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원 팔달문 앞 영동시장 거북산당 도당굿을 하는 날 전안에서
▲ 거북산당 수원 팔달문 앞 영동시장 거북산당 도당굿을 하는 날 전안에서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인 경기도당굿은 많은 예인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도당굿은 한수 이남지역인 수원을 비롯한 인천, 시흥, 용인, 화성 등지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농, 풍어을 목적으로 매년 또는 2년이나 그 이상의 해를 걸러 정월 초나 가을에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굿을 말한다.

현재 수원에서는 영동시장 거북산당과 고색동 도당굿, 평동 도당굿이 해마다 정해진 날에 굿판이 벌어진다. 경기도당굿은 집안에서 대를 이어 기, 예능을 연마하고, 음악과 무용에 뛰어난 세습무당인 화랭이들이 진행한다. 남자무당인 화랭이들은 줄을 타면서 재담을 하거나, 재주놀이를 하면서 굿을 축제분위기로 이끈다. 예전에는 기생들의 소리와 춤이 함께 곁들여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경기도당굿은 기, 예능보유자였던 고 오수복 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아직도 기능보유자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다니면서 열리는 도당굿판에서도 진쇠, 터벌림 등의 춤을 전문적인 춤꾼들이 판을 벌이기도 했던 경기도당굿은, 이제는 굿판에서 한 판 멋지게 춤판을 벌이는 모습조차 보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수원 고색동 도당굿이 열린 날 굿판에서 만난 김지혜
▲ 고색동 도당굿 수원 고색동 도당굿이 열린 날 굿판에서 만난 김지혜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도당굿판에서 만난 춤꾼 김지혜

올 1년 동안 경기도당굿이 열리고 있는 굿판을 찾아가보았다. 그런데 도당굿의 전수생 중에 무녀나 화랭이, 혹은 악사 같지 않은 사람이 있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춤을 추는 사람이란다. 춤을 추는 사람이 왜 도당굿판에서 열심히 '뒷배'(대개 기능을 익혀 굿판에 서기 전에는 잔심부름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를 보고 있는 것일까?

"2011년에 경기도당굿 전수생으로 등록을 했어요. 이애주(중요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 선생님의 승무전수관에 들어가 학습을 하게 되었는데,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도당굿을 만나게 되었죠. 경기도당굿에 들어와 목진호(경기도당굿 이수자) 선생님께 장단 등을 배우기도 했고요. 도당굿판에서 보이는 진쇠 춤이나 터벌림 춤으로 이수를 하고 싶어서요."

그동안 무용을 하는 사람들이 도당굿판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도살풀이를 추는 사람들은 물론, 진쇠 춤이나 터벌림 춤을 추는 사람들도 흔히 도당굿판에 동참하여 춤을 추워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무용전공자가 이수자가 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김지혜(여. 35세)가 춤으로 이수를 받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경기도당굿이 워낙 춤과 소리 등에 뛰어난 굿꾼과 춤꾼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코우스 무대에서 살풀이 춤을 추고 있는 김지혜
▲ 살풀이 춤 코우스 무대에서 살풀이 춤을 추고 있는 김지혜
ⓒ 김지혜

관련사진보기


중학생 때부터 배운 춤, 이제는 깊은 춤이 추고 싶어

"군산 영광여자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무용부에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한국무용을 비롯해 발레와 현대무용 등의 기본을 혹독한 체련단련과 함께 익히기 시작했죠. 하지만 집안에서 반대가 심해 고3 때 인문계로 전향했고, 아주대 심리학과에 입학을 했죠. 2009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대학이라는 녹색대학이 출범했는데, 이때 1기생으로 입학을 했어요. 경남 함양에서 여러 명이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이때 풍류예술학을 전공하면서 이애주 선생님의 특강을 듣고, 과천의 승무전수관으로 들어간 것이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경기도당굿을 알게 되었고, 벌서 3년 째 경기도당굿이 열리는 곳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춤꾼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김지혜는, 계양문회회관에서 사람들에게 살풀이와 입춤 등을 가르쳤다. 그 외에도 서울대학교, 봉원사, 운현궁, 남아사 마당공연 등에서 춤을 추었으며,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살풀이춤을 추기도 했다.

화성 동남각루 아래서. 함께 한 사람은 평택에서 춤으로 활동을 하는 김규미씨
▲ 화성에서 화성 동남각루 아래서. 함께 한 사람은 평택에서 춤으로 활동을 하는 김규미씨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그동안 일본 동경 문화회관에서 '황진이' 공연도 했고요. 영등포 아트홀 무대에 2013년과 올해 연속으로 올린 '오다아 아리랑' 창극에 출연도 했어요. 올 10월에는 진주성 특설무대에서 열린 뮤지컬 '촉성산성 아리아'에 무대에도 올랐고요."

경기도당굿의 독창적인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는 화랭이춤에 푹 빠져있다는 김지혜. 이제는 굿판에서 한 바탕 멋들어진 춤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보아야겠다. 요즈음은 도당굿판에서 멋진 화랭이춤을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웠는데,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세상을 산다는 김지혜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지혜, #경기도당굿, #영동 거북산당, #고색동 도당굿, #전수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