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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소스라칠 정도로 괴이하나 속마음은 누구보다 여리고 섬세하다. 아이처럼 순수한 면도 있다. 그도 심장이 뛰기에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괴로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필부와 다르지 않다. 괴물인 듯 괴물 아닌 그에게 묘하게 이끌리며 생각했다. 진짜 괴물은 피조물을 차마 '괴물'이라 부르지 못하게 H군의 마음을 결박한 연극 <프랑켄슈타인> 그 자체라고.

 연극 <프랑켄슈타인> 티저 포스터
 연극 <프랑켄슈타인> 티저 포스터
ⓒ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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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두어 달 전으로 돌려본다. 대학로를 함께 걷던 H군이 연극 <프랑켄슈타인> 티저 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괴물이지? 괴물이 뭐 이래!" H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만사에 시니컬한 태도로 일관하며 대상이 누구든 상대의 질문에 세 마디 이상 응대하는 법이 없는 방년 18세 초절정 차도남이다. 다시 돌아와 그의 말을 풀이하면 이렇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이름이지? 괴물 나오는 공연 포스터가 왜 이렇게 고운 거야!"

H군의 뜻밖의 관심발언에 물음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갈등하다 어중간한 억양으로 "응"이라 답하곤 왠지 모를 찝찝함이 밀려와 "사실은 괴물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박사 이름"이라며 오해를 풀려다 그만뒀다. 대신 두 달 뒤 H군과 동반 관람을 감행했다.

H군은 공연을 관람하는 두 시간 동안 두 차례 자세를 교정했다. 관찰 경험상 이는 좌석과 좌석 사이 좁은 간격에 긴 다리를 억지로 구겨 넣어 공연이 진행될수록 배가되는 불편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러닝 타임을 견뎌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일 수도 있다.

 드 라쎄(정영주)로부터 언어와 지식을 익히는 피조물(박해수)
 드 라쎄(정영주)로부터 언어와 지식을 익히는 피조물(박해수)
ⓒ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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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허리를 곧추세워 자세를 가다듬고 극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관객 스스로 굳은 의지가 반영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참고로 연극 <프랑켄슈타인>의 공연장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으로, 앞뒤 좌석 사이의 간격이 공연관람에 전혀 문제 되지 않음을 밝힌다.

첫 번째 교정은 드 라쎄 가족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넨 피조물이 모진 매질을 당하며 내쫓기는 장면, 두 번째 교정은 자신(피조물)을 버린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또 다른 여자 피조물을 만들어 달라고 설득하는 장면에서 이뤄졌다. 정서적 파장은 그의 한숨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는데, 후자보다 전자가 컸다.

 피조물이 느꼈을 실망감과 분노를 헤아릴수록 씁쓸하고 또 쓸쓸해졌다.
 피조물이 느꼈을 실망감과 분노를 헤아릴수록 씁쓸하고 또 쓸쓸해졌다.
ⓒ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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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도 다름없는 드 라쎄를 뒤로한 채 도망치며 피조물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드 라쎄, 약속했잖아!"라고 소리친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을 때와 달리 지식과 감정을 나누며 유대감을 쌓은 드 라쎄였기에 배신감은 훨씬 컸을 터, 그가 느꼈을 실망감과 분노를 헤아릴수록 씁쓸하고 또 쓸쓸했다.

공연장을 나오며 H군이 말했다. "쟤도 참 외로웠겠다. 괴물은 아니네 뭐..." '쟤도'라는 표현이 영 마음에 걸렸지만 말을 아꼈다. 여느 작품보다 질문의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만큼 혼자 곱씹어볼 시간이 필요할 테니. 아무리 생각해도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오해를 말이 아닌 마음으로 풀길 잘한 듯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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