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선경기를 포함해 4연승을 기록하며 좋은 행보를 이어가던 잉글랜드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각) 슬로베니아와의 유로 2016 조별예선 E조 경기를 치렀다. 웨인 루니의 100번째 A매치 출전 경기이기도 했던 이날 경기에서 첫 번째 득점은 슬로베니아가 기록했다.

후반 13분, 슬로베니아의 프리킥 상황에서 헤딩 클리어링에 실수를 범한 조던 헨더슨이 자책골을 기록하며 슬로베니아가 1: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실점 이후 곧바로 활발한 공격을 펼친 잉글랜드는 1분 뒤 웨인 루니의 페널티킥 골로 1:1, 대니 웰벡의 절묘한 골로 2:1로 역전했다. 승기를 잡은 잉글랜드는 기세를 이어가 라힘 스털링의 도움을 받은 대니 웰벡이 두 번째 골에 성공하며 3:1로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잉글랜드의 선발 명단에는 리버풀 선수들도 포함됐다. 조던 헨더슨과 아담 랄라나 그리고 라힘 스털링이었다. 이 세 선수는 꾸준히 잉글랜드 대표팀에 기용되고 있는 핵심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소속된 클럽팀 '리버풀'은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과연 이 선수들이 소속팀에서의 부진을 떨쳐내고, 대표팀에서는 좋은 폼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많은 축구 팬들의 볼거리였을 것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3:1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리버풀 3인방들의 활약은 어땠을까?

 슬로베니아전, 잉글랜드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

슬로베니아전, 잉글랜드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 ⓒ 임형철


잉글랜드는 4-3-1-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3명의 미드필더 중 잭 윌셔가 포백 수비의 바로 앞에 포진했고, 조던 헨더슨과 아담 랄라나는 좌우 인사이드 미드필더의 역할을 맡았다. 웰벡과 루니의 투톱 아래에서 찬스 메이킹을 돕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선수는 라힘 스털링이었다. 위의 선발 라인업 배치도를 보면 알겠지만, 리버풀 3인방은 서로 가까이 배치되며 4-3-1-2 포메이션의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고 있었다.

인사이드 미드필더를 맡은 조던 헨더슨과 아담 랄라나는 주로 그라운드의 중앙 지역에서 활동했다. 상대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측면 지역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커버해줬고, 3선으로 볼이 연결될 수 있도록 볼을 배급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클럽팀에서 만큼 중앙과 전방을 오가며 활발히 뛰어주는 모습은 대표팀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이는 공격 패턴의 다양화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의 지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던 헨더슨은 포백의 바로 앞에 있던 잭 윌셔가 오버래핑 할 경우, 윌셔가 있던 자리에 대신 내려가 포백 수비를 효과적으로 커버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90분 내내 전술적인 움직임을 잘 수행해준 모습이었으나, 패스의 정확도는 다소 부정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결정적인 실수로 자책골도 넣었다. 헨더슨의 컨디션은 분명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 움직임을 제외하면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아담 랄라나는 본래 인사이드 미드필더를 맡아온 선수가 아니었다. 랄라나는 주로 전방 공격수 아래에서 찬스 메이킹을 펼쳐주거나, 상대의 측면 지역을 집중하여 공략하며 번뜩이는 창의성으로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동안 맡아왔던 역할을 못 맡아서인지 이날 랄라나는 부진한 모습이었다. 특히 전반전까지는 랄라나가 선발 출전했는지 모르는 축구 팬들이 다수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 랄라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실점 이후 전방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며 상대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붙어주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주요하면서 대니 웰벡이 기록한 팀의 두 번째 골 장면에 많은 이바지를 해줬다. 익숙하지 않은 역할을 맡으며 처음에는 부진했지만, 이후 서서히 나아진 모습을 보인 랄라나였다. 소속팀 리버풀에서 부진을 씻고 본래 폼을 되찾아 활약해준다면, 대표팀에서의 활약상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리버풀과 잉글랜드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유망주인 '라힘 스털링'도 전술적인 움직임을 잘 수행해주는 모습이었다. 스털링의 주 활동 범위는 측면이었다. 투톱인 루니와 웰벡이 득점 찬스를 노리기 위해 중앙에서 자리를 잡고, 스털링이 측면으로 이동해 공격을 풀어주길 바란 지시로 보인다. 스털링은 의도적으로 측면에 위치를 잡는 모습이었고, 이는 4-3-1-2 포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측면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가 없다는 구조적인 약점을 잘 보완해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스털링에게 이러한 움직임을 지시한 공격 전술은 지나칠 정도로 단조로웠다. 스털링은 분명 활용 방안이 많은 선수다. 빠른 발과 공격 작업에서의 창의성, 기술 등 여러 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측면 지역에만 국한해서 사용하기엔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공격 전술은 다양함을 추구하지 못했다. 스털링은 뻔히 측면에서만 활동을 이어갔고, 결국 이를 예측한 슬로베니아 수비진은 연이어 스털링의 돌파와 패스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조금 더 팀이 공격 전술의 다양함을 위해 힘을 썼더라면, 스털링과 투톱 공격수들의 조합 플레이도 더욱 날카로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뻔히 측면에서만 활동을 펼치던 스털링이 다양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실점 이후였다. 헨더슨의 자책골로 0:1 리드를 빼앗긴 잉글랜드는 골을 기록하기 위해 공격 쪽에 많은 무게를 두기 시작하면서 스털링의 활동 범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좌우 풀백인 클라인과 깁스가 공격적으로 오버래핑을 펼쳤고, 이 선수들이 양쪽 측면에서 공격을 전담하는 식으로 경기가 전개됐다. 따라서 풀백 선수들의 공격 가담으로 측면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진 스털링은 투톱 아래의 중앙에서 공격에 관여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웰벡의 세 번째 골을 돕는 데에 성공했다. 이날 스털링은 도움 하나를 기록하며 그런대로 공격 작업에서는 무난한 활약을 남겼다는 평가다.

이날 선발 라인업 11명 중 무려 3명의 선수가 리버풀 선수들로 구성됐던 만큼, 리버풀 3인방은 대표팀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소속팀 부진의 여파인지 대표팀에서도 100%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소속팀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고,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두 팀 모두에서 더욱 분발해줘야 할 필요가 있는 리버풀 3인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인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평가로 넘어가 보자. 비록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3:1로 승리하며 5연승을 기록하긴 했지만, 만약 잉글랜드 대표팀이 이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면 분명 공격 전술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았어야 했다. 슬로베니아가 첫 골을 넣기 전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의 공격 전술은 지나치게 단조로웠고 웸블리 스타디움에 온 홈 팬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도 못했다. 실점 이후 급하게 공격 쪽으로 무게를 두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경기 내용이 괜찮아진 정도다.

슬로베니아는 시작부터 엉덩이를 빼며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무엇보다 홈에서 경기를 펼치는 팀이었다면 수비에 치중하는 팀을 상대로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상대가 내려앉은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공격을 펼치려 들었고, 이것이 후반 15분까지 득점이 터지지 않은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이 이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 분명 대안을 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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