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관중에 명승부까지'...2일 한국전력-삼성화재 경기가 열린 수원실내체육관

'만원 관중에 명승부까지'...2일 한국전력-삼성화재 경기가 열린 수원실내체육관 ⓒ 박진철


남자부 2위 한국전력-3위 OK저축은행, 여자부 1위 흥국생명-2위 현대건설….

낯설다. 보고도 선뜻 믿기지 않는다. NH농협 2014-2015 V리그의 순위표(11월7일 현재)가 배구팬들에게 '유쾌한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1라운드가 어느덧 종반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시즌 꼴찌와 하위 팀들이 연일 대반란을 일으키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남자부는 '만년 꼴찌' 팀 한국전력의 눈부신 상승세와 새로운 괴물 시몬의 활약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OK저축은행이 V리그 초판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여자부도 지난 시즌 최하위권이었던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나란히 1~2위에 올라 있다.

이들의 돌풍이 반가운 것은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 구성과 경기 내용이 우승후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전력을 갖췄고 실제 경기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전통의 강호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는 이들 팀과의 경기에서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거나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초반부터 '대박 시청률' 속출... 시몬-한국전력 효과

하위권 팀들의 대반란은 팀간 전력 평준화로 이어지면서 매 경기마다 팬들의 관심과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프로배구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TV 시청률 부분에서 지난 시즌 초반과 비교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과 닐슨코리아 측이 매일 발표하는 케이블TV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2014~2015 V리그 1주차(10.20~26, KBSN스포츠 생중계)의 남자부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1.105%를 기록했다. 2주차(10.27~11.2, SBS Sports)는 1.148%를 기록하며 더욱 상승했다. 지난 시즌 1라운드에는 케이블TV에서 '대박 시청률'로 평가받는 1%를 넘겼던 경기는 단 한 경기뿐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태에서 V리그가 시작되면서 집중도나 화제성 면에서 여건이 더 안 좋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평균 시청률이 1%를 넘나들면서 프로배구가 이제는 겨울철 '킬러 콘텐츠'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방송된 대한항공-OK저축은행 경기는 동시간대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의 지상파 중계와 겹쳤음에도 케이블TV 시청률 1.159%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준형 KBSN스포츠 아나운서는 "초반 스타트가 다른 어떤 시즌보다 뜨겁다. 느낌 자체도 2라운드나 3라운드 정도 가야 생길 수 있는 구도가 초반부터 생기고 있다.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다. 예를 들면 삼성화재가 고전하는 가운데,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 확 치고 올라오는 등 한 경기 한 경기를 놓고 봤을 때 그동안 쉽게 예측이 가능했던 경기들이 예측 불가능한 경기로 바뀌면서 시청률 상승세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절대강자였던 레오와 견줄 만한 외국인선수들이 새로 들어왔고, 그 중심에 시몬이라고 하는 아주 걸출한 스타가 나타나서 배구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며 "여자부도 최하위팀이었던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감독이 바뀌고 나서 확 달라지니까 팬들이 신선하게 느끼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뜨겁다"고 전했다. KBSN스포츠는 11월 중순경 배구 전문 프로그램인 '스페셜V'도 제작해 내보낼 예정이다.

또 다른 변수... 부상 관리·신인 활약

이제 배구팬들의 초미의 관심은 과연 하위권 팀들의 반란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이다. 초반에 반짝하다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시즌 전체를 지배하는 태풍이 될지는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 그러나 예년의 기류와는 확실히 다르다.

또 다른 변수는 부상 선수들의 관리와 신인들의 활약 여부다. 남자부의 경우 현대캐피탈이 그 중심에 있다. 아가메즈가 무릎에 통증을 느끼며 점프를 제대로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언제쯤 정상적으로 회복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일단은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단에서 치료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고, 상태를 봐가면서 경기 투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항공은 신영수가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도져 지난 3일 LIG손해보험전에 출전조차 못 했다. 김종민 감독은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며 "경기에 투입할 수는 있지만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2라운드 1~2경기까지는 치료에 전념하게 할 생각이다. 길게 보고 가겠다"고 설명했다. 부상중인 김형우 선수는 12월 중순쯤 복귀할 전망이다.

돌풍의 주역 한국전력도 쥬리치와 전광인의 몸 관리가 최대 숙제다. 신영철 감독은 "쥬리치는 오른쪽 복숭아뼈 위쪽에 약간 통증이 있는 상태인데, 경기 뛰는 데는 큰 지장은 없다. 최대한 치료와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광인 선수에 대해선 "각종 국제대회 출장으로 체력 소모가 워낙 컸고, 무릎 등도 약간 안 좋기 때문에 리그 중반에 가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각별히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2라운드부터 박철우 선수가 군 입대로 빠지게 된다는 점이 변수다.

카메호는 티코가 아니었다

우리카드는 카메호의 기대 이상의 활약에 고무돼 있다. "다른 팀 외국인선수는 다 에쿠스인데, 우리만 티코다"며 한숨을 내쉬었던 강만수 감독은 "카메호가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경기에도 잘하면 조금 승격시켜줄 생각"이라며 "카메호가 감독의 말을 잘 따르고 성격이 밝아서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도 "카메호는 티코가 절대 아니다. 다미보다 훨씬 낫고 루니보다도 낫다. 우리카드에서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보인다"며 경계감을 표시했다. 카메호가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최홍석까지 살아나고 있다.

여자부는 신인 선수의 활약 여부가 남은 변수다. 현재 1~2위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의 이재영, 현대건설의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본격적으로 팀 전력에 합류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태세다.

도로공사의 신인 하혜진(하종화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둘째 딸)도 조만간 V리그 무대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서남원 감독은 "조금 더 준비를 시켜서 2~3경기 뒤부터는 투입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귀화 문제로 출전이 불가능했던 GS칼텍스의 이영 선수도 최근 귀화 승인 면접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에 선수 등록을 위한 서류 절차가 진행 중이다. 1~2주 정도 지나면 코트에서 선을 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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