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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이 그랬다. 아이를 낳았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3년 동안은 엄마가 키우라고. 엄마가 된 수많은 직장인들이 항의하며 법륜스님을 질타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같은, 엄마가 된 많은 직장인들은 '그래, 관두자'하고 회사를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법륜스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엄마가 된 직장인은 너무 고달팠다. 아침 7시엔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근해야 하는데 아직 어린아이는 잠에서 꼬물거렸다. 오후 6시 '칼퇴근'하기는 연차가 아무리 쌓여도 눈칫밥인데, 어린이집 교사도 같은 시간에는 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었다. 교사의 퇴근시간도 지켜주지 못하는 엄마는 늘 죄인일 수밖에.

결국 나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희망을 걸었다. 뉴스에 나오는 정책이 바로 회사에 먹힐 줄 알았던 나는 회사에 주문했다. 출근과 퇴근 모두 각각 한 시간 이상 걸리고 아이가 태어났으니 근무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대표는 짤막하게 말했다. "그건 어렵겠다."

내게 경력단절은 선택 아닌 필수

 전남대가 학내 직장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의 증축을 계획하면서 공사기간 동안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용할 대체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오전, 한 학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남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전남 한 어린이집의 모습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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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난 경력이 단절됐다. 딸을 가르치고 딸의 사회생활을 지켜보았던 친정 엄마가 오히려 서운한 내색을 했다. "왜 주부를 하겠다는 거냐. 내가 해 본 일이지만 이건 권하고 싶지 않다." 순진했던 나는 엄마를 위로했다. "나는 엄마가 한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엄마는 아쉬워하셨다.

"네가 안 해봐서 그렇지, 티나 나는 일인 줄 아니..."

2013년 보육료 지원 정책이 생겼다. 정책에 따라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시기도 이전에 비해 빨라졌다. 그리고 내 아이는 얼마 간의 적응기를 거쳐 오후 5시에 하원할 수 있게 됐다. 그 정책의 영향은 나에게도 미쳐,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생겼기에 일도 가능해진 것이었다. 난 우리나라 보육정책이 꽤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는.

대학입시 같은, 유치원 입학전쟁

내년 2월 가정형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딸(현재 4살)에게는 이제 누리과정 보육시설이 필요하다. 즉, 만3~5세 유아를 보육하는 시설로 이동해야 한다.

내가 사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을 기준으로 누리과정 어린이집은 민간·국공립을 포함해 20여 곳이다. 가정형 어린이집은 35여 개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수치로만 대비해 보면 가정형 어린이집에서 졸업하는 유아들을 다시 누리과정 어린이집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계산이 된다. 실제로 나의 딸의 경우, 누리과정을 포함해 어린이집 대기 순서가 한참 뒤쪽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은 미련한 일처럼 보였다.

누리과정 교육은 두 곳에서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집이 아니면 유치원을 가야 한다는 말이다. 유치원 지원을 위해 구 교육청 사이트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은 보육시설이고, 유치원은 교육시설이라 아예 담당 기관부터 다르다.

병설, 단설 등 국가가 지원하는 유치원은 어린이집처럼 교육료가 전액 지원된다. 하지만 사립은 정부 지원을 포함해 최소 20만 원 이상, 특기 수업료까지 30만 원 가량, 방과후과정까지 하면 40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 더욱이 누리과정 보육료를 지원하느냐 마느냐로 최근까지 시끄러웠고, 그 와중에 유치원은 가·나·다 군으로 나뉘고 지원은 세 번만 가능하다고 했다. 마치 대학 입시 같았다.

유치원 지원부터 작전이 필요한 현실

 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치원에서 한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입학 추첨을 하고 있다.
 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치원에서 한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입학 추첨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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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군에 어떤 유치원이 속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알아본, 동네의 알 만한 유치원은 모두 기타군이었다. 유치원 원아 모집 자율권에 따라 교육부 지침에 동의하지 않는 유치원들이었고, 이 원들은 모집, 추첨일 등은 정부안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제 만 네 살이 되는 아이를 어딘가에 보내기 위해, 예산이 지원이 되는지 아닌지, 모집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추첨 날짜는 언제인지 일일이 돌아다니며 일정을 확인해야 했다. 공립 유치원 날짜도 알아보기 위해 교육청 담당자와 세 번은 통화했고, 접수일 직전엔 전화도 불통이 됐다.

공립유치원은 가·나군이고, 사립유치원은 가·나·다군으로 공립과 사립을 합해서 총 4번까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각 지역마다 갈 만한 유치원은 모두 어느 한 특정군에 몰려 있거나 '기타'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왜 이런 발표를 했는지조차 의아할 정도였다.

또 공립유치원의 방과후과정을 신청하려면 하루 8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는 걸 증명할 서류를 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건 어린이집 우선순위도 마찬가지다. 나 같은 사람은 뒤로 밀린다. 예전엔 5시에 하원하던 아이가 오후 2시면 돌아오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사이트에 대기 걸고 원서 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보내기 위해서는 일단 사립유치원에 지원해서 추첨을 기다리다가 공립 유치원 추첨이 끝나는 날 결과에 따라 사립유치원을 바로 등록하는 것이 방법이다.

이런 작전을 써야 한다는 것부터가, 네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이러 저리 유치원을 알아보러 다니는 것 자체가, 슬픈 교육의 대물림 같은 과정이었다. 가장 슬픈 것은 '이게 시작인 건'가 하는 운명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호주에 있는 친구는, 호주의 영아 보육료는 무척 비싸지만 유아부터는 무상 지원이 시작된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선배는 4살짜리 아이를 아예 공립학교에 입학 시켰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보육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서 대기를 걸어놔야 하고(태어나기 전부터 신청하는 사람도 있다), 네 살이 되면 이곳저곳에 원서를 내러 다녀야 한다. 엄마들은 이때부터 눈치작전을 익히고 배운다.

교육열 때문이 아니다. 아이를 어디든 보내려면,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얻고, 빨리 빨리 줄을 서야 한다. 또 어린이집, 공립 유치원도 떨어지고 사립 유치원에라도 넣으려면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이게 2014년을 살고 있는 '엄마'들의 현실이다.

다시 법륜스님에게 물어야 할까보다. 세 살까지 키우고 키웠더니, 네 살부터는 더합니다. 네 살부터 일곱 살은 누가 보육해야 할까요? 보건복지부? 교육부? 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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