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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씨의 발언을 좌파 평론가의 말이라 하며 ‘토 나오는 영화’라고 언급했다 전했다. 심지어 눈에는 모자이크 처리까지 하였다.
▲ 티브이조선 화면 허지웅 씨의 발언을 좌파 평론가의 말이라 하며 ‘토 나오는 영화’라고 언급했다 전했다. 심지어 눈에는 모자이크 처리까지 하였다.
ⓒ 티브이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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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평론가답게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결정한 날 잡아서 참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난 19일 오후 <한겨레> esc '욕봤다 2014' 대담을 통해 욕본 한 해를 정리하는 와중에 글 쓰는 허지웅씨가 영화 <국제시장>을 "토 나오는 영화"로 평했다며 티브이조선은 전했다. 사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영화평론가의 입에서 '토 나오는 영화'라는 평이 나온 게 좌파와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전에 앞서 과연 2014년 욕본 이야기에 대한 대담 자리에서 영화와 관련된 평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티브이조선이 허지웅씨의 눈까지 모자이크 처리하며 분개하는 입장은 충분히 연관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방송에서 모자이크는 어떤 상황에 쓰이는가. 언론 안에 개인의 사생활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장치이거나, 혹은 그와 완전히 대조적으로 범죄자의 안면을 가리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티브이조선이 그의 눈을 모자이크 처리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 의도는 대화의 전체맥락을 짚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겨레 esc 대담에 참여한 대담자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집권 시스템과 그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을 이야기했다. 잠시 대화의 일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임지선: '동아, 조선의 두 종편,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진중권 교수가 트위터에도 썼지만 올해 보수 신문이 보유한 종합편성채널의 활약도 대단했죠.
진중권: 채널에이, 티브이조선은 북한 방송 같아. 인민재판도 하는 것 같고 여기가 남조선이야 북조선이야.
허지웅: 티브이조선 디자인도 웃겨요. 화면 톤도 이상하고. 남한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포르노 같아.

진중권: 김정은의 사생팬 같아요. 일거수일투족에 관심 갖고.
임지선: 티브이조선에서 김정은보다 더 살이 찐 앵커가 "더 뚱뚱해진 김정은… 건강 적신호?"라는 뉴스를 내보내는 장면은 올해의 인기 짤방이었죠. (일동 웃음)
정유민: 전 그런 거 나오면 누구나 우리처럼 웃을 줄 알았거든요. 처음에 말도 안 되는 방송 할 때 시청률 낮으면 돈 없어서 곧 문 닫겠지, 그런데 식당에 가면 전부 다 채널에이와 티브이조선을 틀어 놓는 거예요. 거기 동조하는 사람도 있고.

허지웅: 우리 스스로도 상식인이라고 자처하는 패거리들 안에서 자족해서 그렇죠. 방송통신위원회의 2013년 '방송평가 종편부문' 1위가 티브이조선이라는 게 팩트고 현실이죠.
진중권: 종편 입장에서는 정치 얘기 안 하면 망해요. 아무리 못해도 할아버지들 할머니들 타깃을 해가지고 특화를 한 거야. 박근혜 지지층이 노년층이에요. 젊은 사람들의 미래 결정권이 그들한테 있다는 거죠.

허지웅: 머리를 잘 썼어.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근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거든요.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

앞선 대화의 맥락과 허지웅씨의 발언을 종합해 추론하면, 이것은 사회적 반성이 없는 세력과 젊은 사람들의 미래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일부 노년층에 관련된 발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집단들이 자기반성은 하지 않은 채 정신승리만 이룩하는 것을 영화 <국제시장>의 캐릭터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결국 티브이조선에서 좌파 평론가의 말말말이라며 '토 나오는 영화'라는 평을 전한 뉴스는 난독증 환자가 일으킬 법한 오해였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자이크의 의도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허지웅씨가 좌파인지 우파인지는 필자로서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티브이조선은 현 정권이 그렇듯 종북몰이를 통해 한 개인을 범죄자 마냥 취급 모자이크 처리하며 왜곡 시키려 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도 노년 극우층이 애청하는 채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좌파=종북'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레 가져가리라 생각하며 방송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태그:#허지웅, #한겨레, #티비조선, #TV조선,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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