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웬 양담배?"

"어, 이거 경비 김씨가 준거야. 담뱃값 오르기 전에 주려고 했는데 나를 오늘에서야 봤다면서 주네. 이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지만 성의가 고마워서 한 번 피워봐야지."

"그렇지 않아도 아까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는데 그래서였구나."

며칠 전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 손에 담배 한 갑이 들려 있었다. 남편은 평소 경비실 아저씨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주말 농장을 하는 남편은 농산물을 가지고 오면 집에 오기 전 경비실에 들려 아저씨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특히 김씨 아저씨는 겨울 김장 때 준 배추와 무로 맛있게 김치를 담가 먹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단다. 남을 주는 것은 싱싱하고 먹을 만한 것을 줘야 한다는 것이 남편의 생각이다.

그 생각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다. 그 일은 몇 년 전부터 계속돼온 일이기도 하다.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는 농산물이지만, 아저씨들은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퇴근해오는 남편의 손에 어느 날에는 사과한 알, 어느 날은 단감이 들려오기도 한다. 모두 경비아저씨들이 남편에게 준 정이 담긴 작은 선물인 것이다.

남편은 저녁을 먹고 가끔 경비실에 놀러 가곤 한다. 그런 경비 아저씨들은 속상했던 일들을 털어놓기도 한다. 언젠가 경비아저씨 중 한 분이 남편에게 "○○동에 사는 박씨 자동차는 크잖아, 그것을 통로 앞에 세워 놔서 불편하다고 그 동에 사는 사람이 민원을 넣은 거야. 그래서 박씨한테 그 말을 했더니 별별 소리를 하면서 난리가 났더라고. 그런데 박씨는 그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거든..."하며 말꼬리를 흐리더란다.

남편은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더니 못쓰겠구먼. 당연히 통로 앞에 자동차를 세워놓으면 주민이 불편하지. 그리고 주민한테 항의가 들어와서 전했는데 왜 엉뚱한 사람한테 화풀이를 하면 어쩌자는 거야? 잊어버려"하며 경비아저씨를 달래 줬다고 한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박씨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됐다. 오며가며 수시로 경비실에 들어와서 쓸데없는 잔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TV 뉴스에서 봤던 일들이 우리 아파트에서도 간간히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나 그런 사람 한두 사람은 있기 마련인가보다.

경비아저씨는 우리의 이웃입니다.
 경비아저씨는 우리의 이웃입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경비아저씨, 우리의 이웃입니다

겨울철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남편은 완전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곤 경비아저씨들과 함께 눈을 치우곤 한다. 땀을 뻘뻘 흘리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적당히 하고 들어오지"하면 "일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지. 경비 몇 명이 눈을 치우긴 너무 힘들지. 내가 사는 아파트인데. 운동도 되고 좋네"하고 답한다.

남편이 경비실에 자주 놀러 간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한 가지는 그 일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경비 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요즘은 마음이 변했다고 한다. 경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도 해야 하는데, 그것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몇몇 주민의 잔소리 등이 사람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을 직접 본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경비일이 만만치 않은가 봐"하고 내가 답하면 "그러게, 내가 가끔 놀러 가서 보면 쉽지가 않더라고"한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경비 아저씨들과 주민들의 마찰 소식에 안타까움이 생기곤 한다. 택배, 주차 문제 등 별 문제가 되지 않은 일들이 사건을 만들어 내곤 하는 것이다.

주차 문제만 해도 그렇다. 내가 딸 아이 집에 가서 보면 주차 공간이 많아도 가변에 세워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가 놓은 사람들을 종종 보기도 하다. 며칠 전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나 할 수 없이 경비 아저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경비 아저씨는 그 자동차를 보자 마자 그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경비 아저씨의 말이 맞았다.

그곳에 놀러왔다고 하는 그 사람이 하는 말.

"차들이 안 나갈까봐 그랬어요."

그 말이 전부였다. 그때 경비아저씨가 "여긴 밤에 주차 공간이 부족할 때 사이드브레이크를 풀어놓고 세워 놓는 자리입니다"라고 말하자, 차 주인은 기분이 좋지 않은 낯빛이었다. 경비 아저씨의 말이 맞는 말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대낮이라 주차 공간이 많이 비어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나도 그 차 주인의 말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주차 공간이 없었다면 몰라도 말이다.

내 가족 중 한 사람, 내 친척 중 한 사람, 내 절친한 이웃의 한 사람이 경비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 중 한 사람이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마음이 어떨까? 우리 모두는 작은 행동 하나 하나를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경비아저씨는 우리의 또 다른 이웃이기 때문이다.

"나 경비실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올게."
"그럼 집에 있는 커피 몇 봉다리 가지고 가."
"그럴까 그럼. "

남편은 주섬주섬 커피 몇 봉지를 가지고 경비실로 놀러 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