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김세훈 위원장.취임식

5일 부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김세훈 위원장.취임식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김세훈 신임 위원장이 5일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면서 6기 영진위가 출범했지만 신임 영진위원장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반응이 냉랭한 탓에 2015년 영화계의 기상도는 흐린 분위기다. 

지난 12월 31일, 신임 영진위원장 인선이 발표된 직후부터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영진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인사는 "강한섭 2기 시작인거죠"라며 김세훈 위원장이 이명박 정권 시절 임명된 강한섭 위원장 재임 시 영진위원을 역임했음을 지적했다. 

특히 영진위원장과 함께 임명된 김종국·신보경·박재우 등 영진위원 3인에 대해서도 "인사의 기준이 뭐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뒷말이 무성하다. 김종덕 장관은 홍익대학교 출신으로 미국 아트센터 디자인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장관 임명 전까지 홍대 교수였는데, 영진위원들이 하나같이 장관과 학연이 겹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 임명된 김세훈 위원장이 홍대 시각디자인과 출신이고 김종국 영진위원 역시 홍대 겸임 교수를 지냈다. 신보경 위원도 홍대 시각디자인과 출신이다. 박재우 위원은 미국 아트센터 디자인대학에서 영화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게자는 "현장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선을 했다"고 밝혔지만, 김 장관과 개인적인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관과의 학연이 인사에 반영됐다는 영화계의 의구심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문체부 장관과 학연 겹치는 인물에 뉴라이트 단체 출신도 선임

특히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은 김종국 영진위원이다. 김 위원은 2010년 영진위의 공모에서 기존 사업자를 제치고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 이사로, 영상미디어센터 소장을 맡았었다.

 지난 12월 31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종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지난 12월 31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종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당시 공모를 통해 독립영화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로 선정된 단체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조희문 영진위 체제가 흔들리는 결정적인 구실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계와 영진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논란이 컸던 독립영화관과 영상미디어센터는 1년 동안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영진위 직영으로 전환됐다. 영진위 관계자는 "당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자들이 예산만 썼을 뿐 어떤 성과를 보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종국 교수가 영진위원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영진위 내부에서도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 31일 발표 직후 "김 교수가 영진위원으로 임명된 것이 뜻밖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김 교수가 뉴라이트 단체로 알려진 문화미래포럼 사무국장을 역임한 경력에 대해서도 영화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화미래포럼은 2008년 7월에 사단법인화한 단체로 같은 해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에게 제출한 '문화 예술계 현안과 과제'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영화제 등 각종 기관 단체에 포진하고 있는 좌파 이념 편향의 인력에 대한 청산"을 요구했다.

또 '좌파 세력의 근거지'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연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진흥위원회 등을 꼽는 등, 이명박 정권 시절 빚어진 영화계 갈등 과정에서 책임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송희일 감독은 "이번에 임명된 영진위원장과 영진위원 인사들 명단을 보니, 걱정이 크다"면서 "영진위가 애니메이션 위원회로 특화되는 것도 아니고, 정체성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MB 정부 때 뉴라이트 동아줄 타고 내려와 난리 쳤던 사람도 다시 영진위원으로 들어와 있다"고 비판했다.

영진위, 물리적 거리 이어 정서적 거리마저 멀어져

영화계는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신뢰하기 어려운 위원장에 대해 우려하는 반응이다. 영화단체사업지원이 줄어들고 있고, 독립예술영화관 지원 사업도 휘청대고 있으며, 남양주 종합촬영소 매각 문제와 영진위 사옥 신축에 영화발전기금을 전용하는 문제 등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신임 영진위원장을 보는 시각은 회의적이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진우 한국영화감독협회 회장은 5일 "신임 영진위원장이 지금까지 영화계에서 무슨 역할을 한 게 있냐"며 "영화계에 그 분보다 더 전문가들이 많이 있는 데도 비전문가를 앉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영화정책센터 최현용 소장은 "영진위가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영화계와 물리적인 거리가 생겼는데, 이번 위원장 임명으로 인해 정서적 거리마저 더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영화발전기금을 영진위 사옥 신축 등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전용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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