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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책 표지
ⓒ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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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개봉해 한국에서만 75만 관객을 모은 영화 <안녕, 헤이즐>은 죽음을 앞둔 십대 청소년들의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고민을 감동적으로 그려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원작 소설인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가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테이블에 다시 올랐고 국내 독자들에게 저자인 존 그린의 지명도를 높이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존 그린의 소설 <이름을 말해줘>와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이 나란히 국내 서점가에 등장했으니 올 한 해 그의 작품들이 영화와 연계한 소설 마케팅의 중심에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주로 청소년들이 겪는 내적 갈등을 그 나이 특유의 풋풋한 사랑과 엮어 흥미롭게 표현하는 것이 존 그린 작품들의 일관된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가 시한부 청소년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렸고 <이름을 말해줘>가 영재 소년의 사랑을 다뤘다면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은 성적 소수자인 게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다소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다른 작품들보다는 우정과 인간관계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으나 근본적으로 청소년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의 전작들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17세의 고교생 윌 그레이슨은 동급생 타이니 쿠퍼와 절친한 친구 사이다. 타이니 쿠퍼는 2m가 넘는 키에 건장한 체구를 지닌 게이로 동급생들에게 은근한 따돌림을 받지만 그러한 사실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독특한 인물이다. 윌은 교내신문에 타이니가 당하는 대우의 부당함을 폭로하고 이를 계기로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된다.

소설은 윌이 타이니가 만든 교내단체 '게이-이성애자 연합(GSA)'에 가입해 제니라는 여학생과 사랑에 빠지고 타이니가 제작하는 뮤지컬을 함께 만들어가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것이 첫 번째 윌 그레이슨의 이야기이다.

소설엔 또 다른 윌 그레이슨이 등장한다. 그는 앞의 윌 그레이슨이나 타이니와는 다른 학교에 다니는 동갑내기로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는 게이 남성이다. 소설은 그가 우연한 계기로 또 다른 윌 그레이슨과 만나고 타이니를 사랑하게 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이 소설은 존 그린과 데이비드 리바이선, 두 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그들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명의 윌 그레이슨을 나눠 맡아 한 장씩 번갈아가며 써내려갔다. 이러한 서술방식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각기 여자와 남자의 시점에서 써내려간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데 두 인물의 내적 갈등을 깊이 있게 서술하는데 적합한 방식이라 생각된다.

소설은 두 명의 윌 그레이슨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각기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는 그저 남성과 여성 처럼 다른 것일 뿐임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은 똑같이 미숙하고 절실하며 그래서 어여쁘다. 사랑 뿐 아니다. 윌 그레이슨과 타이니의 우정, 두 윌 그레이슨 사이의 교감 역시도 두 커플의 사랑 만큼이나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존 그린의 발랄한 문체는 언제나처럼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물론 동성애 코드에 익숙하지 않거나 미국 십대들의 고민에 공감하기 어려운 독자들에겐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존 그린과 데이비드 리바이선의 필력이 균등하다고 보기도 어렵기에 소설의 완성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국경을 초월해 십대들이 느낄 만한 고민을 그들의 관점에서 풀어냈다는 시도 만큼은 언제나, 어디서도 유효한 방법론이 아닐까 싶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책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은 소설 속 윌과 같은 고민으로 번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큰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성장소설 한 편을 읽었다.

덧붙이는 글 |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저자 존 그린, 데이비드 리바이선 / 역자 김미나 / 자음과모음/ 2014.09.22 / 524쪽/ 1만 4800원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존 그린.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미나 옮김, 자음과모음(2014)


태그:#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존 그린, #데이비드 리바이선, #김미나,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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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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