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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용마루길에서 바라다 본 화성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 화성 용마루길에서 바라다 본 화성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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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란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단풍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길을 나선다. 우리나라에는 단품의 명소가 많다. 설악의 붉은 단풍, 내장산의 아름다운 가을, 구룡령의 은은한 멋을 풍기는 가을, 그리고 부석사 입구의 은행나무 길 등, 곳곳에 단풍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

수원 화성의 단풍을 보았는가? 이번 주말이 절경이라고 하는 화성의 단풍은 요란하지 않다. 그리고 먼 길을 힘들여 가지 않아도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운 곳이다. 조선조 제22대 임금인 정조는 화성을 축성할 것을 명했다. 강한 국력을 상징하는 화성은 장용외영의 무예24기와 함께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소나무숲 용도 외곽길에는 소나무들이 우거져있다
▲ 소나무숲 용도 외곽길에는 소나무들이 우거져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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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한 바퀴, 곳곳에서 즐기는 즐거움이 달라

화성은 평산성이다. 평산성이란 산과 평지를 연결해 쌓은 성을 말한다. 높지 않은 수원의 팔달산과 그 아래 너른 평지를 연결해 성을 쌓았다. 성 안으로는 광교산에서 발원하는 수원천이 흐르고 있어, 백성들이 가뭄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게 만들었다. 거기다가 방화수류정과 용연을 마련해, 성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축조물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그 화성에 가을이 깊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팔달산은 온통 물감을 뿌린 듯하다. 울긋불긋한 단풍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란 은행나무도 제 빛을 자랑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억새 또한 화성의 성벽과 더불어 묘한 감흥을 이끌어낸다. 무엇하러 고생하며 먼 길을 나설 것인가? 그저 눈앞에 펼쳐진 화성만으로도 가을은 이미 가슴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을.

정조대왕상 팔달산 회주도로에서 만난 정조대왕 상 뒤편으로 단풍이 물들었다
▲ 정조대왕상 팔달산 회주도로에서 만난 정조대왕 상 뒤편으로 단풍이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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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열차 가을이 깊은 팔달산으로 화성열차가 지나고 있다
▲ 화성열차 가을이 깊은 팔달산으로 화성열차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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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성벽을 따라 걷는다. 까치 한 마리가 시끄럽게 울어댄다. 그 소리도 정겨운 곳이 소나무가 우거진 길이다. 소나무 가지들은 성벽을 넘나든다. 그 안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심호흡을 한 번 해본다. 눈에 보이는 색색들이 사람의 발길을 재촉한다. 어쩌면 느슨하게 마음을 먹었다가 절경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인가 보다.

"가을은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라는데, 어딜 그리 바삐 가오"

수원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곳을 가을철에 걷기 좋은 곳으로 지정을 했다. 팔달산 회주도로, 연무대 성 밖 길 등이다.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길이다. 소나무 향에 취해 서장대 외곽을 지나 화서문으로 향한다. 그늘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는 어르신은, 땀을 흘리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나에게 넌지시 한 마디 건넨다.

억새밭 화서문으로 내려가는 화성 밖에서 만난 억새밭
▲ 억새밭 화서문으로 내려가는 화성 밖에서 만난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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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그리 바삐 가오. 가을은 그저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라는데. 아까운 이 경치를 그렇게 걷다보면 어떻게 감상을 하려고"

걸음을 늦춘다. 어르신의 말씀이 맞는 듯해서이다.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니 화성을 돌아보는 화성열차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억새밭이 펼쳐진다. 그 안으로 젊은 연인들이 숨어든다. 사진을 찍는다고 들어간 억새밭에는 길이 나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억새밭으로 숨어든 것일까?

천년 그리움이
달빛으로
피어오른다

화홍문 흐르는
수원천
푸른 물소리
가슴을 적시면

세월도
쉬어가는
방화수류정

그리운 사람아,
용지 호심에 떠오른 팔각정이
오늘 더욱 유정하다

방화수류정 방화수류정과 용연의 주변도 곱게 물들었다
▲ 방화수류정 방화수류정과 용연의 주변도 곱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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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연무대 성밖길에 은행나무도 옷을 갈아입었다
▲ 은행나무 연무대 성밖길에 은행나무도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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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인협회 이사장인 임병호 시인이 노래한 '방화수류정'이다. 한 시간 넘게 땀을 흘리며 걸어 온 화성의 가을을 잠시 쉬어본다. 봄철이면 용암에 가득 핀 철쭉에 마음을 뺐기고, 한 여름철이면 시원한 바람에 마음을 빼앗기는 곳이다. 이 가을에는 용연 주변에 잎을 떠군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가을이 깊었음을 느낀다.

정조대왕도 이런 풍광 때문에 이곳에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을 지은 것은 아니었을까?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어머니 한 사람, 아이를 달랠 생각도 하지 않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것일까? 그곳에 가을이 깊게 내려앉은 화성이 자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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