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 > '아이가 있는 나라'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아이가 있는 나라'의 한 장면. ⓒ MBC


검색어 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인천 송도 어린이집'의 4세 아이 폭행 사건이다. 아이가 저만치 날아갈 만큼 때린 교사에 대해 사람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띤 그 아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기에 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해야 했는지, 아니 엄마 품에서 담뿍 사랑을 받아도 모자를 겨우 그 나이에 벌써 선생님에게 말을 안 듣는다고 체벌을 당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어떤 설명을 붙여도 가당치 않다는 것을 누구나 다 공감한다.

번번이 어린이집 체벌 사건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공분하고, 그 교사가 처벌을 받고, 심지어 그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도, 어디선가는 또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4세 아이의 폭행 사건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이미 그런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었다는 학부모들의 증언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면, 이런 일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왜 부모들은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마구 대하는 줄 알면서도 그 열악한 환경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 할 수 밖에 없을까? 이렇게 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줄 알면서도 아이를 떼어 놓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육아 현실을 MBC < PD수첩 >이 신년 특집 '아이가 있는 나라' 1, 2부를 통해 짚어 보고자 한다.

등골 휘는 육아전쟁...아이를 낳는 게 두려운 나라

열악한 육아의 환경을 짚어보기 위해 < PD수첩 >은 멀리, 애초에 결혼조차 하기 두려운 이 시대 청춘의 삶으로 돌아가 본다.

지난 6일 방송된 1부 '무자식이 상팔자'는 내 집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돈 한 푼 쓰지 않고 모아 12.8년이 걸리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서른이 되어서도 아직 사회에 입문하지도 못한 채 당연히 결혼이라는 건 꿈도 꾸기 힘든 젊은이들을 만난다.

겨우 직장이라는 걸 얻어서 들어가고, 심지어 결혼을 해도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건 너무 큰 대가를 요구한다. 핀란드의 임산부들에게 제공되는, 심지어 손톱깎이까지 들어있는 '마터니티 패키지'는커녕, 갓 태어난 내 자식에게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들의 맘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딸랑이 하나가 12만원이나 된다.

육아는 고부가가치 상품의 난장인 상술의 늪에서 내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아이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상대적 결핍감을 이겨내며 등골이 휘어가는 육아의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낳는 것이 점점 더 두려운 일이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13일 방송된 2부 '애는 혼자 키우나요?'는 설상가상이다. 법적으로는 엄연히 산모의 법정 휴가가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른바 '사내 눈치법'이다. 불과 임신을 한 지 일주일 만에 해고를 통보받는 나라, 임신 중 검진 한 번을 받는 것이 '근무 태만'이 되는 나라, 하혈을 해도 오전 근무를 다 마치고 조퇴서를 쓰고 병원에 갈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기업이 아닌 직장들은 임신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내세워 임신 퇴직의 불가피함을 내세우는 현실에서 아이를 갖는 건 곧 실업을 의미하는 게 우리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런 퇴직의 위기를 겪으며 아이를 낳은 후도 여의치 않다. 과도한 직장 업무가 산적한 우리 현실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직장에 올인하고, 육아는 온전히 맞벌이를 하는 아내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직장으로 향하고, 아파서 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직장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한 직장에서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으로 임신과 출산을 대한다. 겨우 1년의 공백을 두고 기존 직원을 자르고 새 직원을 채용하는 대신에, 충분한 임신과 출산의 여건을 조성하면서 우수한 직원을 키워가는 방식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또한, 여전히 여성의 임신을 등한시하는 직장 문화 속에서 < PD수첩 >이 제안한 대안은 남성의 적극적 육아 참여다. 출산 휴가를 함께 받는 아빠, 그래서 아이를 함께 키워 본 아빠는 그 과정에서 육아의 참 의미를 깨닫는 동시에,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의식을 전면적으로 재고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산 장려보다 아이를 책임질 수 있는 사회가 필요

 MBC < PD수첩 > '아이가 있는 나라'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아이가 있는 나라'의 한 장면. ⓒ MBC


결국은 아이를 낳았으면 아빠와 엄마가 함께 키워감으로써 버거운 육아의 장애를 극복하자는 희망찬, 하지만 어쩐지 지엽적인 해결책으로 < PD수첩 >은 결론을 맺었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아이를 낳아 함께 키우기보다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일 듯한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아이를 가지기도 힘들고, 아니 애초에 아이를 낳을 여건이 되는 직장과 아이를 키울 집도 가지기도 힘든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회의적인 현실. 문득, 얼마 전 출간된 앨런 와이즈먼의 <인구 쇼크>가 떠오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구가 줄어든다며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이 고밀도 인구를  배경으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자본의 비열한 논리라며,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폭발을 앞둔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일랜드나 북유럽의 두터운 복지 정책, 그 중에서도 특히 풍족한 육아 정책은 아이가 귀한 국가 환경에서 배태된 것으로, 결국 한 사람이라도 귀한 환경이 되어야 나도 내 아이도 정부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 현실에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충고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사회가 아닌, 막연히 아빠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허언하는 사회가 아닌, 한 명의 아이라도 책임져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저절로 아이를 낳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 PD수첩 >이 드러내지 않은 진짜 결론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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