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이 눈시울을 적시며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4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이 눈시울을 적시며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 KBS


28일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유재석은 계속 "내가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죄송하다"를 연발하고 있었다. 지상파 3사 통산 11번째 대상. KBS <연예대상>에서는 9년 만에 받은 대상 트로피였다.

강호동, 김준호, 신동엽, 이경규, 차태현과의 경합에서 수상자가 된 유재석은 <해피투게더3>와 <나는 남자다>팀은 물론 아내 나경은을 비롯한 가족에게 고루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금 돈버느라 DJ하고 있을 명수형"도 잊지 않았다. 헌데, 유재석은 뭐가 그리 미안하고 죄송했을까.

보상과 배려 사이, 유재석의 수상은 처음부터 시즌제를 예고했으나 아직 시즌2를 확정짓지 못한 <나는 남자다>를 20회 동안 이끌어 온 공로를 치하하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해피투게더>를 개근해온 공이었다면 이미 작년에 수상했어야 했다는 방송가 안팎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무려 200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연예대상>의 주요 관심은 김준호에게 쏠린 것이 사실이다. 최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코코엔터테인먼트에서 벌어진 공동대표의 횡령사건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김준호는 <개그콘서트> 후배들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격려를 받았다.

그러나 KBS가 사랑해 마지않는 <1박 2일>과 <개그콘서트>, <인간의 조건>을 무리 없이 이끈 김준호였더라도, 2년 연속 수상은 부담스러워 보인 것이 사실이다. 유재석의 "죄송하다"는 발언은 실제로는 생방송 상황에서 겸손한 그의 성격에서 나온 뜻이겠지만, 이러한 맥락을 놓고 보면 해석할 여지가 꽤나 많아 보인다. 29일 열리는 MBC <방송연예대상>과 30일 열리는 SBS <연예대상>에서도 유재석은 역시 유력한 대상 후보이기 때문이다.

최초 방송3사 연예대상 그랜드슬램, 달성할 수 있을까

 지난 2013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자와 수상자로 나란히 포즈를 취한 강호동과 유재석.

지난 2013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자와 수상자로 나란히 포즈를 취한 강호동과 유재석. ⓒ JTBC


MBC는 올해 대상 수상자를 100% 시청자 투표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MBC 측은 "대상 후보는 생방송 시작과 동시에 공개되며, 후보들 중 시청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사람이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다"며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문자 투표로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방송연예대상 역사상 최초"라 밝혔다.

시청률과 반비례해 반비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진짜 사나이>나 폐지론까지 고개를 든 <아빠! 어디가?> 등 예년에 비해 화력이 떨어지고 이렇다 할 새 인물 역시 보이지 않는 MBC 예능 프로그램. 그 안에서 <무한도전>의 존재감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특히 <무한도전>은 27일 19.8%란 희대의 시청률을 달성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으로 대미를 장식한 바 있다.

그러나 유재석은 MBC가 개인에서 프로그램에게 대상을 수여하는 형식을 도입하면서  2010년 이후 대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올해 <무한도전>은 '2014 선택' 등 굵직한 특집을 선보이며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두 멤버의 하차에도 불구하고 MBC의 대표브랜드의 지위를 잃지 않은 것이다. 굳이 '팬덤'이 몰표를 주지 않아도, 유재석의 대상 수상은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랄까. 

SBS의 경우, KBS의 고민을 똑같이 짊어지게 됐다. 작년 수상자인 김병만이 <정글의 법칙>에 이어 <에코빌리지 즐거운가>에 출연하며 시청률 면에서 한 발짝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런닝맨>의 경우, 중국에 포맷이 수출되고 아시아 전역에서 '예능한류'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화제성과 인지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비록 국내 시청률은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1박2일>에 밀리지만 이러한 상징성을 간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케이블과 종편의 약진에 대처하는 유재석의 '그랜드슬램'

'KBS 연예대상' 유재석, 언제나 명랑한 국민MC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 KBS 연예대상 > 포토월에서 손인사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KBS 연예대상' 유재석, 언제나 명랑한 국민MC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 KBS 연예대상 > 포토월에서 손인사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사실, 유재석의 최근 가장 유의미한 수상 중 하나는 2013년 제4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일 것이다. (지상파3사 합동 시상식이 없다는 이유로)예능부문에서 방송3사를 아우르는 무게 있는 시상식으로 발돋움한 백상은 작년 유재석에게 대상을 안겼다. 주로 배우나 드라마 작품, 다큐멘터리에 대상을 안기는 백상 TV부문에서 예능인이 대상을 받은 것은 2008년 강호동 이후 두 번째다.

강호동이 수상했던 2008년은 <1박2일>이 '국민예능'으로 자리매김하던 시기. 그간 부침을 겪었던 강호동과 달리 유재석은 '작가주의 예능' <무한도전>을 400회 넘게 이끌고 있다. <놀러와> 폐지 이후로도 지상파 3사에서 <무한도전>과 <런닝맨>, <해피투게더>를 변함없이 진행하며 '국민MC'의 자리를 유지했고, 올해는 <나는 남자다> 시즌1을 20회로 마무리했다. 

더불어 유재석은 한국갤럽이 발표한 '올 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코미디언/개그맨'을 뽑는 설문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변함없는 시청자의 지지를 확인케 해 주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만약 MBC와 SBS 대상까지 석권한다면 방송3사 최초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비단 유재석 개인만의 영광이 아니라는데 그 의미를 더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지상파3사 예능은 평균 시청률은 물론 '킬러 콘텐츠' 생산 면에서 케이블과 종편, 정확히는 tvN과 JTBC에 위협을 받는 중이다. 이미 오후 11시대 예능 시청률은 한 자릿대 수로 곤두박질 친지 오래다. 한국갤럽이 발표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같은 조사에서 JTBC <비정상회담> 등과 같은 비지상파 예능의 도약이 두드러졌다. KBS에서 이적한 나영석 PD는 tvN에서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라는 킬러 콘텐츠를 낳았다.

현재, 케이블이나 종편에 출연하지 않고 있는 유명 진행자는 유재석과 강호동 뿐이다. 지상파3사의 대상 후보 중에서도 그 둘 뿐이다. 유재석의 그랜드슬램 달성은 어떤 의미로 '국민MC'를 격려하고 잡아 두기 위한 예능국 아니 지상파 방송국의 '구애'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유재석의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다. 

유재석 연예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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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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