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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원도서관 인문학강좌, 연암 박지원과 조선후기 지성사 읽기
 서수원도서관 인문학강좌, 연암 박지원과 조선후기 지성사 읽기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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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허공을 가르며 날고 울어대는 것은 얼마나 생기발랄합니까? 그런데 적막하게도 저것을 '조(鳥)'라는 한 글자로 뭉뚱그려 버린다면 색깔과 빛깔이 사라져 버리고 모양이며 소리 등도 빠뜨려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마실 나가는 시골 늙은이의 지팡이 손잡이에 새겨놓은 새모양과 어찌 다를 것이 있겠습니까.

간혹 그렇게 늘상 똑같이 말하는 것을 꺼려 좀 더 밝고 맑은 표현으로 바꿔보려 생각하여 '금(禽)'자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책만 읽고 문장을 짓는 자들의 잘못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우거진 나무와 그늘진 뜨락에서 때를 맞춰 새들이 울고 있습니다. 나는 곧 부채를 들어 책상을 두들기며 크게 외쳤지요. '이것이야말로 내가 말하는 '날아가고 또 날아오는 글자'요, '서로서로 울고 화답하는 문장'이로다. 다섯 가지 빛깔을 문장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문장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 책을 읽었노라."

연암 박지원이 경지에게 보내는 편지내용 일부인데, 책을 읽을 때는 이렇게 읽어야함을 일갈하고 있다. 제대로 된 독서는 글자를 쫓는 데 있지 않고, 문자 너머를 읽어내는 데 있다는 얘기다. 문자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문자 밖이 텍스트인데 바로 그 텍스트를 읽는 것이 참된 독서라는 것이다.

서수원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서관 속 반딧불이 인문학' 제3강 '연암 박지원과 조선후기 지성사 읽기'가 16일에 열렸다. 이날 문성환(남산 강학원) 강사의 강의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평소 책을 즐겨 읽고는 있었지만, 독서를 통해서 다른 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책의 내용을 학습하고 머리 속에 저장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책을 내 삶의 것으로 써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실천해야 한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독서는 하나마나인 것이다. 독서가 우리들의 관습과 정신을 적당히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행위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책읽기는 그만큼 치열해야 한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논어 구절이 있듯이, 책을 읽기만 하고 사색하지 않으면 소용없고, 아예 책을 읽지 않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책을 속독을 하듯 읽으면 책의 문자만 읽을 뿐 그 내용을 음미할 수 없으니 글에 담긴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연암 박지원인가

정조는 규장각 4인의 검서관으로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서이수를 기용했다. 정조시대 개혁정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규장각에 이들을 기용한 것은 비록 서얼 출신이기는 하지만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뛰어난 학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은 연암의 영향을 받은 연암 그룹의 일원이며 신학문으로 무장한 준비된 실학자들이었다. 이런 학자들을 길러낸 연암이기에 연암에 주목하는 것이다.

우리가 조선후기를 기억할 때 누구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가? 당대의 영의정, 좌의정 등 관료, 정치가를 기억하기나 하는가. 우리가 기억하는 조선후기의 인물들은 신학문으로 무장하고 당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려한 실학자들이다. 이 시대를 살면서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수원시는 2014년에만 6개의 공공도서관을 개관하여 총 15개의 공공도서관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5개의 도서관을 더 건립해 총 20개 도서관으로 확충할 계획이라 한다. 도서관 숫자도 중요하지만, 도서관마다 특화된 주제를 잘 살릴 수 있는 내용이 충실해야 하고,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서 역할과 정보교류의 장이 되어야 한다.

도서관을 통해 품격있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도서관과 지역주민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해야 가능한 일이다. 각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타 도시 사람들은 고품격 인문학을 향유하는 수원 시민을 부러워하고 있다. 수원시민으로 사는 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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