학, 영국 에든버러대, 미국 헤이스팅스대 등)가 많았다. 민주화 이후 서울대 출신 발탁이 늘면서 건국 이후 전체 총리 42명 가운데 절반인 21명(두 차례 역임한 고건, 장면 총리 포함)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도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지역 안배에 애썼다. 특히 집권 기간 가장 많은 총리가 등용된 지역은 영남(2명)이었다. 박태준, 김석수 총리가 각각 경남 양산과 하동 출신이었다. 나머지는 충남 부여(김종필)와 경기 포천(이한동) 출신이었다.

특히 국민의 정부가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자유민주연합)과 연합한 정부였다는 점에서 자민련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총 4명의 총리 중 대법관 출신인 김석수 전 총리(34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민련 인사(김종필, 박태준, 이한동)였다.

지난 2006년 4월 당시 한명숙 총리 지명자가 국회 총리인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4월 당시 한명숙 총리 지명자가 국회 총리인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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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참여정부는 '최초의 여성 총리'인 한명숙 총리(37대)를 배출했다. 평안남도 출신인 한명숙 총리는 국민의 정부 시절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지명자였던 장상 총리서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발탁된 여성 총리 지명자였다. 하지만 장 총리서리는 투기와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낙마하면서 한 총리가 '최초의 여성총리'로 기록됐다. 한 총리 외엔 서울 출신의 고건 총리, 충남 청양 출신의 이해찬 총리, 전북 전주 출신의 한덕수 총리가 2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2008년-2015년] 최초의 '전남' 출신 탄생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 발탁은 재임기간이나 지역 안배 면에서는 적절해 보인다. 전부 1년 이상의 임기를 거쳤고, 지역 편중 논란이 없도록 강원, 충남, 전남, 경남 등 고르게 등용했다.

정운찬 당시 총리가 지난 2010년 6월 1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운찬 당시 총리가 지난 2010년 6월 1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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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정부의 국무총리들은 유독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이명박 정부의 정운찬 총리가 대표적이다. 4대강 견해 바꾸기 논란(총리에 지명되기 전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이었다), 병역기피의혹, 위장전입, 공무원법상 겸직 금지 위반 등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비리 백화점'이라 부를 정도로 많은 의혹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역대 최초로 '전남' 출신 총리가 탄생하기도 했다. 전남 장성이 고향인 41대 김황식 국무총리다. 김 총리는 2010년 10월부터 2013년 2월 26일까지 2년 5개월간 재임했다. 정일권(6년 7개월), 김종필(4년 6개월), 최규하(3년 9개월) 총리에 이은 4번째 장수기록이다. 지난해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했다가 정몽준 후보에게 패했다.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지역 안배에는 신경을 썼다. 경남 하동 출신의 정홍원 총리에 이어 제 43대 총리로 충남 청양 출신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박근혜 정부 첫 총리인 정홍원 총리는 흥미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는 사표를 반려 당해 유임된 최초의 총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찌감치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후임 총리로 지목된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가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낙마해 유임됐다. 정 총리는 당시 '유임총리', '시한부 총리'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었다.

역대 총리 42명의 출신지역-대학-재임기간-특이사항.
 역대 총리 42명의 출신지역-대학-재임기간-특이사항.
ⓒ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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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무총리, #호남, #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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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미생입니다. 완생은 바라지도 않고, 중생이나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 21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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